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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승리와 새로운 체제 수립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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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승리와 새로운 체제 수립을 위한 과제

[기고] 민주와 진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민주와 진보, 무엇을 해야 하는가? (上)

19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주요 정당의 지도부 구성과 연말 대선이 정치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5월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고, 6월에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대선 주자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에서는 대선 경쟁이 시작되었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주요 야당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정당 밖 주자들의 동정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생각해보면, 정당 지도부의 구성도 결국 연말 대선 준비와 연관되어 있으니,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대선에 관한 민주진보진영의 입론이 필요하다

2012년 대선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민주진보진영이(민주당과 통합진보당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일반 시민들까지 포함해서) 대선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그래야 한다. 그런데 논의 모양새를 보면, 주로 '주자는 누구이며, 누가 더 득표력이 있느냐', 혹은 '진보를 강화해야 하는가, 아니면 중도를 선점해야 하는가' 등의 주제가 대종(大宗)을 이루는 것 같다. 물론, 주자도 중요하고, 선거 구도의 전략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논의들의 기반으로 삼아야 할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즉, '2012년 대선의 의미는 무엇이며, 여기에 임하는 민주진보진영의 출발 지점은 어디인가, 그리고 왜 이번 대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해야 하며,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 말이다. 이런 주제들이 명확해지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우리가 어떤 가치와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주자로 삼아야 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유권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호소할 것인가라는 선거 전략을 논할 수 있다.

지금 민주진보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입론(立論)을 세우는 것이다. 노선과 방향에 대한 논쟁의 취지를 제안하고, 논의의 체계를 세우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민주진보진영의 맏형인 민주당에게 더욱 절실하다. 민주진보진영을 이끌고 갈 책임이 민주당에 있으며, 구성원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론이 백출(百出)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심점이 될 입론을 세우지 않으면 실체도 없는 계파 타령이나, 구체성과 실효성 없는 진보-중도 논쟁 같은 것 때문에 원심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내가 민주당과 민주진보진영의 논의에 입론을 세울만한 사람인지 스스로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책임의 무게는 느낀다. 87년 체제가 시작된 13대 국회에서부터 국회의원을 시작했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참여했으며, 이제 민주당 내 최다선인 6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민주당과 민주진보진영의 많은 분들에게 감히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12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민주평화복지의 공동체를 수립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 앞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민주당은 지난 26일 1차 민생공약실천특위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문성근 당 대표 권한대행은 "1% 특권계급이 아니라 99%의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책임질 정치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민주·민생·평화의 과제와 불공정·불안·불통의 '3불 사회'

1945년 독립 이후 한국의 역사는 민주와 민생, 그리고 평화를 향한 기나긴 여정과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다. 반세기가 훨씬 넘는 긴 역사에서, 민주당과 진보당이 함께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화 운동 진영은 박정희 유신독재와 5공화국 독재에 대항해서 끈질기게 투쟁했다. 그리고 마침내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국민과 함께 87년 체제를 수립해 냈다. 물론 87년 체제는 절차적 민주주의 달성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성숙한 민주주의의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독재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뚫고 민주의 과제를 일정부분 완수해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민주·민생·평화의 3대 과제를 향한 역사에서 겨우 한고비를 넘은 것뿐이다. 민주의 과제를 위해 피와 땀을 흘렸던 사람들은 민주진보의 이름으로 민생과 평화의 과제를 향해 전진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았다. 고(故) 김대중, 고(故) 노무현 두 대통령의 민주정부 10년은 바로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민생과 평화의 과제를 정면으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수행하려 했던 시기이다. 민주정부 10년에 몸담았고 그 책임의 일단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비록 한계가 있었고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을지라도, 분명히 민생과 평화의 길을 가려고 노력했던 10년임을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좀 더 급진적인 진보의 이념에서 볼 때 가치와 방법에서 철저하지 못했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의 상황에 밀려, 또는 역량이 부족해서 한계가 있었을지언정, 방향은 그 길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비록 민주당이 2007년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나는 그 패배가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 3대 과제의 길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민주정부 10년의 노력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결과이다. 가치의 패배가 아니라 세력의 패배였을 뿐이다.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택한 것은, 이들이 다른 방향으로 3대 과제의 완성을 향해 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지금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 민생의 과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미국 맹종(盲從)에 묻혀 버렸으며, 평화의 과제는 연평도를 뒤엎은 자욱한 포연(砲煙)에 가려버렸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절차적 민주주의마저도 야만적인 독재 시대로 퇴행시키려 하였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정권 4년 동안, 재벌의 기세는 하늘을 가리고 대통령의 가족, 측근을 비롯한 새누리당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는 땅을 덮었다. 그 사이 평범한 사람들의 신음과 소리 없는 울음이 대한민국을 진동시키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은 불공정한 경제와 사회에 짓눌리고, 현재와 미래의 불안에 떨며, 막혀버린 소통의 벽에 절망하고 있다. 2012년 현재, 한국은 불공정과 불안, 그리고 불통이 지배하는 '3불 사회'가 되어버렸다.

4.11 총선, 철저한 반성과 희망을 향한 출발점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부패, 실정을 심판하고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보편적 복지의 비전을 선택하였다. '성공'이라는 허상 속에 있는 불균형 성장을 거부하고, 민생의 비전에 동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동감은 민주당과 민주진보진영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 지난해 4.27 보궐선거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은, 민주당의 '2012년 전당대회'에 80만 명의 모바일 선거인단으로 나타나 새로운 민주당에 기대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이도 잠시, 지난 4월 11일 제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그리고 민주당과 진보당이 연대한 민주진보진영은 국민에게 준엄한 질책을 받고 있다.

4.11 총선에서 민주당과 민주진보진영은 정치적으로 패배했다. 의석수에서는 아쉬운 패배지만, 패배 자체를 부인할 수 없으며, 부인해서도 안 된다. 어떤 사람은 늘어난 의석을 두고, 또 혹자는 득표율을 비교하며 패배한 선거가 아니라 주장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심판의 민심을 과도하게 평가한 나머지 선거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잡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크게 약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왜소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자기 위안이 조금이라도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한 가지, 즉 민주당과 민주진보진영이 총선에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그 책임은 바로 자신들에게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민주진보진영이 패배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다. 심판 민심에 취해 현실적인 힘의 차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으며 공천 과정을 전략적으로 운용하지 못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지역구 공천에서의 문제뿐 아니라 비례대표 공천에서 민생과 평화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한미 FTA나 강정마을 해군기지, 막말 파동 등의 이슈에 명확하고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도 뼈아픈 일이다. 지역마다 이슈와 역량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선거 기획과 전략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큰 패인은 민주진보진영의 가장 큰 우군인 30대와 40대에게 삶과 직결되는 민생의 문제에 대한 정책적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투표장에 갈 적극적 이유를 주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분석은 기본적으로 총선 패배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으며, 치열한 자기반성을 촉구하고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진보진영은 철저하게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그러나 자기반성이 아닌 네 탓 반성은 무의미하다. 이미 나온 결과를 가지고 '누가 공천을 잘못했느니, 누구의 지도력이 어땠느니, 이념적 좌·우 클릭이 문제였느니, 야권연대의 효과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갑론을박하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다. 치열한 반성을 하는 것은 좋으나 이미 대표까지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한 마당에 원심력을 강화시키는 논쟁은 백해무익하다. 이런 논쟁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너무나 바라고 있고, 또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논쟁 구도다.

지금 절실한 것은 자기반성과 함께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구심적인 논쟁 구도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가 4.11 총선에서의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은 '대선에서의 패배를 예감하거나 지레 겁먹는다'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 총선에서 이겼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140석의 의석을 확보한 지금 대선 승리의 가능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제로 민주당과 민주진보진영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의석수가 지금처럼 확보되었던 적은 없다. 1997년 대선 직전의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의 의석수는 79석에 불과했으며, 여당이었던 2002년 대선에서도 새천년민주당의 의석수는 115석이었다. 민주화 이후 대선을 앞둔 상황만 비교하면 지금 민주당과 민주진보진영은 최대 의석,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민주당과 민주진보진영이 리더십과 기획, 전략과 선거 관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패배했다는 것은, '앞으로 8개월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면 대선에서 더 크게 이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할 일은 2012년 대선은 어떤 의미이며, 그 비전은 무엇이어야 할지,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한 후 만들어 나갈 국가의 상은 무엇인지, 이를 성취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생산적이고 구심적이며 희망을 향한 논쟁이다.

2012년 대선의 의미와 '2013년 체제'

모두(冒頭)에 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민주와 민생, 평화의 3대 과제를 향한 여정으로 말한 바 있다. 이 과제의 흐름에서 보면, 2012년 대선은 중단되고 퇴행한 민주와 평화의 과제를 완수하고, 민생의 과제를 정의와 복지의 관점에서 재출발하는 계기이다. 돌이켜보면 역사는 언제나 우리 한국인에게 도전 과제를 던져왔다. 독립 이후 한국 정부는 국가 건설과 절대 빈곤에서의 탈출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박정희 유신 독재에서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면을 찾는다면 바로 '절대빈곤의 탈출'이라는 민생의 첫 과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방식은 잘못되었다. 특혜와 정경유착으로 거대한 몸체의 재벌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절대빈곤을 극복하려 했던 방식 때문에, 지금의 불공정의 씨를 뿌리고 '경제민주화'라는 새로운 과제의 근원이 된 것이다. 동시에 박정희는 야만적인 독재와 부정부패로 민주의 과제를 억압하고 자신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위해 평화의 과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민주의 과제를 향해 출발한 것은 87년이었으며, 민생과 평화의 도전을 정면으로 직시한 것은 민주정부 10년의 일이다. 그러나 민주정부 10년은 민생의 두 번째 단계, 즉 복지의 단계를 완수하고 평화의 과제를 안착시키기에는 너무 짧았고 역량도 부족했다. 그래서 2007년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의 퇴행 정권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한나라당과 그 대주주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있었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자신이 이명박 정부의 배후임을 부정했지만, 입으로 아니라고 하고 당명을 분칠한다고 해서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정부와 가치와 정책을 같이했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무능을 뒷받침한 공범이다.

물론 자연인 박근혜 위원장이 자연인 이명박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인 박근혜는 정치인 이명박과 1% 다르고 99% 같다. '줄푸세'는 부자감세와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근원이며, 정수장학회의 문제를 부인하는 것에서 보듯 가치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관념에서 양자가 다르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에 하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 2기일 뿐 새로운 정부가 아니다. 아울러 새누리당 역시 한나라당 2기일 뿐 새로운 정당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정의와 연대를 독점과 경쟁으로 치환하고, 한반도 평화를 대결로 얻어내려 하는 정당일 뿐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을 배경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면, 여전히 한국 사회는 불공정과 불안, 그리고 불통의 '3불'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현 단계에서 민주진보진영의 최우선 과제는 '이명박 정부 2기'의 출현을 막고 2013년 체제의 문을 여는 일이다. 지금 한국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체제, 2013년 체제이지 유신을 계승한 2기 이명박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3년 체제'는 확고한 정치적 민주주의의 기반 위에, 민생과 평화의 과제를 향해 가는 체제이다. 이 체제는 자유와 평등, 정의와 연대, 그리고 평화와 생태의 가치를 가지며, 이는 각기 민주와 민생, 평화의 과제에 조응한다. '2013년 체제'는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 위에서 인간의 복지를 위해 연대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공동체를 향한 체제인 것이다.

이 체제에서 국가의 역할은 이전 체제와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다. 국가는 민주·복지·평화 공동체를 위해, 특히 불공정한 사회경제 현실과 불안한 국민의 생활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재벌 체제를 공정한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기득권을 축소하고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이 대기업과 경쟁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시장이 충분히 효율적인 동시에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제도적 틀을 정비해야 한다. 국가 운영 재원의 조달과 사용은 사회적 격차를 완화하고 국민의 불안한 삶을 안정시키는 데 첫 번째 목표를 두어야 한다. 연대와 정의의 원칙에 기반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를 견고히 해야 한다.

'2013년 체제'에서 국가는 평화로운 삶의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평화로운 삶은 단순히 전쟁의 위협에서 해방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물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평화 기반은 남북 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일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교와 안보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평화로운 삶이란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외부의 위협에서 보호받는 삶을 의미한다. 에너지와 환경파괴의 위협, 사고와 질병, 폭력과 범죄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 역할의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2013년 체제에서 국가가 수행할 역할이며, 민주진보진영이 지향해야 하는 국가의 상이다.

'2013년 체제' 수립은 민주진보진영의 역사적 의무

새로운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저질러놓은 모든 퇴행과 적폐를 바로잡는 반성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가치와 지향에 대한 점검을 의미한다. 2012년 대선은 바로 이 반성과 새 출발의 계기로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과 민주와 민생, 평화의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새누리당으로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그 전환의 주체는 바로 우리 민주진보진영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타성에 젖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해타산을 앞세워 분열하면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지체시킨다면, 우리가 역사에서 쌓아올린 모든 공적은 우리의 나태와 분열로 갈음될 것이다.

1987년 여름, 그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똘똘 뭉쳐 민주의 과제에 모든 것을 내던져 87년 체제를 얻어냈듯이, 이제 2013년 체제를 향해 다시 단결하여 나아갈 때이다. 그것이 역사가 우리, 민주진보진영에게 부여한 마지막 의무이다.

다음 페이지에 민주와 진보, 무엇을 해야 하는가? (下)가 이어집니다.



민주와 진보, 무엇을 해야 하는가? (下)

앞에서 나는 '2013년 체제'를 향해 단결하여 나아가는 것이 역사가 우리 민주진보진영에게 부여한 마지막 의무라 말한 바 있다. 왜 마지막이란 표현을 썼을까?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볼 때, 민주와 진보를 대표하는 두 정당, 즉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현재의 모습으로 연대하는 것이 유효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 12월 대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굳건히 연대하여 민생과 평화의 비전 및 실행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한다면, 민주진보진영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차기 정부에서 함께 민주의 과제를 다시 정비하고 민생과 평화의 과제를 진전시켜 '2013년 체제'를 안착시킨다면, 다음 대선의 이슈는 '이 과제들을 과연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집중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 대선에서 현재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근본적인 견해 차이로 실행을 미뤄두었던 자신들만의 가치와 정책을 내걸고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미래이다.

만일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여 '이명박 정부 2기'가 출범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에서 행한 모든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행보가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은 이제 민주진보진영의 물리적 기반까지 파괴하려 들 것이다. 더구나 2기 이명박 정부는 1기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들의 방식대로 사회경제와 복지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하기도 싫은 가능성이지만, 이 경우 민주와 진보를 대표하는 두 정당은 각기 왜소화되어 한국의 민주진보 자체가 형해화(形骸化)될 수도 있다. 결국 지금보다 더 큰 고초를 감수하고 더 치열한 노력을 기울인 후에야 다시 정권교체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런 가능성을 생각할 때 현재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에게 마지막 기회란 표현이 부족하지 않다.

대선 승리의 비결은 뼈를 깎는 내적 혁신

민주진보진영이 연대하고 단결해서 1:1 구도만 만들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연대와 단결은 승리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민주진보진영의 단결이 필요충분조건으로 전화되려면, 각기 뼈를 깎는 내적 혁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2010년 지방선거와 이번 총선에서 보듯이, 사회경제적 상황이나 외교안보적 조건, 그리고 유권자의 의지 같은 정당외적 조건은 이미 충분히 밖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그 잠재력도 크다.

민주주의의 퇴행과 불통에 분노하는 시민이 거리로 나오고 있으며, 불공정한 경제와 불안한 삶을 변화시키려는 국민은 곳곳에서 정치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대결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반도를 평화와 번영으로 바꾸려는 한국인들은 지금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민주진보진영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 시민과 국민, 한국인의 의지를 받아들이고 실행할 의지와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내적 혁신을 요구한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권 의지와 집권 가능한 역량을 이들 준비된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무책임하고 이념만 앞세우는 불안한 세력'이 아닌, '집권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임지고 실천하는 집권 가능 세력'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는 민주정부 10년을 운영했고, 2013년 체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에게 더욱 절실하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세력과 자원, 역량과 경험에서 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중심을 잡고 진영 전체를 주도할 최종적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통합진보당에게 역할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통합진보당도 민주진보진영의 진로에 핵심적인 몫과 책임을 지고 있으며, 내적 혁신의 과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내가 여기에 통합진보당에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비록 조언일지라도 적절치 않다. 그렇기에 나는 여기서 민주당에 한정하여 자신의 가치, 정책, 조직, 활동에서 새로운 노선과 과제가 있음을 말하여 더 활발한 논의의 기초로 삼고자 한다.

▲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4.11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3월 29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연대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한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 대 야권연대 140석(민주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으로 19대 국회 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뉴시스
확고한 가치와 정체성의 확립

대선까지 8개월 남짓 남은 기간 동안 민주당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확고한 정체성과 가치를 확립하는 것이다. 모든 정당은 핵심적이든 경향적이든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정당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특성이 다른데,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의 지지 기반은 좀 까다로운 면이 있다. 민주당은 항상 경향적 지지층의 투표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그런데 4.11총선에서 보듯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큰 유권자들은 사회경제적 흐름을 판단하고, 민주당이 어떤 비전과 역량을 보여주는가를 두고 투표와 기권 사이에서 고민하곤 한다. 평균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수입으로는 중산층의 핵심이 되며, 연령대로서는 30대와 40대가 바로 그들이다. 즉, 이른바 '묻지마 지지'를 하는 층보다 정체성과 가치, 비전과 역량을 보고 판단하는 유권자들이 민주당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민주당이 새누리당과는 아주 다르고, 통합진보당과도 구별되는 정체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며 한반도 평화의 정당임을 자임해 왔다. 이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 내에서 구체적인 정책이 아닌 이념으로서의 진보와 중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생과 평화의 정당으로서 자유와 평등, 정의와 연대, 평화와 생태의 가치를 가진 민주민생평화 정당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한다. 민주당에 이 가치와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동의한 바에야, 그 안에서 구체적인 정책의 실행 시기나 범위를 논의하는 것을 두고 진보와 중도의 논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이는 보수언론의 분열 의도에 말려드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분열 의도에 흔들리지 않는 길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아닌, 지향점을 기반으로 정체성과 가치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민생 정책

민주당의 두 번째 과제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을 전면화하고 국면을 주도하는 것이다. 선거운동을 포함한 정당 활동의 효과성을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게 마련이다. 뛰어난 인재, 치밀한 전략, 효율적인 조직, 호소력 있는 소통과 홍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요소들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결국 정당은 정책으로 말하는 것이며, 또 의당 그래야 한다.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이 있어야 이를 담지하고 실행하기에 적합한 인재, 실행할 전략과 조직, 효과를 극대화할 홍보 등이 효과를 발휘해서 국면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북풍까지 동원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총력전을 꺾은 것은, 민주당과 야권 연합에 정체성과 가치를 상징할 수 있는 '무상급식'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야권 연합은 이 정책을 쟁점으로 삼아 선거를 주도했고,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의 찬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대로 2012년 4.11 총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정치적으로 실패한 것은, 정체성과 가치를 나타내는 정책적 쟁점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서로의 정치적 실수만을 헐뜯는 선거, 인물만을 부각시키는 선거로 끌려갔다. 이런 선거에서는 유권자 비중이 큰 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권력자 1인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정당 문화, 수십 년간 쌓인 기득권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력이 있으며 보수언론의 막강한 화력지원까지 등에 업은 새누리당을 이기기는 난망한 일이다.

민주당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가치와 정체성을 나타내는 구체적 정책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과감한 결단이다. 이념적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우리의 가치로 선언하고 있는 민생과 평화, 더 구체적으로는 정의와 연대, 평화와 생태의 가치 위에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해소, 북핵 해법과 남북협력, 에너지와 생태 보호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유념할 것은 실행 가능한 영역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금 한국의 미래를 짊어진 20대부터 40대에게 가장 큰 고통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그 핵심에는 일자리 문제가 있다. 일자리의 양과 질,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는 현재를 불안하게 하고,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정책으로 다루는 데 있어 단순히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해소 같은 구호만 내밀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이고, 실행 플랜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 정책을 본다면, 한국에서 필요한 일자리는 연간 대략 50만 개이다. 이 중 은퇴 등으로 자연스럽게 승계되는 일자리를 20만 개 정도로 잡는다면, 매년 30만 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른바 생활을 안정시킬 직업이 되려면 연 3000만 원 정도의 수입은 보장되는 일자리여야 한다. 이런 일자리를 정부가 공공 서비스 및 사회서비스 부분에서 직접 창출하거나, 또는 창업 기업이 창출하도록 지원하려면 연간 10조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 정도 예산은 현재 연간 15조 원이 넘는 부자감세, 재벌감세를 철회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부자감세, 재벌감세를 철회하고, 그 세수 증가분을 모두 신규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또 필요한 일이다.

비정규직 대책도, 지금처럼 겁을 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기본 원칙을 확립하고 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기본 원칙은 동일 노동은 동일 임금에 동일한 안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 노동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격한 사유 제한과 같은 과감한 대책을 내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분리해서 엄격한 규제와 폭넓은 지원을 해야 한다. 지원 예산은 앞의 감세 철회를 통한 세수 증가분으로 충분하다.

이런 일자리 정책은 단순한 노동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정의의 문제이다. 국가에게 있어 정의는 보다 많은 국민이 보다 큰 편익을 누리는 것이다. 만약 국가가 다수의 희생을 발판으로 소수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긴다면, 이는 매우 불공정하고 부정의한 행동이다. 따라서 부자 감세, 재벌감세로 소수에게 집중된 막대한 혜택을 폐지하고 이를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해소에 쓰는 것은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며, 우리가 지향하는 '2013 체제'의 국가운영 원칙에 부합하는 일인 것이다.

정의 원칙에 부합하는 과감한 정책은 보육과 교육, 건강과 연금, 산업 정책 등에서 수없이 많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민주당이 이런 정책들을 놓고 방법과 우선순위, 시기와 규모를 두고 논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논쟁에서 결정된 정책은 정권을 맡으면 100%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국민에게 해야 하고 또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획득하고 2013년 체제를 확립하는 길이다.

강한 리더십과 중심이 똑바로 선 민주당

정체성과 가치를 확립하고,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강하고 중심이 똑바로 선 민주당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을 굳건하게 지휘하고 중심을 잡을 강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민주당의 세 번째 과제이다. 그간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부패, 실정과 폭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강력한 지도력이 부재했던 면이 크다. 물론 18대 국회에서는 의석수가 부족했고 실질적 역량도 분산되어 있었다. 그러나 불과 79석을 가지고도 주도력을 놓치지 않았던 새정치국민회의 시절을 상기하면, 그만큼 민주당이 리더십과 주도력이 부족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3김 시대'의 비민주적 당 운영 리더십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파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민주적이면서도 효율적이며, 자유로우면서도 체계적인 조직 운영, 명확하고 일사불란하며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 강한 민주당을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재의 지도체제와 중앙당 구조를 개혁하고, 당원을 정예화하는 내부 캠페인을 전개하며 중앙당과 원내의 엄정한 기강을 확립하는 내적 혁신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는 온전히 5월 4일 선출되는 원내대표와 6월 9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책임이며, 더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선출하는 의원들과 대의원들, 그리고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책임이다.

민주당이 앞의 세 과제를 완수한다면, 대선에서의 승리는 이후의 전략과 실행에 달려 있다. 많은 부분이 있겠지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19대 국회의 활동이다. 비록 민주진보진영이 4.11 총선에서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의제 주도력이 망실되거나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의 실행을 애당초 포기할 수준은 아니다. 원내 대표의 책임 아래, 이명박 정부 심판과 각종 현안 의제를 선점하고 주도하며 야권연대에서 합의된 정책을 실현가능한 것부터 진보당과 조율해 가면서 추진한다면, 19대 국회의 활동은 대선 승리의 초석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선출될 원내대표와 이를 뒷받침할 정책위의장의 책무는 참으로 막중하다.

둘째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이며 신뢰를 쌓는 야권연대의 추진이다. 이번 4.11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과 진보당은 비록 마찰도 있었지만, 그만큼 신뢰도 쌓았다. 서울시 관악을 선거는 그 좋은 사례이며, 대전 대덕구에서도 상호 신뢰를 쌓는 선거운동을 벌였다. 전국적인 선거연대를 처음 만들어낸 것치고는 생각보다 큰 무리 없이 운영된 것이다.

그리고 비록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꽤 유의미한 효과도 있었다. 따라서 야권연대의 실효성을 의심할 것이 아니라, 대선에서 어떻게 더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어차피 선거연대는 서로 이념과 정책에서 차이가 있는 정당 간 목전의 승리를 위해 서로 양보하고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협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전략적 목표라면, 좀 더 안정적이며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양당 지도부가 강력하면서도 공정한 리더십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상호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구성원들도 상호 간 미래의 경쟁이 아닌 목전의 협력을 우선해야 한다.

셋째는 체계적이고 겸손하되 중심이 잡힌 소통이다. 예컨대 SNS를 통한 소통은 의제의 발굴이나 확산에서 매우 중요하고 또 그 잠재력은 매우 크다. 하지만 SNS의 잠재력이 발휘되려면, 민주당이 그만큼 중심을 잡고 전체적인 민심에 민감하게 소통해야 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의제의 발굴과 확산에서 SNS를 통한 소통을 확대하고 활발하게 전개하되, 중심을 잡고 의제를 주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SNS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소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면서, 이를 다시 평가하고 적용하며 환류하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을 주도할 수 있는 중심을 견지하는 것이다.

국민의 힘을 민주진보 승리의 힘으로

민주당이 내적 혁신을 통해 주어진 과제를 달성한다면 '대선 승리'와 '2013년 체제'를 향해 출발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모두 갖춘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필요충분조건으로 바꾸려면 이미 언급했듯이 바로 민주진보진영 전체의 단결이 중요하다. 우리는 혼자 정치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와 평등, 정의와 연대, 평화와 생태를 부정하는 세력, 틈만 나면 과거로 회귀하려는 세력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은 권력과 금력, 그리고 언론까지 장악한 막강한 세력이며, 항상 민주진보진영을 분열시키고 불안한 세력으로 낙인찍으려 시도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는 이번 대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할 것이다. 그들이 저질러놓은 부정부패에 대한 심판을 회피하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은 보수언론이 선두에 서고 방송이 뒷받침하여 민주진보진영을 왜곡하고 불리한 프레임을 만들어내려 한다. 이들이 구성원들의 필사적인 파업에도 방송 정상화에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이 만드는 프레임에 국민은 물론, 민주당의 구성원과 민주진보진영의 평론가들 역시 자유롭기가 어렵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진보진영의 평론가들과 지지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의도에 말려들고 있지는 않은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정치검찰을 위시한 권력, 풍부한 자금력과 인력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지금의 민주진보진영은 유신독재와 5공 독재의 폭압에 굴하지 않고 87년 체제를 만들어냈던 민주화 운동의 맥을 잇고 있다. 생각해 보라. 지금이 그때보다 상황이 나쁜 것이 아니며, 또 그들의 권력과 금력, 언론 동원력이 그 때보다 강한 것도 아니다. 더구나 87년 체제를 만들어냈던 국민들의 힘만큼 새로운 체제를 향해 전진하는 국민의 힘도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아무리 악조건에 처하더라도 12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2013년 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며, 오히려 87년보다, 97년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조건과 국민의 힘을 승리의 힘으로 바꾸는 것은 오직 민주진보진영의 단결과 혁신에 달려 있다. 이제 우리의 역사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단결과 혁신으로 전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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