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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의원 특권만 줄이면 좋은 정치 되나?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특권 줄이고 일꾼 늘리자

지난 5월 30일 19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아직 여야가 개원합의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당의 압도적 우위로 시작된 18대 국회가 끝나고 야당의 근소한 열위로 시작된 19대 국회는 올해 대선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까지를 거치며 한국사회의 중요한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 19대 국회개원 안내 홈페이지(http://www.assembly.go.kr/open19)

그런데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새로운 국회 시작 즈음에 매번 반복되는 논란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특권'에 대한 비판과 적당한 수준의 자성의 목소리들이다. 이번 19대 국회 시작 즈음에도 여지없이 약 200여 가지에 달한다는 국회의원들의 각종 특권에 대한 비판이 언론과 SNS 등에서 거세게 일었다. 물론 그 중에는 행정부를 감시해야 하고 입법권을 담당하는 입법부로서의 국회와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정당한 활동을 폄하하거나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도 없지는 않다. 실제 SNS 상에 돌아다니는 '국회의원의 특권 200가지'라는 목록 중에는 특권이 아니라 입법부로서의 정당한 권리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행정부의 과도한 권력남용에 대한 비판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셌던 지난 4년을 돌아보면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입법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조금 어색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백 보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특권들은 국민 정서상에도 그리고 실제 입법 활동의 여부에 비추어보아도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철도 등의 무료이용이나 3000만 원에 달하는 차량유지비 지원, 헌정회 연금 등이 대표적인 불필요한 특권이라 할 수 있다.

ⓒ조성주

문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비난하고 나아가 이를 폐지하면 한국 정치가 좋은 정치로 변모할 수 있는가이다. 야권지지자들이 줄기차게 이명박 대통령을 씹고 비아냥거려도 정작 좋은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정치는 욕한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만큼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들이 참여하는 만큼 변하지 못하는 정치제도에 더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의 특권 문제도 이런 측면에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특권을 폐지하면 좋은 정치가 되나?

사실 국회의원들의 다수는 충분히 상위계층이다. 그들은 이미 수십억, 수백억 원의 재산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국회의원에게 제공되는 특권이 없이도 충분한 사회적 특권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편 역설적으로 이 정도의 재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 국회의원의 다수가 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기도 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참조

실제 19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규모를 들여다보면 재산이 2조 원에 달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하고도 평균 28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참조) 28억 원의 재산이 있다면 사실 국회의원 특권으로 제기되는 차량유지비나 통신요금 지원, 각종 교통수단 무료이용 등이 없어도 이들은 별 상관이 없다. 그런 특권이 없어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이들은 입법권을 활용하여 세상을 움직일 수 있기에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고, 그 이면에는 수없이 복잡한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인즉슨, 특권을 폐지하는 것은 좋은 정치를 만드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200개에 달한다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2조 원 재산을 가진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친노동 의원으로 변할 리 만무하고 진보신당(현 진보신당 연대회의)의 청소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순자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서도 또 과도하게 누리는 국회의원들의 특권과 권위를 폐지하고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특권을 폐지하는 과정을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한 밑거름으로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건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정치를 위한 비례대표제 확대의 어려움

한국 정치가 좋은 정치로 변하기 위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과 관련자들은 한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로 '비례대표제' 확대를 꼽는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비례대표제에 안 좋은 인식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비례대표가 충분히 확대되었다면 소수파의 비례대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경쟁의 과열도 막을 수 있다. 한편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목소리를 정치에 더 잘 반영하도록 기능하며 신생 정치세력의 출현도 손쉽게 한다. 즉, 녹색당, 청년당과 같은 새로운 정치실험들이 원내에 진출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의미다.

한편, 아주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것, 특히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정치권력 구조의 재편을 논하는 동시에 경제권력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비례대표제가 확대된 정치구조에 있는 국가들이 평등, 분배 등이 더 잘 작동하는 경제구조를 만든다고 한다. 스웨덴이나 독일 등의 비례대표제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경제구조를 만드는데 일조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비례대표제의 정치경제 : 연합정치/사회적 협의 그리고 복지국가", 제1회 PR포럼 '한국정치개혁 비례대표제 강화가 급선무다' 선학태 전남대 교수 발제문 참조)

하지만 누구나 입을 모아서 이야기하는 '비례대표제 확대'가 현실에서 가능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지 못하고 정작 비례대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19대 총선 직전 여야는 선거구 개편의 차원에서 합의로 국회의원 숫자를 단 1명 늘렸을 뿐이나, 이에 대해서 국민들은 엄청난 비난과 냉소를 보낸 바 있다. 이러한 분노와 냉소의 근저에는 앞서 언급한 국민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활동을 하면서 특권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다. 특권과 부패로 얼룩진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정당하나 한편에서 그러한 분노가 한국 정치의 개혁과제인 비례대표제 확대를 막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작 의원정수가 적절한 규모로 확대되고 그만큼이 비례대표가 확대되어야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원, 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고 바로 이들이 배제된 자들,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자, 청년, 여성, 이주노동자 등 더 많이 배제된 자들, 더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좋은 정치라 할 수 있다.

특권은 줄이고 일꾼은 늘리고

그런데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고 그 분노의 근간이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한 혐오라면 오히려 국회의원들의 불필요한 특권을 폐지하는 만큼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떨까? 특권은 줄이고 국민을 위한 진짜 일꾼은 늘리자는 말이다.

실제 다수의 정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한국의 국가규모에 적절한 국회의원 숫자는 인구수의 '세제곱근'보다 조금 많은 약 400여 명이라고 한다.


현재 국회의원 숫자가 300명이니까 약 100여 명을 늘려야 적정한 국회의원 숫자인데, 이 늘어나는 100명의 국회의원을 비례대표제 확대로 하고 그에 걸맞게 국민들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특권들을 줄이는 것이다. 일례로 각 의원들에게 제공되는 차량유지비를 없애고 연 1억5000만 원 규모의 의원 세비를 1억 원 정도로 조정하고 국회의원 연금만 폐지해도 40여 명 정도의 비례대표 확대가 가능하다. 상임위원장들에게 제공되는 월 1000만 원 규모의 판공비와 해외시찰 국고지원이나 수당 등을 조정하면 이 숫자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렇게 될 수만 있다면 국민적 비난을 초래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제한하면서 한국 정치개혁의 최대과제인 비례대표 확대를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더 잘 반영되고 신생 정치세력이 정치의 활력을 불어넣는 정치개혁이 가능하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꿈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일꾼은 늘어나고 혐오하는 특권은 줄어들게 할 수 있다.

지난 몇 개월간 정치개혁운동을 고민하는 각 청년단체들은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한 PR포럼 등과 함께 비례대표제 확대운동을 위한 워크숍과 논의를 해왔다. 한국 정치의 미래 주역인 청년들이 비례대표제 확대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정치개혁운동이 학자들의 담론을 넘어 국민적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정치개혁운동이 국민적 운동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과 대안에 대한 제시가 함께 되어야 하는데 그 일환으로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특권폐지 비례대표제 확대'를 대중적 운동으로 진행할 고민하고 있다.

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일어난 각종 논란들로 인해 그 어느 때 보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큰 19대 국회다. 또한 연말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히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 일반에 대한 냉소와 욕설로는 좋은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권에 대한 분노가 대안을 위한 열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한 건설적 에너지로 돌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이것이 2012년 비례대표제 확대운동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취지문]

PR청년포럼은 PR포럼의 청년그룹으로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하는 개인, 청년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정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R포럼에서는 청년들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속에 합의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례성, 다양성, 공정함이 보장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조금은 거칠지만 생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열망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정치의 해인 2012년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우리 사회 주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하는데 청년들의 이 작은 몸짓들이 마중물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PR청년포럼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prforum.tistory.com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슈퍼스타K가 아니다

-구럼비 파괴되던 날, 나는 비례대표제를 고민했다
-이게 선거인가! 이게 사는 건가!
-그래서 결국 경제 민주화는 누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야권연대 '협박의 정치'를 끝내라
-국회의원 복지부터 스웨덴식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
-통진당 사태는 선거제도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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