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사업은 국가가 세금을 걷는 행위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이러한 면세특권을 사업자에게 부여했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국가 특혜사업이다. 군사정권 시절이었던 1962년 '면세사업 수익은 공익적 재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정부방침에 의거 '외화획득을 통한 관광진흥 재원확보'를 위하여 관광공사가 1962년부터 면세점 운영수익사업을 50년 동안 해오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또 하나의 군사정권 시절이었던 1980년에도 이어져서 그 해 9월 국보위 위원장 결재로 '관광공사의 공항면세점 단독운영'이 결정되기도 했다. 공항면세사업 운영수익의 공익목적 활용 취지로 결정했던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군사정권에서 특혜사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인천공항면세점 ⓒ연합 |
면세사업 허가는 필연적으로 국가 조세수입의 감소를 가져오고, 줄어든 조세수입을 메꾸기 위해 다른 곳에서 세원을 찾아 결국 국민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대해 당시 군사정권들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면세사업은 특혜사업이고 공기업이 이런 특혜사업을 운영하면서 나오는 수익을 공공부문에 재투입하게 했던 강제지침들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부방침에 의거 1962년부터 1998년까지 약 36년간 공항면세점은 공공기관인 관광공사에서 전담으로 운영해 왔으며, 특혜사업 운영수익으로 외래관광객 유치활동을 위한 해외마케팅활동, 국내관광 기반조성, 관광단지개발 사업 등 국가관광발전에 재투자 하는 선순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특혜사업 영역과 공공부문에 대한 둑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군사정권이 종식된 이후부터이다. IMF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와중에 당시 정권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공공부문과 특혜사업에 대한 빗장을 활짝 열어주기 시작했다. 1998년 IMF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의한 경제운용 정책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공항 면세점 사업에 민간 업체의 참여가 허용되었다. 면세사업을 단순히 유통사업의 하나로 보는 시각에 따라 특혜사업이었던 공항면세점에 민간 기업의 참여가 허용된 것이다. 이후 공항면세점의 운영은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서로 경쟁하는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결국 2011년 면세점 매출기준으로 연간 5조 3700억 원에 달하는 면세점 특혜사업의 약 79.13%인 4조 2 500억 원이 민간대기업인 롯데와 신라 두 곳에서 장악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 결과로 사적기업의 이익만 극대화하고 면세점 수익의 공적부분에의 투입은 극도로 축소되었다. 현재는 면세사업의 모든 혜택이 공기업선진화 그늘 밑에 숨어서 민간대기업 두 곳으로 이전되고 있으며, 인천공항에서 2013년 2월에 그 마침표를 찍을 태세다.
면세점에서 국산품들이 왜 왕따 당하게 되었는가?
민간기업 면세점의 경우 수익성의 원칙에 따라서 외산 수입품 판매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외산 수입품들의 경우 세금 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수입관세가 면세되고 이 외에도 개별소비세(특소세), 부가세 등이 면세되기 때문에 시내 백화점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국산품들은 부가세 정도만 면세되는 정도라 시내 백화점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이윤도 거의 남지 않는다. 따라서 민간기업 면세점들은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수입 외산품 판매에 치중할 수밖에 없으며, 면세점에서 국산품들이 왕따 당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을 민간기업의 잘못이라고만 매도할 성질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왕따 현상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가 이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관세청의 면세점 국산품 판매증진 발표, 착시현상 불러올 수 있어
최근 시내면세점의 국산품 매출이 많이 늘어났다고 발표되고 있기는 하지만 2011년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의 외산수입품 매출 4조 4000억 원(81.9%)에 비하면 국산품 매출은 9700억 원(18.1%)으로 외산수입품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으로 작은 매출규모 속에서의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전체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매출의 성장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국산품 매출 고속 성장 중'이라는 착시현상을 유도할 뿐이다.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매출이 증대되는 것에 비례해서 면세점에서 판매할 외산수입품들의 매출도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면세점에서 판매할 외산품 수입에 따른 국부유출 금액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내수산업 확대로 수출과 내수가 국가경제를 함께 받치는 구조 필요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국산품은 국내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의 기초인 국산원재료, 제조, 국내유통을 거처 면세점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진정한 수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내수시장을 당장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최근 5년간 국내 면세시장 총 매출은 19조 5000억 원으로 이중 외산수입품의 판매는 16조 4000억 원(84%)이며, 국산품 판매는 3조 1000억 원(16%)으로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판매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임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경우 2011년도 연 매출은 1조 6000억 원으로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가 10% 정도를 나머지 두 민간대기업(신라와 롯데)이 90%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의 매출 중 국산품 판매비중은 약 45%인 반면, 두 민간대기업 면세점은 수익성을 앞세워 외산수입품 판매에 열중하고 있어 국산품 매출은 약 20% 내외에 그치고 있다. 수익성을 제일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의 속성 때문이다.
대통령의 내수 진작 끝장토론에 대한 인천공항공사의 동문서답
이명박 대통령은 7월 21일 세계 재정 위기의 영향으로 침체된 실물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놓고 정부 및 민간전문가들과 '끝장토론'을 벌인 바 있다. 소비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여름휴가 기간을 맞아 관광을 독려하고, 골목 상권·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소비 심리를 개선하는 방안 등에 대해 여러 해법이 제시된 바 있다. 그리고 드디어 9월 3일 기재부 등이 참가하는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편의를 높이고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 설치를 조속히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심화되는 내수부진을 정부가 외국인 손님을 통해서 타개하겠다는 방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아직도 가까운 길을 두고 정부가 먼 길을 돌아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통령까지 참석한 내수활성화 토론이 토론으로만 끝나고, 정책은 겉도는 현상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자 공문을 통해 '향후 촉박한 입찰일정 등을 고려할 때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에 대해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해 왔다. 이는 관광공사가 지난 6월 25일 자로 인천공항면세점의 연장계약을 요청한 데 대한 답변 공문이었다. 관광공사는 연장계약 요청 공문을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인천공항면세점을 존치시켜 우수 국산품 판매를 계속하여 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국산품 육성을 위한 공익적 역할을 계속 수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인천공항면세점의 점유율은 롯데 50%, 신라 40%, 관광공사 10%이며,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은 매출액의 약 45% 규모를 국산품 판매로 유지하여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돕고 내수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지난달 30일자로 보낸 공문은 정부의 내수활성화 대책에도 찬물을 끼얹는 내용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는 입찰을 통해 인천공항 면세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대기업들에게 나머지 파이 10%까지도 넘겨주어 자신들의 임대료 극대화에만 몰두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인천공항 면세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는 민간대기업 면세점들에게 국산품 판매를 맡기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겠다는 말이다. 이는 대통령까지 밤을 지새우며 내수활성화를 논의한데 대한 동문서답이며, 인천공항에서 국산품 판매의 활로를 통한 내수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관광공사의 공익적 임무수행 의사도 묵살하는 처사로 보인다.
연간 5조 매출 국가특혜사업 면세사업, 최소한의 공공성은 유지되어야
면세사업은 국가에서 징세권 포기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공공재의 성격을 지녀야 특혜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 50년간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가 면세점 수익을 관광진흥 부분에 재투자하는 한편 면세시장에서의 국산품 보호 육성이라는 역할로 면세사업의 공공성을 일정부분 유지해 왔던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면세사업에서 철수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비와 마케팅비용 등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데, 이 비용은 물론 국가세금으로 충당될 것이다. 국가세금을 절감하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국가세금을 더 지출할 필요가 있겠는가?
면세시장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네 가지
현재 재벌독과점, 특혜시비 그리고 국산품 왕따 등으로 왜곡되어 있는 면세시장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으로 네 가지 정도의 대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현재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관광공사 매장을 국산품 전용매장으로 계속 존치시켜서 우수 국산품 판매 및 육성 등 공적인 역할을 계속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경우 면세시장에 대한 재벌들의 독과점을 어느 정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둘째, 면세사업에 대한 특혜시비를 방지하기 위해서 민간대기업 면세점들도 면세점 매출액이나 수익금 중 일정액을 공적기금에 출연시키는 법령이 제정되어야 한다. 국민 부담 없이 정부의 추가적인 세수확보가 가능하다.
셋째, 공항면세점 매장의 일정 공간을 국산품 판매 공간으로 의무화시키는 법령제정이 필요하다. 주권이 미치는 마지막 땅인 공항에서 국산품들이 왕따 당하는 모습을 출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넷째, 인천공항에서 판매되는 국산품들에 부과하는 영업료나 임대료를 외산수입품들에 비해 인하시켜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럴 경우 국산품들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되어 외산수입품 판매에 열중하고 있는 롯데나 신라 등 민간대기업 면세점들도 국산품을 팔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나서서 국산품을 판매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국가의 추가적인 세수확보는 물론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판매비율을 중장기적으로 40%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판매비율을 현재 18% 수준에서 2년 내 40%로 끌어올릴 경우 이를 면세점시장 매출로 환산할 경우 면세시장의 국산품 수출을 연간 9700억 원에서 2조 1000억 원 이상으로 200%가 넘는 급성장과 아울러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