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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1년…이런 건 고쳐주세요"

[공교육의 새 활로, '혁신학교'·④] "아이들이 일궈낸 혁신학교라는 밭"

'혁신학교'는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다. 입시 위주의 과거 획일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혁신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 중심'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입되던 강의식 교육이 아닌 교사와 학생 간 상호협력을 통해 수업이 진행된다.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 모둠 수업 등이 그것이다.

혁신학교는 기본적으로 교장과 교사에게 학교 운영 및 교과 과정의 자율권을 부여해 교육 주체의 자발성을 통한 다양화·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위로부터 내려오던 교육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혁신학교 시행 1년, 변화의 바람이 곳곳에서 불고 있다. 강남 학부모가 다른 지역 혁신학교 입학을 위해 줄을 서고, 혁신학교 인근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등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 공동체 역시 되살아나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60여 개의 혁신학교가 운영 또는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혁신학교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의 실험일 뿐 혁신학교가 무너진 공교육의 대안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혁신학교는 변화와 변혁의 한 가운데 있다.

<프레시안>은 두 차례에 걸쳐 우리 교육 현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접 들여다봤다. 이번에는 혁신학교를 경험한 교육의 3주체 '학생-학부모-교사'의 체험기를 직접 듣고자 한다. <편집자>


[공교육의 새 활로, '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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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된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삼정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생겼다. 그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을 들자면 우리 학교가 학생들과 같이 '혁신학교'라는 도전을 한 것이다. 이 도전은 서로를 하나로 만들어준 최고의 계기가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2학년 때 삼정중학교가 혁신학교가 됐다. 처음엔 거부감도 들고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혁신학교와 관련해 일본에서 지역 꼴찌를 하던 학교가 일등 학교가 되었다는 강연을 듣고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반면에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 삼정중학교 모둠수업 모습 ⓒ이유진

혁신학교가 기존의 자리배치, 수업 방식과 모둠활동 방식을 확 바꾸면서 모두 새로움에 들뜨고 즐거워 보였다. 선생님을 바라보고 앉던 1학년 때에 비해, 서로를 바라보는 형태의 자리배치로 바뀐 이후에는 그전보다 자는 친구가 줄었다. 서로가 서로의 감시 카메라가 된 기분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서로에게 그만큼 관심도 커졌고 수업할 때 소통도 훨씬 잘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1학년 때에는 모둠활동은 거의 없거나, 한다고 해도 소외되는 친구들도 많았다. 잘하는 아이들만 모이다 보니 모둠활동이 한쪽에 치우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2학년 때가 돼서의 모둠활동은 '학교에 가는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혁신학교가 좋아진 이유 중 하나이다.

책상을 돌려서 모둠 대형을 만들어 수업하는 형태는 번거롭기도 했고, 처음엔 서로 어쩔 줄을 몰라 매우 당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였을 뿐 점점 익숙해지자, 모둠활동을 해야 수업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점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서로 노력하고 한마디라도 더 나누려 했고 다른 친구가 소외되지 않을까 관심을 쏟았기 때문에, 우리 삼정중학교의 모둠활동이 지금 수업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모둠수업을 통해 수업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내면서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다 보니, 각자의 주장을 한 마디라도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자라기 시작했다. 또 서로에게 관심을 쏟다 보니 아무리 이상한 내용이라도,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의견이어도, 대수롭지 않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서로를 이끌어 주게 됐다. 과장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친구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서로에게 있어, 하나의 '배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유진
모둠활동과 상대방을 바라보는 자리배치는 서로의 생각과 주장을 듣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모든 걸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줬다.

이렇게 외형적인 것만 바뀐 것은 아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자신이 혼자 찾고 답을 써 내려가는 수업이 아닌, 점프 문제라고 해서 모둠활동으로 서로 이야기를 해 생각을 합쳐야 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문제들이 제시되기도 하는데, 교과 내용을 더 깊게 넓게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들도 혼자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방식이 아닌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업을 함으로써 수업이 재미가 있고, 공부에 흥미가 생겼다. 이 모든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1학년 때의 성적보다 2학년 때 혁신학교 수업형태를 거치고 나니 성적이 많이 향상되었다. 평균 5점에서 6점씩 올랐다. 주위 친구들도 보통수업 방식 때는 10분도 채 안 듣던 수업을 모둠수업을 하고 소통이 많아지는 수업을 하면서 더 참여하다 보니, 성적이 향상될 수밖에 없었다. 3학년이 된 지금, 수업을 할 때 친구들을 보면 자는 친구들이 거의 없고, 왕따 및 소외된 아이들도 사라진듯하다.

그리고 모두들 혁신학교의 배움의 공동체 수업방식에 적응이 돼서 그런지, 새로 부임한 일부 선생님들의 1학년 때 수업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을 여럿 보았다.

혁신학교 1년 "이런 건 고쳐주세요"

이렇게 좋은 면들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는 모둠 활동이다 보니 '나 아니어도 친구들이 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모둠친구들에게 의존하고 나태해지는 친구들을 보았다. 친구들이 프린트에 토론하고 답을 달고 있을 때 엎드려 있거나 다른 친구와 놀고 있다가 프린트의 답이 다 채워지면 그 답만 베껴 검사를 맡는 그런 유형의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친구들은 아마도 모둠 활동이 귀찮거나, 아직 혁신학교의 참맛을 깨우치지 못해서일 것이다. 이런 경우엔 모둠 친구들의 따끔한 한마디나, 혁신학교의 규율을 조금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 학교에는 전체 학생이 지켜야 하는 수업규칙이 없는데, 지금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 중이다. 규칙이 제정되면 이런 나태함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모둠 편성 시 남자 또는 여자 수 중 한쪽이 모자랄 경우다. 아니면, 모둠에서 4명의 성적이 골고루 분포되어야 하는데 한 모둠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경우도 문제가 있다. 모둠 활동은 남자 둘, 여자 둘로 대형이 만들어졌을 때 다른 성을 갖은 친구가 앞에 앉게 되는데 우리학교 같은 경우, 남자가 여자보다 6명에서 8명 많아 남자들만 모둠을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잘 이끌어 나가는 모둠도 당연히 있지만, 뒤처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뒤처지게 되면 다른 조에 비해 수업 참여도가 낮아져 하나둘씩 혁신학교 수업에서 멀어져간다.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선 성격유형이나 성향 파악 등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거쳐 모둠 형태를 골고루 분포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삼정중학교 선생님들 ⓒ이유진

세 번째로는 선생님들의 수업방식이다. 혁신학교 수업에 완벽히 적응하고 요점을 파악한 선생님들의 수업은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선생님들의 수업은 가끔 모둠활동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하거나 교과 내용에서 약간은 벗어난 느낌의 문제를 내곤 한다. 그리고 수업을 할 때 아직까지 보통수업 방식을 버리지 못한 선생님들이 있다. 이럴 때는 종종 엎드리거나 떠드는 친구들이 늘어 수업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혁신학교 수업에 적응한 아이들은 일반 수업형태를 다시 접하게 돼 지루해하는 등 틈이 생겨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 혁신학교 수업방식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문제점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서로 연구하고 토론하며 수업을 혁신하려는 의지가 크기에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혁신학교를 통해 교육적인 부분도 변화가 많았지만 학교 내에서의 문·예·체 활동 등 학생과 교사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협동적인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학년별 구기대회, 학생들의 뜻을 중요시해주는 생활 자치부의 활동적인 모습 등 학교 전체적인 분위기가 배움의 공동체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본보기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또 확연히 변화를 볼 수 있는 부분은 학생과 선생님과의 관계다. 일방적인 관계를 벗어나 토론하고 의견을 들어주는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학생과 선생님의 사이가 예전보다 돈독해진 것 같다. 따라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으며, 평화롭고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데 학생, 선생님, 부모님 모두가 훌륭하게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진

혁신학교를 과감히 선택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학생도 선생님도 노력해서 일궈낸 우리학교의 혁신학교라는 밭은 벌써부터 큰 결실을 거두어들이고 있고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앞으로 혁신학교가 널리 퍼져 많은 학교가 혁신학교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공동체 생활 및 민주적인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더욱 발전하리라 아직은 멀지만 큰 기대를 해본다.

아직은 진행형이지만 삼정중학교처럼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에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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