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김선옥 교사를 만나기 위해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꿈틀학교를 찾았다. 상추와 깻잎이 심어진 꿈틀학교 앞마당에는 웃자란 아이들과 선생님의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교사의 "갈 거야, 안 갈 거야?"라는 추궁에 아이는 "봐서요"라며 시큰둥하게 답했고, 곧바로 교사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 꿈틀학교 앞마당에는 상추와 깻잎, 고추, 토마토 등 다양한 채소가 심어져 있다. 아이들은 산책이나 채소 심기 등의 벌을 받는다. 김선옥 선생님은 '이런 벌칙이 지나치게 분출된 아이들의 에너지를 식혀준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아이들만의 놀이 문화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아이들이 "노래방 가고, 술 마시고, 싸움하고, 성관계를 갖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가 전한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보다 난폭했다. 학교폭력의 주범이라는 '일진'은 이미 '조직화'되어 있었고, '좆, 씨팔' 같은 용어는 아이들의 일상어가 됐다. '관심 좀 가져주세요'라며 자살을 시도하고, 강한 자극만을 쫓으며 또래와의 성관계도 놀이로 인식한다.
경찰은 학내 '일진'을 격리해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김 교사는 "어이없다. 교도소를 만들겠다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 재능이 발휘될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을 통해 힘의 분산, 즉 아이들 사이에 서열을 갖기 어렵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힘이 분산되면 서열이 만들어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꿈이나 비전을 가질 수 없는 아이들에게 "5년 후, 10년 후 자기 모습을 상상하거나 그릴 수 있게" 아이의 장점을 계속 일깨워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꿈틀거리다, 꿈을 짜는 베틀, 꿈의 틀, 꿈을 틔우다'라는 의미인 '꿈틀학교'는 미인가, 비기숙형 대안학교다. 2002년 5월, 학교를 떠난 아이들을 위해 시민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김선옥 선생님은 2000년 꿈틀학교를 준비 단계부터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앞서 그는 1995년 가출 청소녀 단기 쉼터인 '행복한 우리집'과 서울시립 신림청소년 쉼터 '우리세상'에서 10여 년간 활동했다. 1980~90년대 철거촌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계기였다. 집에서 돌보지 못해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부방, 탁아소 활동을 했다. 당시 상담을 통해 집으로 돌려보낸 아이들이 다시 가출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결국, 보다 안정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꿈틀학교다.
그는 "학교와 사회에서 일탈한 아이들을 위한 자립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꿈틀학교를 만들게 됐다"며 "탈학교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폭력학교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꿈틀학교는 진로 특성화 교육을 하는 대안학교"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꿈틀학교 김선옥 교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꿈틀학교 김선옥 선생님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최근 대구 지역에서만 7건의 청소년 자살 사건이 있었다. 학교폭력, 왕따, 청소년 자살 등을 다룬 뉴스가 쏟아진다.
김선옥 : 슬프다. 애들이 너무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죽는다는 것은 삶에 미련이 없다는 것이다. 삶의 끈을 '탁' 놔버리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죽을 용기로 살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런 에너지가 없어서 마지막에 죽음밖에 선택할 수 없는, 그런 심정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겠는가.
꿈틀학교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온다. 외국에 나갔다 적응하기 힘들어 오거나, 대안학교 출신 아이들이 대안 교육 과정으로 오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일반학교 적응이 힘들어서 온다.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학교가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른바 비행 청소년들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다. 학교에서도 이 아이들을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여러 학교를 전전한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가면, 환경 자체가 확 달라지기 때문에 숨 막혀 한다. 도저히 학교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다.
프레시안 :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들을 많이 만났겠다. 꿈틀학교에서는 폭력 사건이 발생하나.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나.
김선옥 : 꿈틀학교에서는 폭력을 절대적으로 금한다.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폭력이) 습관화된 아이들이 많다. 조사를 뺀 대부분이 욕이다. '좆, 씨팔'은 욕도 아닌 일상적인 언어이다. 주먹을 사용했던 아이도 많이 있다. 이렇게 여러 부류의 아이들이 오기 때문에 부딪히다 보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고, 대부분 (10대 후반의)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꿈틀학교에) 들어올 때부터 폭력을 원천봉쇄한다. 어떤 형태, 어떤 강도냐에 상관없이 폭력은 원천적으로 금한다. 이건 원칙이다. 한번 폭력을 휘둘렀을 때는 벌을 주고, 두 번째는 학교를 그만두게 한다.
"'한 대 맞는 게 차라리 쉽다'라는 아이들…"
프레시안 : 어떤 벌을 받나
김선옥 : 벌은 보통 아이들이 선택하는데, 걷거나 흙을 만지게 한다. 아니면, 폭력 문제에 대한 포스터를 그리거나, 자기 생각을 발표하게 한다. (폭력이) 왜 나쁜 것인지를 인지하고, 내면을 정화하는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 "이것(폭력을 금지하는 원칙)을 어겼네. 어떻게 할래? 어떻게 책임질래?" 하고 물으면, 폭력을 계속해왔던 아이들은 딱 한마디로 말한다.
"아, 맞을 게요."
아이들은 차라리 맞고 끝내는 게 쉬웠던 것이다. 그냥 한방 때우고 마는…. 그래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다시 이야기한다. 잘못한 것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맞는 것은 책임지는 방법이 아니다. 왜 잘못 했는지를 생각해보고 다시 어떻게 할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인간관계에서 말로 표현하거나 아니면, 긍정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꿈틀학교에 오기 전에는 반성문을 쓰거나 몇 대 맞고 해결을 봤다. 그러나 이것은 해결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음부터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법인지'를 알게 하려고 체벌하는 것인데, 이런 체벌은 왜곡된 관계와 습관을 고착화시킨다.
"우리 학교에서는 그런 방법은 절대 쓰지 않아. 그런 것은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네가 무엇이 잘못됐고, 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정확하게 얘기해라."
폭력은 에너지가 과도하게 분출된 경우이기 때문에 혼자 앉혀 놓는 것보다는 걸으면서 '내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무엇이 잘못된 건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이것은 돼, 이것은 안 돼'를 스스로 정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쳤어도 두 번 이상 폭력을 써서 퇴학당한 아이들도 있다. 꿈틀학교 11년 동안 4명 정도 있었다.
"선생님은 너무 질겨요"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렸는데, 친구에게 그 아이를 손봐주라고 했다. '이런 경우가 폭력일까, 아닐까'를 놓고 아이들과 공개 토론을 했다. 그런데 "걔가 맞을 짓을 해서 때렸다"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좋다, 그러면 맞을 짓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자. 우리 안에서 통용되는 규칙이니까 맞을 짓을 정리하자"고 했다.
"누가 눈을 흘긴 것, 누가 '너는 모자라 보여'라고 말한 것 등 1부터 100까지 '맞을 짓'에 대해 정하면, 그 행동을 했을 때 누가 때린 것에 대해 학교에서는 폭력으로 거론하지 않겠다. 너희들이 토론해서 정해라. 그러면 선생님들은 받아들이겠다. 같이 토론하자."
이렇게 세 시간 정도를 토론했다. 그랬더니 "선생님 맞을 짓이라는 게 어디에 있어요?"라고 하길래, "결론이 나와야 한다. 함께 사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사람들 생각 속에서 (자기 생각을) 객관화시키는 경험이 없었을 뿐이다.
결국, 아이들이 '(맞을 짓이라는 것은) 없다. 이 경우도(친구를 부추겨 폭력을 행사한 것도) 폭력이다. 벌 받아야 한다. 앞으로는 이것도 폭력으로 간주한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긴 토론으로 아이들 진이 다 빠졌다. "선생님들은 너무 질겨요"라고 하더라.
함께 문화를 만들고, 개념을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를 때리고도 때린 게 나쁜 일이라는 것을 모를 수도 있다.
"짜증 나요, 짱 나요!"
인간관계 즉,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그 방법(맞는 것) 말고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다. 다른 게 표현하면, 자기표현 능력이 없는 것이다. 신체적으로도 변화가 있지만, 심리적·정서적·지적으로도 굉장히 변화 무쌍한 때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굉장히 아름답고 섬세한 감정을 배우고 익혀 발달시켜야 하는데, 공교육에서는 그런 시간이 없다. 무조건 국·영·수만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자기감정을 이해하거나 자기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너 어때?"라고 물으면, 화나건 슬프건 충동이 생기건 아프건 한 마디로 얘기한다.
"짜증 나요, 짱 나요!"
사실 그 감정도 다 다른 것이다. 각각의 감정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야 자기표현도, 사람들과의 소통도 다양하게 되는데 아이들은 모른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었겠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저 대안 없이 "짱 나요!"로만 일색 하게 된다. 그래서 항상 물어본다.
"너는 지금 화난 거니? 속이 상한 거니? 약이 오른 거니? 아니면, 너의 힘을 과시하고 싶은 거니? 여기에 따라서 네가 표현할 수 있는 게 달라질 수 있어. 슬프면 위로받아야 하고, 화나면 화난 것을 풀어야 하고, 속이 상하면 달래줘야 하고. 그런데 그걸 모르고 네가 무조건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사람과 싸워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다. 너를 자꾸 후지게(형편없게) 만들 뿐이야."
이런 이야기들을 자꾸 해준다. 그래서 꿈틀학교 선생님들이 잔소리가 좀 심하다. 폭력적으로 놀았던 아이들일수록 딱 잘라서 얘기하거나 무섭게 얘기하면 단번에 제재는 된다. 그러나 센 방법은 그다음에 계속 센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 아이는 왜곡된 관계를 회복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짜증을 내고 힘들어한다. "그냥, 벌주세요. 한 대 맞고 말래요"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긴 씨름이 필요한 이유는 '아이들이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는 건지, 자기는 어떤지'에 대해 아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먹을 쓰던 아이들이기 때문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곤조곤 끊임없이 얘기했다. 이게 힘인 것 같다. 계속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래서 그 아이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것. 어떤 아이들은 2~3개월이면 되지만, 또 어떤 아이는 1년, 2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아니면 졸업하고 나서 '아, 그때 선생님이 그런 게 뭔지 알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통 방법과 인간관계를 새롭게 개선하지 않으면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작은 학교가 답이다
프레시안 : 어찌보면 익숙한 이야기다. 그러나 학급당 학생수가 많은 현실에선 적용하기 힘든 방법 같다.
김선옥 : 그래서 학교 자체가 소규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아는 관계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아이들이 (서로를) 알고 "아, 쟤는 옆집의 누구 친구야, 누구 동생이야, 옆집 살아, 우리 아파트 살아"처럼 '아는 관계'가 있으면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이웃 간의 관계도 (연계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로를) 아는 관계'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그냥 알기만 하는 관계면 (폭력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학생 수 120명이던 곳에서 400명인 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120명일 때에는 '노는 아이들'이 있어도 다른 아이를 왕따 시키거나 괴롭히는 수준이 굉장히 미약하다고 한다. "쟤 우리 옆집,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어. 3학년 누구 동생 누구야"라는 말로, 관계가 형성되면 사람을 사람 취급 안 하는 관계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400명이다 보니, 거의 모른다. 노는 애들의 왕따나 괴롭힘의 수준이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것처럼 심각해진다.
좋은 관계를 갖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성장기에 자기감정이나 상태를 잘 이해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방법, 좋은 방법을 선택해서 표현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폭력을 행사하던 아이라도 꿈틀학교에 오면,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 이유가 무엇이겠나. 관계가 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굉장히 세심하게 볼 뿐 아니라, 담임을 맡지 않은 선생님들도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선생님이 관심을 두고 아이들과 관계를 맺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이상 (폭력적으로) 나가지 않는다.
ⓒ프레시안(최형락) |
폭력과 자살 문제는 가정과도 맞물려 있다. 부모들도 소외되고 외롭지만, 아이들도 굉장히 외롭다. 아이들과 '공부' 외에 다른 콘텐츠로 대화하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대화가 기본적으로 공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아이들은 대화를 할 수 없어 외롭다.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아이들 대부분은 그런 외로움을 컴퓨터를 하면서 해결한다. 자기를 완전히 대상화시키고, 소외시켜 관계를 단절한다. 감정이 흐르는 소통 자체를 차단하는 형태로 철저하게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것이다. 아니면, 또래집단 간의 그룹을 만들어서 비행이나 폭력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
학교폭력의 원인이 만화나 웹툰?
프레시안 : 학교폭력과 관련해 흔히 나오는 얘기가 폭력적인 웹툰이나 게임 때문이라는 게다. 실제로 이런 보도도 많이 나온다.
김선옥 : 웹툰과 게임이 폭력성을 강화시키는 원인이 된 건 어느 정도 사실일 게다. 게임을 통해 계속 총을 쏘며 (상대방을) 죽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임 상황을 현실로) 갖고 오고 싶어 한다. 폭력적인 아이들일수록 인터넷 중독이 많이 일어나는데, 게임 속에선 모든 게 자기 마음대로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 관계는 그렇지 않다. 서로 맞춰야 하고,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러나 게임이나 웹툰이 아이들을 폭력으로 내모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폭력성을 증폭하는 한 요인 정도일 뿐이다.
우리학교에도 PC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에게 "너, 왜 이렇게 PC를 많이 하니"라고 다그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서로 불편하기만 하고 해결의 실마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그것 자체를 봐주고, 관찰한다. 그러다 가끔 "컴퓨터를 한 서너 시간 했네? 많이 했네. 총 쏘는 게임 했네"라며 인지를 시켜준다.
동시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확장시켜준다. "기계를 좋아하네, 컴퓨터를 이용해 뭔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네"라며 컴퓨터로 하는 일 중 (아이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확장시켜 준다.
아이들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100이라고 할 때 (컴퓨터에) 90을 쓰고 일상생활에 10을 쓰던 것을, 다른 영역을 넓혀서 (컴퓨터에) 50만 쓰면 (이용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식의 확장이 훨씬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체물, 대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 마라, 하지 마라"가 아니라, "이거 재미있는데 안 해볼래? 이거 좋은데 안 해볼래?"라면서 다른 활동을 시킨다. 그렇게 노선을 바꾸는 거다. 컴퓨터만 했던 경로에서 약간 이탈을 시키는 방법이다.
용 문신 '일진'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화'가 문제
프레시안 : 요즘 최대 화두가 '일진'이다. 언론을 보면 '일진이 얼마나 흉포한가'를 묘사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선옥 : 어려운 문제다. 요즘에는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 가면 갈수록 아이들의 행동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안쓰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저렇게까지 되는 건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진짜 유전자에 문제가 있나'라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된다. 진짜 심각한 것 같다. 어떤 때는 너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온몸에 용 문신을 한 아이를 봐도, 전에는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더 심각해졌다. 과거에 '일진'들은 학교에서 슬리퍼 신고, 신발 꺾어 신고, 껌 좀 씹고, 조금 심하다고 해도 칼 좀 씹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조직폭력배와 고등학교, 그 윗선에 윗선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더 심각해지고, 무서워졌다. 그래서 너무 답답하다.
고등학교 1·2학년이 되면 선배와 졸업생을 통해 윗선 '누구누구'와 연결이 된다. 제일 큰 형들 나이가 스물일곱·스물여덟 정도 된다. 그들만의 아지트가 있는데, 아지트에 갔다 온 아이들은 그 조직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워진다. 한 아이가 사진을 보여줬는데, "여기는 바(bar), 술 먹는 곳. 여기는 룸(room), 쉬는 곳, 여기는 성관계 갖는 곳"이라고 하더라. 술도 사주면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한번 갔다 온 아이들은 조직에서 발을 빼기가 어려워진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먹고, 패싸움하고, 오토바이를 타겠지. 그다음에는 알바(아르바이트) 한다고 그러겠지. 그리고는 형들 모임에도 나가고, 형들이 시키는 것을 하게 될 거야. 형들 업소에 나가 단란주점 삐끼(호객꾼)부터 시작해서 술자리 세팅하고(준비하고) 아가씨들 관리도 하겠지. 그렇게 가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니? 몇 년 안 걸려. 2~3년일 거야. 그렇게 되면 어느 수준부터는 네가 마음을 바꾸고 싶어도 바꾸기 힘들 거야. 이런 생각해 본 적 있니?"
선생님들은 할 수 있는 것은 정보를 주는 것이다. 어차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에게 "다른 방법이 있지 않겠니?"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졸업생 중에도 업소(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아이가 있는데, 안타깝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그 아이도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다. '꿈틀학교는 그런 곳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에서도 '학교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문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최근 '혁신학교'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예·체 교육을 한다고 한다. 뮤지컬 등 아이들이 땀을 흘리며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 자극(폭력과 음주 등의 자극)이 아닌, 재미있는 긍정적인 자극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폭력적인 것 외에) 대안이 없다. 재미있는 게 없다. 아이들이 모여서 놀 거리가 없다. 노래방 가고, 술 마시고, 싸움하고, 성관계를 갖는 것 말고는 놀아본 거리가 없다. 성관계 같은 것은 굉장히 강한 자극인데, 이 단계까지 가면 짜릿한 쾌감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놀이가 없다.
그래서 꿈틀학교는 문화예술 공연을 많이 한다. 전문가 선생님이 가르치는데, 어설프게 해서는 아이들의 쾌감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런 쾌감도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전문가에게 맡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인생의 목표를 다시 설정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학교의 문화나 환경, 교육적인 접근 방법이 바뀌어야 해결된다. 대안학교에서는 폭력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 그런 아이들(폭력적인 아이들)이 많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프레시안(최형락) |
"교도소를 만들겠다는 겁니까"
프레시안 : 정부에서 '일진'을 조사해서 격리하거나, 경찰이 학교에 상주하며 단속하게끔 한다고 한다.
김선옥 : 폭력적이지 않은 아이들은 "쟤는 (분위기가) 위협적"이라며 무서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꿈틀학교는 문화 자체가 폭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또 폭력적이지 않은 아이들이 폭력적인 아이들에게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일반학교에서는 그런 힘이 없다. 선생님조차도 어떻게 할 수 없는데, 아이들은 더더군다나 힘이 없다. 그래서 학교 문화가 중요하다.
학교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폭력적인 아이들을 따로 모아 대안학교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제일 어이없다. 교도소를 만들겠다는 건가, 아니라면 뭘까?
프레시안 : 삼청교육대?
김선옥 : 그러게나 말이다. 순간적인 변화는 있을 수 있다. 100명이 들어가면 서너 명은 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존의 왜곡된 관계를 단절해서 다른 대안적 방법으로 아이가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똑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바닥까지 함몰시켜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잘 못 됐다.
우리의 전통적인 지혜를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시집살이 많이 한 시어머니 밑에서 자란 며느리가 (나중에) 똑같이 (시집살이를) 시킨다. 폭력은 대물림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폭력으로 해결하던 아이들을 똑같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빠른 시간 안에 시끄러운 것을 순간, 한두 달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해결책은 아니다.
프레시안 : '일진'이었던 아이들이 꿈틀학교에 와서는 폭력을 쓰지 않게 됐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꿈틀학교만의 힘이면서 다른 문화, 다른 관계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된다. ·
김선옥 : 폭력적인 방법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계속 주의를 받는다. 반면, 다른 것(다양한 문예 활동)을 할 수 있어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다른 칭찬과 피드백이 오기 때문에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기회나 용기가 생긴다.
"서열을 분산시켜야 한다"
프레시안 : 기존 학교에서도 그렇게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김선옥 : 학교가 너무 '공부, 공부' 안 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교와 선생님들도 있을 테지만. 아이들이 '(학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인간 취급한다'고 표현한다. 학교 문화 자체가 경쟁과 서열화 문화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인간 취급을 못 받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국·영·수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이들은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다른 것으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를 잘 이해할 수 있고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이나 매체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것 외에는 (자기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 몇몇 아이들은 그것은(공부를 잘할) 가능성은 없으니까 "그래도 나 튀고 싶어. 학교에서 나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라며 주먹을 쓰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할 수 있는 영역을 늘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교육에서는 대안학교의 교육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도 하는데, 문을 조금 열어놨으면 좋겠다. 일선학교에서 (폭력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대안학교와의) 자매결연 등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자기를 좀 더 새롭게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교육 내용 자체를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다양성 있는 교육으로 획기적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꿈틀학교는 소규모(학생 27명, 상주 교사 5명, 외부 전문 강사 25명 정도)라는 게 장점이다. 일반학교도 다양성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폭력 써클 아이들이 끼리끼리 담배 피우는 것 말고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생기면 (학교폭력은) 확실히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또 재능이 발휘될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을 통해 힘의 분산 즉, 아이들 사이에 서열을 갖기 어렵게 해야 한다. 개개인별로 잘하는 부분이 생기면, (힘이) 분산되면 서열이 만들어질 수가 없다.
"사랑의 매'는 억지다"
프레시안 : '서열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일반학교에서는 서열을 매기는 방법이 몇 가지 안 된다. 공부, 싸움, 집안의 재력, 외모 등 네다섯 가지 정도인데, 만약 다양해진다면 아이들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가 많아지고 획일적인 서열 속에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김선옥 : 그렇다. 꿈틀학교에서 주먹을 써봤자 돌아오는 건 없다. 그걸로 인정을 받을 수 없는 문화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열어준다. 아이들을 줄 세우지 않으니까 자연스레 폭력도 사라진다.
프레시안 : 대안교육 격월간지 <민들레> 현병호 발행인의 글 중 '싸움과 괴롭힘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싸움은 생기기 마련이라고 본다. 하지만 괴롭힘은 다르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고, 이건 명백히 나쁜 것이다. 어른들이 학교폭력 문제에 무덤덤한 이유가 싸움과 괴롭힘을 구별 못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은 늘 싸우면서 크는 거야'라는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싸움과 괴롭힘, 각각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김선옥 : 싸움이라는 건 힘이 대등하거나 약간의 차이가 있을 때 서로 오가는 가운데 싸움이 발생한다. 그러나 괴롭힘은 굉장히 일방적이거나 힘의 우위가 분명할 때 생기는 것이다.
싸움에 대해서서는 선생님들이 참견하기보다 그냥 물어본다. 이 방법밖에는 없다.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정도다. 아이들끼리 투닥거려서 선생님에게 오거나 관찰되더라도, 아이들끼리 스스로 해결하면서 지혜를 갖는 것이 성장에서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괴롭힘은 다르다. 그건 폭력이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한 아이가 마음에 안 들면, 홈페이지에 그 아이를 게시하고 서너 명이 일종의 '뒷담화'를 한다. 역시 폭력이다.
폭력이 왜 나쁜지 공감하게 해줘야 한다. 상대방이라면 어떤 마음일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개념을 정리해준다. "좋은 방법일까, 아닐까. 어떤 영향을 줄까"를 이야기하고 이해하게 한다.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폭력이 왜 나쁜지를 잘 모른다. 그게 왜 나쁜지를 제대로 알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도 있다. 오토바이가 사흘 동안 한 장소에 매여 있었는데, 아이들이 잠금장치를 끊고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도둑질이라고 생각 안 했다. '오토바이가 그냥 서 있으니까, 내가 좀 타면 어때'라는 식이다. 그 상황을 옆에서 본 아이들도, 이미 자기네 문화 집단에서는 익숙한 일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잘못된 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사과 편지는 단체로 쓰게 한 다음, 오토바이를 원래 자리에 되돌려 놓고 편지를 붙이라고 했다. 사나흘 지켜보며 사진도 찍어오라고 했다. 도둑질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서너 명의 아이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때리고 폭력을 행사한 것도 마찬가지다. '쟤가 맞을 짓을 해서 때렸지, 내가 저 아이를 인간적으로 모독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바꾸는 게 관건이다.
프레시안 :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러면, 뭐 대안학교 보내면 되지'라고 말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하지만 대안학교라고 해서 당연히 폭력이 없으리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폭력에 대한 대안적인 해법일 게다.
김선옥 : 그렇다. 학생부 선생님들은 대부분 학생들을 때리는, 폭력을 폭력으로 제압하려는 식이다. 그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힘들더라도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한다. 학교에서 폭력을 폭력으로 대처하는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 특히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때리지 말아야 한다. 그건 교육이 아니다.
'사랑의 매'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딱' 때리는 순간, 기분이 나쁜데 어떻게 사랑을 느낄 수 있겠는가. 물론 교육적 매는 있을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못 하면 세 대를 맞겠다'고 약속했는데 어겼을 경우,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의 매'라는 표현은 억지다.
'로또 당첨'이 꿈인 아이들, 유흥가로
프레시안 : 학교폭력에 대해 인터뷰를 하다보면, '자존감'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일탈하지 않는다는 게다. 그런데 꼭 그렇기만 할까. 예컨대 유흥가에서 '삐끼'를 하는 청소년 중에는 자신들의 존재감이나 조직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저 '돈'이 필요해서인 경우도 많지 않나. 청소년 문제 역시 '돈' 문제와 떼놓고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프레시안(최형락) |
유흥가에 나가는 아이들 중 대부분은 집안 형평이 어렵다. "공부할 수 없어요. 전 돈 벌어야 해요"라며 현실적이다. 이 아이들은 미래라는 것을 보장받을 수 없다. 항상 결핍 상태에 있었고,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돈을 벌 수 있으면 좋은데, 청소년들이 알바해서 돈을 벌기란 제한적이다.
외모와 화술이 되는 아이들은 더 쉽게 (유흥가를) 접하게 된다. 특히 가출한 여자아이들은 백팔 백중 몸 파는 곳으로 간다. 며칠 전, '강남 텐프로 클럽(고급 룸살롱)'에 다니는 아이들을 만났다. 한 남자가 강남에 60평짜리 아파트와 생활비를 준다고 했다며 자랑하더라. 이 아이를 설득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프레시안 : '내 몸이 곧 돈'이라는 생각을 너무 일찍 해버린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들린다. 몸이 돈으로 금세 환전되고, 그 돈의 힘으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아이들, 어떻게 해야 할까.
김선옥 : "지금은 힘들어도 고생을 해야 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라는 말에는 "5년 후, 10년 후에 OOO가 될 거야"라는 비전이 있기 때문에 현재를 유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다.
그래서 꿈틀학교에서는 "넌, 이런 장점이 있다"고 계속 얘기해 준다. 노래를 조금이라도 잘하는 아이를 보면, "앞으로 멋진 가수가 되겠네, 홍대 앞에서 노래도 하겠네. 미리 사인받아야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오버야, 왜 그래"라고 하다가도 선생인들이 6개월 정도 계속 칭찬해주면, 생각이 달라진다. "아, 내가 노래를 잘하네. 가수가 될 수 있겠다"라며 "가수될 거예요"라고 이야기한다.
자기만의 브랜드, 자기만의 가치를 만들어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그리게 한다. 처음에는 "몰라요, 몰라요"라고 하던 아이들도 "너는 이런 모습일 것 같다"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 긍정적인 자기만의 '상(象)'을 계속 만들어 주면 달라진다. 현재 자기 모습은 굉장히 무가치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힘들 게 지금 이런 거 계속해야 해요?"라고 투덜거린다. 투덜거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 역시 아이들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 미래 자기의 자화상을 긍정적으로 그리게 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가출 청소년 쉼터에서 일하던 시절 만난 15살 아이가 있다. 본드 흡입을 굉장히 심하게 했다. 정신병원도 대여섯 군데를 다녔고, 뇌의 상당 부분이 죽어서 발작도 여러 번 일으켰다. 그런데 아이가 운동을 잘했다. 그래서 잘하는 운동을 계속 강화시켜줬다. 그랬더니 17년 만에 꿈을 이뤘다. 코이카(KOICA,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를 통해 태권도 자원봉사자로 1년 동안 베트남을 간다.
한 달 전쯤 만났을 때 자기는 중학교 때부터 비행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외국어도 못하고, 다른 공부도 못해 자신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다. 이후부터 넌 완전히 달라질 거야"라며 영어 신청서 작성을 도와줬다. 한참 상태가 안 좋았을 때도 "나는 유명한 태권도장 관장이 될 거야"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진찰을 받았을 때만 해도 소뇌가 30퍼센트만 살아 있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태권도를 계속했고, 그 결과 결실을 본 것이다.
자기의 긍정적 자화상을 그리게 해야 한다. 강점 중심의 접근을 하는 것이다. "너 이런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는 게 아니라, "너 이것 잘하네, 이거 좀 더 확장시켜 보자, 좋아하는 이것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 너는 5년 후, 10년 후에 분명히 OOO가 될 거야"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자기 장점을 부각해서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게 꿈틀학교의 핵심이다.
담배, 술, 성관계 말고는 놀이 문화가 없다
프레시안 : 폭력과 성관계로부터 자극적인 쾌감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다양한 꿈을 키워주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김선옥 : 자존감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 안 된다. 특히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대안적인 놀이 문화가 있어야 한다. 거친 아이들끼리 모이면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성관계 갖는 것 외에는 다른 문화가 없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놀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또 자기들끼리 서로를 팔기도 한다. 그 안에서 강자, 약자가 존재한다. 강자는 조건만 맞으면 약자에게 (성관계를) 시키고 돈을 챙긴다. 자기 몸을 함부로 한다.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을 윤간하고, 또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추행하기도 한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어른들의 부정적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대안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 '쉼터'에서 여자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교육이 있다.
"섹스는 인간관계다. 그리고 쾌락뿐 아니라 생명도 중요하다. 너희들은 이 세 가지를 다 느끼니? 다 느낀다면 네 성관계는 인정해줄 수 있어. 서로 원해서, 대등한 인간관계에서 맺는 성관계가 아니라 그냥 '대주는' 관계라면, 생명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놀이로 하는 성관계라면, 그건 너를 파괴하는 거야."
자존감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 서로를 소중하게 대하는 관계를 경험해야 한다. 다양한 놀이를 하며 다양한 즐거움을 느껴봐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또 상대방이 소중한 줄 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