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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모두의 희망'? 오바마-롬니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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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모두의 희망'? 오바마-롬니의 거짓말"

[월러스틴 인터뷰] ① 미국 대선과 교육제도

지난 17일에서 21일까지 경희대에서 열린 유엔 평화의 날 기념 '피스 바 페스티벌'(Peace Bar Festival)의 초청 강연자로 한국을 방문한 이매뉴엘 월러스틴은 8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정열적으로 오늘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뚜렷해진 지금, 자본축적의 방도에 한계가 온 현실에서 위계질서가 강화되는 쪽이나, 그 반대로 수평적 민주화가 진행되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면서 이는 우리의 세계적인 반체제 운동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강연과 토론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대학의 현실과 자신들의 삶이었다. 자본이 압박하고 시장의 요구에 맞춰 이뤄지는 교육을 돌파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그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집단적인 논의를 끊임없이 펼쳐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한때 예일대학에서는 자본과 시장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부추기고 취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사회학과를 폐지한 적도 있다면서, 이것을 복구하기 위한 집단적인 노력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사회학과가 다시 생겨났다고 말했다.

지식의 체계도 서구의 지배가 지속되고 있으며 학문의 분과화가 아직도 제대로 극복되지 못해 총체적인 인식의 구성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한 월러스틴은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친 융합학문의 탄생과 발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과주의의 극복과 함께 그는 어떤 학문도 그것이 현실에서 의미와 실천력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비판적 검증의 노력이 오늘날 절실하다고 말했다.

9월 20일 인터뷰에서 <프레시안>은 월러스틴과 1. 미국 대선과 교육의 위기 2. 유럽 경제 위기와 미국 3.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그리고 한국 정치 4. 세계체제론의 역사와 현재 등 4가지 주제로 대담했다. 세계체제론의 대가인 월러스틴은 각 주제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대담에 임했다. 대담은 성공회대학교 김민웅 교수가 맡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지난 20일 월러스틴 교수(중앙)와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왼쪽) 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프레시안 (최형락)

오바마를 원해서가 아니라 롬니에 반대해서 투표를 하고 있다


김민웅: 미국의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현재 핵심적인 이슈는 아직 부각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월러스틴: 물론 중요한 이슈들이 지금 제기되고 있다. 중도우파정당과(공화당) 중도좌파정당(민주당) 사이의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현재 공화당은 사회복지 예산을 최대한 축소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상위 계층의 세율을 최대한 낮추려고 하고 있다. 반면 정치적으로 급진적이지는 않은 민주당의 경우 전통적인 사회복지제도를 보호하려고 하고 상위 1% 계층에 세금을 더 부과하려고 하고 있다. 이게 어찌 보면 가장 큰 이슈일 것이다. 물론 이런 이슈가 이미 입장이 정해진 사람들의 투표에 결정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내 생각에 오히려 이번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공화당 지지자의 대다수가 롬니를 원해서가 아니라 오바마에 반대해서 투표를 하고, 민주당 지지자의 대다수가 오바마를 원해서가 아니라 롬니에 반대해서 투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신의 후보에 대한 열정적인 지지라기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김민웅 : 당신이 생각하기에 미국인들이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이 말하는 것에 대하여 확고한 믿음(지지, 신념)이 없다고 생각되는가?

월러스틴 :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고 하기 보단 공화당, 특히 공화당 우파들은 롬니가 너무 유화적이지 않은가라는 점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롬니가 후보자 선출이 된 유일한 이유는 그가 대선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경우, 지난 4년간의 집권을 거치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오바마에게 품었던 환상이 많이 깨진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 롬니와 공화당은 결집할 것이다. 지금 현재 오바마는 (지지율에 있어서) 꽤 잘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모든 최근의 설문조사들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주에서 롬니와 오바마의 지지도 격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물론 최근 롬니의 발언은 그에게 당연히 타격을 줄 것이다. 나름 근거를 가지고 예측을 하자면, 오바마가 전국적 지지에 있어서는 롬니와 차이를 크게 벌리진 못하더라도 선거인단 확보는 주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전국적 지지도 계산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는 의미가 없고 단지 상징적인 의미로 그칠 뿐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에 상원, 하원, 주지사 선거도 있다.

김민웅 : 그래서 다른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 생각하는가?

월러스틴: 그렇지는 않다. 하원에서 민주당이 의석수를 지금보다 더 확보하기는 하겠지만 다수당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상원의원 선거의 경우 굉장히 박빙이다. 아직 명확하게 예상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50석이 필요하다. 50석을 얻을 수도 못 얻을 수도 있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민주당이 50석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그리고 미국 밖에서는 주지사 선거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미국에서 주지사들은 대통령 선거의 구도를 짤 수 있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공화당은 꽤 잘 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통합적으로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전반적으로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6개월 전에 사람들이 예측했던 것보다는 훨씬 긍정적이다.

▲ 미국 대선 민주당 오바마 후보 (왼쪽)와 공화당 롬니 (오른쪽) 후보 ⓒAP=연합뉴스

김민웅 : 아까 롬니의 발언이 그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는데 어느 기금 모임에서 롬니가 '복지 수혜층들이 피해자(victims)'라는 언급을 했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인가? 왜 롬니는 이로 인해 비판받고 있는가?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월러스틴: 우선 그 '희생자'라는 표현은 국가재정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뭔가의 희생자라는 말이 아니었다. 롬니는 "희생자처럼 굴면서 이득이나 취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들을 비난했다.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세금에 얹혀살면서 이들의 등골을 빼먹으며 살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런 발언으로 최근 롬니가 비판받은 것은 매우 단순하다. 우선 혼자 속으로 생각해도 되지만 공개적으로 말하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을 한 영상이 폭로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웃음)

둘째로, 그가 말한 것은 잘못된 사실이었다. 그가 말한, 아무 부담도 지지 않으면서 국가재정에 의존하는 47%라는 수치는 완전히 잘못된 수치였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연방세를 낸다. 그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을지 몰라도 연방세는 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사회보장세도 지불한다. 그러면 롬니가 말한 수치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연방세를 내지 않는 20%에 불과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 중 지방세나 주세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진짜 수치는 더 낮아지고, 그런 사람들은 꽤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일하지 않고 정부에 의지한다는 롬니의 말은 결국 소득이 낮은 노년층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는 인구의 47%가 아닌 약 15%에서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리고 공화당은 세금을 감면하는 법안을 추진했는데,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세율도 낮아졌고 저소득층 중 몇몇은 세금을 안내도 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현상은 공화당의 감세정책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진보언론이라고 할 수는 없는 <워싱턴포스트>가 롬니의 발언에 대해 맹렬히 비난한 것을 여론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오바마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에 앞서고 있는, 불과 대여섯 달 전까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롬니의 발언들이 사람들을 화나게 했고, 공화당도 이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은 선거의 주된 화제와 담론을 바꾸려고 하고 있지만 그걸 바꿀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김민웅 : 롬니는 기업의 자유와 개인의 자유를 믿는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시장주의자다. 복지제도의 확충에 대해서는 적대적이다.

월러스틴: 복지제도를 없애서 복지수혜가 없어지면 사람들이 시장에서 벌 수 있는 돈만 남는다. 그러니까 그가 말하는 자유는 그런 자유인 것이다. 어떠한 방식의 복지제도에 대해서도 그는 반대되는 입장을 취해왔다. 간단하게 말하면, 공화당의 우파는 우리가 연방세, 사회보장제도, 의료보험 등이 없던 때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니까 당연히 공화당은 이 모든 복지체제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김민웅 : 그러면 공화당은 그 모든 영역을 시장의 손에 맡기는 이른바 민영화, 또는 자본에 의한 사유화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월러스틴: 그렇다.

김민웅 :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인들은 미국이 이제는 경제적으로 세계를 완전히 지배하고 이끌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 않는가?

월러스틴: 물론 누구에 대해서 말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일례로 헨리 키신저의 경우는 미국이 여전히 세계 경제를 이끄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헨리 키신저는 요즘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다. 공화당이 미국이 하락세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이유는 이것저것 사과하는 민주당 정부 때문이라고 여긴다. 또한 그들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조금 더 강력한 자세로 대외정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민웅 : 보통의 미국시민들은?

월러스틴: 미국인들의 생각은 양 갈래로 갈라져 있다. 사람들은 최근까지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멋지고 힘이 센 나라이며 모두가 미국에 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었다. 미국을 세상 모두의 '희망'이라 생각했었다. 최근에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약간의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정신에 스며들지는 않는다. 미국이 교육 능력에 있어서 1등이 아닌 19등을 했다는 점 등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조금씩은 알아채가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도자들 때문에 이런 인식을 고치는데 오히려 어려워진다.

▲ 월러스틴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미국이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공화당도 맹렬히 거부하고, 오바마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꽤 잘하고 있고, 사람들은 미국을 존중하고, 그리고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바마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힘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물론 오바마가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그렇다.

김민웅 : 롬니의 경우에서 보듯이, 공화당은 지속적으로 시장의 힘과 자유로운 기업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정말 롬니 시스템을 원하는가, 아닌가?

월러스틴: 미국인들은 복지 제도를 원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지불'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웃음) 하지만 알다시피 이는 많은 나라에서 현실이다.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낮은 세금을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증진된 복지를 원한다.

김민웅 : 하지만 복지제도를 위해 세금을 지불하면, 결국 사적으로 부담했던 부분이 공적으로 해결되어 사실상 총지출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그게 복지제도의 중심에 있는 원리 아니겠는가?

월러스틴: (웃음) 이 문제로 당신이 나를 설득할 필요는 없다. 당연히 매우 높은 세율에 엄청난 복지혜택을 가진 나라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은 꽤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등은 매우 높은 세율과 매우 높은 복지수준을 제공한다. 복지혜택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아마 미국인들은 이 국가들이 얼마나 대단한 복지체제를 가지고 있는지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알다시피 미국의 복지제도 수준은 별로다. 한국보다 상위에 있는지 아닌지는 수치를 비교해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상위권이 아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세계수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복지 수준을 제공하는 나라이다. 또한 세계 기준에서 미국은 낮은 세율을 부과한다. 유류세 조차도 미국이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줄어든 교육예산, 벌어지는 교육격차

김민웅 : 미국의 교육제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월러스틴: 미국의 교육제도는 현재 엉망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미국의 교육제도는 무엇보다도 사실상 인종차별적인 제도이다. 실질적인 차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대다수의 유색인종들은 (흑인, 히스패닉 등) 공립학교에 다니고,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는 곳에 사는 대다수의 백인들은 사립학교에 다닌다. 백인들도 백인들만 있는 지역이면 공립학교에 가긴 한다.

공립학교에 지원되는 돈은 대체로 줄어들었다.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이 교육 재정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로 학급당 인원수가 증가하고, 수업재료, 취약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 등이 줄어드는 등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서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안에 대한 논의가 펼쳐지는데, 그 하나는 학생들이 시험을 보게 하고 시험을 잘 못 본 학교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들이 교육에 있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동기부여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시험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되니, 사람들이 교사들의 능력이 문제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공립학교 교사들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노조의 힘을 가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그러나 미국 시민들은 노조에 대한 편견과 선생님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선생님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처벌해야 한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이번 해에 학생들의 성적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선생님들을 어떻게 해라 뭐 이런 식이다.

또한 저소득층의 교육을 사립학교방식으로 풀고자하는 시도가 있다. '챠터스쿨'(charter school) 같은 것 말이다. 사립학교의 일종인 챠터스쿨의 기금의 일부를 주 정부가 지원하고, 공립학교가 사립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가 먹힐 것이라고 본 것이다.

김민웅 : 챠터스쿨은 공립학교 중 정부가 지정하는 것인가?

월러스틴: 아니다. 사립이 주체인 학교가 주정부에 챠터스쿨을 열 수 있는 권리를 얻도록 지원을 한다. 그리고 챠터스쿨은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정부의 지원과 사립학교의 결합이다. 이러면서 공립학교는 점점 더 뒤로 처지는 것이다. 그런데 챠터스쿨의 문제는 챠터스쿨에게 학생들을 선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수한 학생들만 받는다. 이러니 차터스쿨이 좋은 학교가 되는 것은 쉽다. 공립학교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물론 실제로 챠터스쿨들이 공립학교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거라고들 믿고 있다.

정리하자면 학생들에게 시험을 강요하고, 교사노조를 해체시키는 방안과 학교를 사립학교에 사유화 시키는 방향으로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공화당 지지자들 뿐 아니라 보수 성향을 띄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 지지층을 가려내는 구분선은 명확하지 않다. 이런 교육 정책들은 얼마 전에 끝난 시카고 교사 파업에서 큰 논쟁거리가 되었다.

▲ 시카고 공립교사 파업 ⓒAP=연합뉴스

시카고에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오래된 교사 노조가 있다. 그들은 매우 전투적이다. 그들은 챠터스쿨 설립과 학생 시험 성적에 따른 교사 평가에 굉장히 적극적인 민주당 시장과 대치해야 했다. 민주당 출신의 시카고 시장은 여러 평가 방법들을 내놓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사들은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래서 결국은 합의를 통해 파업은 끝났다. 교사들이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교사노조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인 성공이었고, 시장에게는 이것은 교육정책에 있어서 시험 무대 같은 것이었다. 단순히 말하면 파업은 성공적이었고, 교육 정책이 시험 강화와 사유화의 방향으로 가는 것을 한동안은 늦출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런 쪽으로 가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존재한다.

김민웅: 몇몇 주들은 교육 예산을 줄였고, 교사들을 해고했다. 그렇지 않은가?

월러스틴: 먼저 몇몇 주들이 아니라 거의 모든 주가 교육 예산을 축소하고 교사들을 해고했다. 그러지 않은 한 두 주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에서 몇 년간 교육이나 보건 분야의 예산을 줄였다.

김민웅 : 그러면 그 돈들을 어디에 썼는가?

월러스틴: 다른 곳에 쓴 게 아니라 대부분 총 예산의 절대적인 부분이 줄었기 때문이다. 경제상황에 문제가 있었고, 예산을 활용하기 위해서 주들이 한 일은 조금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양의 교육 예산을 축소시킨 일이다. 예를 들어, 대학의 경우 주립대학의 공공기금은 어마어마하게 줄어들었다.

김민웅 : 교육철학은?

월러스틴: 교육철학이라고 하면 무슨 뜻인가?

김민웅 : 교사들이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것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이 바탕에는 어떤 교육철학의 변화가 있는 것인가?

월러스틴: 현재 미국에서는 교육에 대한 대단히 다양한 관점들이 있다.

김민웅 : 최근에 법 철학자 마샤 누스바움이 경제적 이윤이 교육의 목적이나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Not For Profit>이라는 책을 썼다. (국내에서는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로 번역되어 있음)여기서 그는 미국의 교육위기를 거론하면서 미국의 현 교육철학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미국 교육에서 인문학이나 철학에 대한 강조가 굉장히 약하고 이는 교육의 위기라고 말하였다. 오늘날 미국이 교육을 통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점에서의 교육철학의 상황에 대한 질문이다.

월러스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이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장을 받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래야 소득수준이 더 높아지니 말이다. 따라서 그들은 교육철학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 대부분은 그저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만사 오케이다.

그런데 교육과 관련해서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험에 대한 강조가 이것은 특정한 질문에 대해 답을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를 묻는다. 교육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상대적으로 의미가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누가 지지를 표할 것 같은가? 흥미롭게도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부유한 동네나 백인 들이 많이 거주하는 공립학교 학부모들은 시험위주의 교육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의 교육 등, 우리가 진보적인 교육이라고 말하는 교육을 원한다. 그들은 시험이 아이들을 힘겹게 하며 의미가 없다고 비판한다.

미국에는 진보적인 교육에 대해 매우 오랜 전통이 있다. 뛰어난 교육철학자인 존 듀이 같은 인물이 그런 방향에 기여했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시험 중심적인 교육은 퇴행적이며, 사실 여기에는 철학이라고 할 만 한 것도 없다. 이건 정말 저소득층 출신의 학생들에게 교육이라는 방식을 통해 고통과 처벌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소득층을 충분히 지원하여 부유층이 그들의 자녀에게 원하는 것 같은 교육 대신에, 이런 시험 중심의 교육제도를 택하는 것은 미국 교육의 현실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러니까 사실 교육철학은 한쪽에 치우쳐 있다. 진보적인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의 철학과, 교육의 본질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김민웅 : 이런 교육위기에 대해서 어떤 제안이 있는가?

월러스틴: 무엇보다도, 부정적인 영향만 많고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시험 중심 제도로부터 탈피해야한다. 그리고 교육제도의 개선과 질적 발전에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아마 핀란드가 대부분의 교육 평가에서 세계 최고인데, 사실 이는 핀란드가 교육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국가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학생 1인당 투자액이 세계최고다. 그리고 핀란드의 경우 나라 전체에 걸쳐서 교육에 대한 투자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우선 법적으로 교육은 '주정부'의 영역이지 '연방정부'의 영역이 아니다. 주정부의 경우 대부분은 각 지자체가 결정하게끔 한다. 그래서 미국은 나라의 각 지역마다 교육에 대한 투자액이 다르다.

핀란드는 그러지 않는다. 도심, 시골 어디에 있든 모든 곳에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학교로 분배된다. 그리고 핀란드는 대부분의 기준에서 굉장히 훌륭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핀란드의 상황을 보면 미국에서는 공립학교제도가 문제라고 하지만, 공립학교가 문제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핀란드에는 사립학교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다 공립학교이다.

김민웅: 당신의 말을 들으니, 미국의 정치와 교육이 제기하는 문제는 우리와 상당히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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