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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사태는 선거제도의 슬픈 자화상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소수정당 '사다리 걷어차기'에 갇힌 진보정당

슬픈 비례대표제, 2004년에서야 웃었다

시작부터 그랬다. 우리나라의 선거제도 중 비례대표제도는 시작부터 지역선거를 보충하는 제한적인 것으로 도입된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 역사를 보면, 최초로 전국구 국회의원 제도가 등장한 시기는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를 벌인 직후에 개최된 1963년 11월 26일 제6대 국회의원 선거다. 특별하게 비례대표제도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안정적인 여당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때 전국구 의석수가 44석이었는데, 지역선거에서 1당이 되면 44명 중 절반인 22명을 자동으로 배정할 수 있게 했다. 당시 권력기반이 취약했던 박정희로서는 지역선거에서 가까스로 1당이 되더라도 전국구 의석수를 통해서 안정적인 지배 구조를 갖추고 싶었고, 이를 위한 도구로 비례대표제도가 활용된 것이다.

이런 슬픈 비례대표제의 역사는 1981년 3월 25일 실시된 1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욱 심해진다. 이때는 전체 국회의원의 1/3을 전국구에 배치했는데, 이 중 제1당(민정당)이 2/3을 자동적으로 장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시 쿠데타 세력이 안정적인 정치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비례대표 제도가 활용된 탓이다.

▲ 제주도에서 실시된 1963년 10월 26일 제6대 국회의원 선거 모습이다.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최초는 전국구 국회의원이 선발되었다. ⓒ자료사진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에서 비례대표제도가 그나마 제대로 작동한 것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로 평가된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지역선거와 비례선거가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2000년 창당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민주노동당은 공직선거법 상 기탁금이 후보당 2000만 원인 것이 경제적 능력에 따른 차별에 해당되고, 이는 평등선거의 원칙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이와 함께 당시 조순형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1인 1표제로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고, 그 유효투표로 전국구 의원을 선출하게 되어 있는 규정이 전국구 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국회 구성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7월 판결을 통해서, 현행 기탁금 제도가 과도하여 평등선거를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 인정되고, 1인 1표 제도는 지역선거와 비례선거를 분리토록 한 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아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고,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시된 최초의 국회의원 선거가 2004년 16대 선거였다.

알다시피, 소위 '탄핵선거'로 불리는 2004년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창당 4년 만에 국회의원 10명 당선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킨다. 비례 당선자 8명에 지역 당선자 2명으로 만약 전국구가 지역구에 연동되는 기존의 형태였다면, 비례 당선자가 1명도 힘들었을 상황이었다. 즉, 단지 1인 1표제를 1인 2표제로 분리했을 뿐인데도 신생 진보정당이 참신한 정책과 선거운동을 바탕으로 원내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우리나라의 전국구 제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비례대표제라는 제도 자체가 완전무결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약간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기존 제도정치에서 반영되지 못한 새로운 진보정당이 비교적 손쉽게 정치세력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만큼 새로운 신생정당의 입장에서 선거제도의 변화는 존립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을 띈다.

▲ 2004년 민주노총에서 제작한 포스터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민주노총

진보정당의 사다리가 되어줄 비례대표제 확대

현재 재정긴축 안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있는 유럽에는 유독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로 운용하는 국가가 많다. 특히 최근 극적인 대연정으로 국내 반(反)유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네덜란드도 여기에 속하는 데, 이 나라의 의석분포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눈에 띈다. 네덜란드는 총 150석이고 지역구는 없는 대신 100퍼센트 정당명부제를 운영하는데, 두 석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의 당'이라는 정당이 있다. '동물권'을 강조하는 정당인 셈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정당으로 변한 것이랄까.

이렇게 부분적인 의제를 가진 정당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선거제도 덕분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소위 군소정당들의 난입을 막기 위해 둔다는 최소한의 진입 장벽, 즉 봉쇄조항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네덜란드에도 봉쇄조항이 있다. 0.67퍼센트다. 전체 150석 중 1석에 해당되는 비율이다. 다시 말해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단 한 석의 비율만큼 의석을 얻지 못한 정당은 의석배분에서 배제된다.

만약 이런 비례대표제의 원칙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0.5퍼센트가 지지한 녹색당 국회의원을 최소 1명 정도는 볼 수 있을 것이고, 1퍼센트를 획득한 진보신당 의원은 최소 3명이 배출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차이의 배경에는 제도의 효과보다 제도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보수적인 선거제도 때문이다. 여기에 정당이나 정책보다는 개인의 능력에 주목하는 선거 풍토도 한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명목상으로는 정당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계파 중심의 개인 정치에 집중되어 있는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는 대통령제도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 역시 여전히 지역선거 우위의 모습을 띠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역 대표성을 지닌 국회의원과 똑같이 지역 대표성을 지닌 광역의원의 경우, 양자의 대표성 차이라고는 조그마한 유권자 수의 차이밖에는 없다. 명목상으로는 국가의 일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해야 되는 국회의원이 굳이 지역 대표성에 기반을 둘 필요가 없는데도 관성적으로 기존 정치세력이 재생산하기 용이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사표를 방지하고 국민 개개인의 의사가 정확하게 국회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다면 완전 정당명부제가 가장 정확하게 그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제도하에서 단일 이슈로 집중되지 않는 유권자 개개인의 다양한 정책 선호가 국회의 의석수로 분포될 수 있게 된다.

통진당 사태는 선거제도의 슬픈 자화상

최근 통합진보당의 비례 경선 부정사건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례대표 확대가 문제가 아니라 정당구조 자체가 문제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문제의 사단은 과도한 '봉쇄조항'과 부족한 '비례의석'이라는 선거제도의 한계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이를테면 특정한 계파가 상이한 정치문화를 지닌 다른 계파와 합당을 통해서 세력이 큰 정당을 만들도록 한 요인은 오로지 선거제도의 문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지금 논란이 되는 통합진보당 내 특정계파가 단일 정당을 구성했다면, 이는 그 정당 자체가 심판을 받게 되는 아주 원칙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단 한 석, 두 석이라도 균일한 정치문화를 지닌 정당이 다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당권파를 미워해도 비당권파를 위해서 통합진보당에 당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이상한 정치문화가 들어설 자리가 방지된다는 말이다.

▲ 캐나다의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한 단체인 'Fair Vote Canada'의 캠페인 홍보물. 이 홍보물에서는 제대로 된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유권자를 '고아 유권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http://www.fairvote.ca

다시 앞서, 우리나라의 슬픈 전국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2012년 지금, 정말 우리의 선거제도가 그때보다 진일보한 것일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개편논의가 있었다. 정작 비례대표의 확대에 대한 요구는 무시되고 지역 의석수 한 석을 늘리는 방시으로 개악되었다. 결과적으로 비례 의석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비례대표제는 슬프다. 그리고 이런 선거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작은 진보정당들의 운명은 괴롭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신당은 1.13퍼센트의 국민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전체 의석수의 1.13퍼센트 정도는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욕심인가. 우리의 남루한 선거제도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취지문]

PR청년포럼은 PR포럼의 청년그룹으로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하는 개인, 청년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정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R포럼에서는 청년들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속에 합의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례성, 다양성, 공정함이 보장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조금은 거칠지만 생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열망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정치의 해인 2012년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우리 사회 주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하는데 청년들의 이 작은 몸짓들이 마중물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PR청년포럼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prforum.tistory.com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슈퍼스타K가 아니다

-구럼비 파괴되던 날, 나는 비례대표제를 고민했다
-이게 선거인가! 이게 사는 건가!
-그래서 결국 경제 민주화는 누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야권연대 '협박의 정치'를 끝내라
-국회의원 복지부터 스웨덴식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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