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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맞았어요. 저를 용서해줘요. 엄마…"

폭력에 시달리던 고교생 또 투신…담임, 눈치조차 못 채

16살 대구 고교생이 또 목숨을 끊었다. "저는 거의 매일 맞았어요"라며 "절 용서해줘요. 엄마보다 먼저 가서"라는 목소리는 영영 메아리로 남게 됐다.

지난 2일 오후 7시께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한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김 모 군은 아파트 CCTV를 통해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0일 대구에서 중학생이 자살한 이후, 이 지역에서만 모두 8명의 중·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군의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1월 김 군이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선후배들로 구성된 축구동아리에서 구타를 당해 고막을 크게 다쳐 가해 학생 부모들과 합의를 한 적이 있다"며 김 군이 쓴 A4 용지 3장 분량의 메모를 제출했다.

▲ 김 군이 지난 1월께 쓴 메모. ⓒ뉴시스

김 군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유서 형식의 글에는 "전 더이상 살기 힘들 것 같아요. 올해 초부터 어떤 녀석에게 조금만 잘못해도 맞고, 시키는 것은 다하고, 매일 집까지 데려다 줬어요. 오늘도 (그 녀석이) 축구를 하자고 나오라고 했는데, 10분 늦었다고 때렸어요. 그래서 이유를 설명하는데 변명한다고 또 때리더군요"라고 적혀 있다. 김 군은 또 "○○초등학교 앞 CCTV를 돌려보면 (내가) 매일 잡혀가는 모습이 나올 것"이라며 "거짓말 탐지기를 써서 그 녀석들 꼭 벌을 주라"고 덧붙였다.

김 군이 말한 '그 녀석들'은 김 군이 다녔던 중학교 선후배들로 구성된 축구동아리 회원으로 추정된다. 김 군은 숨지기 직전 카카오톡으로 축구동아리 회원에게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 군의 학교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김 군의 담임교사 박 모 씨(52)는 "(김 군이) 평소 밝은 성격인데다 학교생활을 잘하고 성적도 상위권이며 교우관계가 좋은 모범생이었다"고 전했다. 담임교사와 학교 학생부장 모두 김 군이 축구를 좋아해 축구 모임에서 활동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학교 밖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학교폭력 설문조사에서도 김 군의 피해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박 교사는 "수 차례 면담을 했지만 학교 선배나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연일 학교폭력 예방 대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경찰과 교육 당국을 무색케 하는 지점이다.

경찰은 2년여 전 김 군이 중학교에 재학 중일 때 함께 활동했던 축구동아리 학생과 인터넷 축구 게임 동호회 회원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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