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지역 10개 대학의 2012년도 대입논술고사 시험 문제를 조사·분석한 결과 10개 대학 모두 본고사 유형의 논술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54.8%의 대학은 대학 교재에서 논술문제를 출제했다.
이 단체는 12일 오전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위의 내용을 포함한 기자회견을 열어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을 넘어선 본고사형 대입 논술고사를 비판했다. 이 단체는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논술고사 시행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위반"이라고 밝혔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대학들이 평소에는 출제 준비를 하지 않다가 시험 1주일 전에 준비하는 게 문제"라며 "교수들이 (대학 교재에서) 자기가 아는 부분을 출제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는 학생이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공부하지 않고 대학이 가르치는 것을 공부하게 만들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를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연세대와 서울대 그리고 한양대의 경우 위반 정도가 심각하다. 이들 3개 대학의 경우 수리논술고사 문제 전부가 대학 교재 내용이며 본고사형이다"라고 이 단체는 강조했다.
본고사형은 수학·과학에서 풀이과정과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를 지칭한다.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논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대학 입시 논술에 본고사형 문제를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인문계 논술고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단체는 "영어 제시문을 출제한 학교가 경희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한국외대의 4곳이다. 수학 문제를 인문계 논술에서 출제한 학교도 경희대,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의 5곳"이라고 지적했다.
논술고사에서 영어 제시문을 내거나 수학·과학 관련 문항을 출제하는 것 역시 교육부가 제시했던 '대학별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에서 금지한 항목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가이드라인에서 "(이를 위반할 경우) 본고사로 간주하여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대학 자율화를 강조하면서 '대학별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은 폐지됐다. "그 이후 대학들이 이런 상황을 틈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다시 영어 제시문과 수학 문제를 출제하기 시작했다"고 이 단체는 주장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를 비판했다. 대교협은 4년제 대학의 모임에 불과했으나 2008년부터는 대학입시 업무 관장 기구가 됐다. 윤 대표는 내규를 어긴 회원 대학에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단순히 대학연합체의 역할만 하고 있는 대교협에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대교협은 이번에 규정을 어긴 대학들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정부의 시정 명령이 내려진 후에도 2013년 대학별 논술고사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고발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만약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을 경우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고발 절차도 진행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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