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앓던 박지연씨는 죽었다. 향년 23세다. 꽃다운 나이에 고인이 된 박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햇수로 3년째가 되던 2007년 9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19살 때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으로 취직한 박씨는 2대의 방사선 발생 장치가 설치돼 있는 몰드공정과 화학약품을 이용해 도금 접착성 실험을 하는 '피니시공정'에서 일을 했다. 박씨는 발병 이후 항암치료와 골수이식 수술을 해 한때 완치되는 듯했으나 그만 죽었다.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례는 박씨가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사망한 황유미씨도 마찬가지다. 황씨도 19세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들어가 2년 만에 백혈병을 얻어 2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황씨와 같은 라인에서 일을 하던 이숙영씨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연극 TAXI,TAXI가 말한 것
나는 최근 연극 <TAXI, TAXI>를 작, 연출했다. 그 연극에서 여자 택시 운전수 유미란은 딸과 단둘이 살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화장도 할 수 없고, 예쁜 옷도 입을 수 없는 딸 미루를 보면 유미란은 미안하기만 하다.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오늘 날의 한국 사회는, 폭력과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다. 유미란이 애지중지하는 딸 천미루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백혈병을 앓게 되고 죽었다. 이는 택시운전수 황상기의 딸, 황유미 사태를 연극 TAXI,TAXI로 가지고 왔다.
묻는다. 재벌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에
인권단체 등이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인정과 노동환경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구하며 산업재해 인정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들의 요구를 번번이 거절했다. '얻은 병과 삼성반도체 공장의 환경 사이에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노동인권단체인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LCD 등 전자업계 노동자 백혈병, 뇌종양, 희귀 직업병 피해제보 수는 120명을 넘었고 이중 47명이 세상을 등졌다.
이번 재판은 삼성전자 기흥,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악성 림프종 등 병을 얻은 근로자, 유족 등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지난 1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년 5개월만에 결과가 나온 1심 판결에서 이미 세상을 이모씨와 황모씨에 대해서는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개인 면역 차이 등에 따라 백혈병이 발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모씨와 황모씨는 기흥공장에서 함께 2인1조로 근무했다. 하지만 남은 원고 3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고 야간근무, 과로 등이 백혈병 유발요인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며 3명에 대해서는 청구를 기각했다.
뒤늦게 처음으로 비로소 법원에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하면서, 기각판결을 받은 일부 유가족들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유가족이 더 이상 어떤 증거를 내밀어야 재판부가 산재를 인정해 주겠다는 건지, 여전히 답답하고 한심하다. 많은 노동자자체가 산업재해의 증거인데, 유가족은 공장내부에 또는 자료접근도 차단인 상태인데, 법의 잣대로 너무 뻔한 현실조차 한심한 법률논쟁으로 마감하겠단다.
근로복지공단의 정체는?
근복지공단이란? 노동하는 사람들의 형편을 살펴서 더 이상 억울한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근로복지공단의 역할과 책임이라고 했다. 재단의 지침을 보면 "중요 경영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여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대 국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실시하는 제도"란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공공시스템은 망가졌다. 도대체 삼성재벌의 하수인이 근로복지공단인가? 결국, 공공시스템이 재벌 삼성을 감당하기 어렵단 얘기다. 무슨 얘긴가? "중요 경영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여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고? 아, 제발제발 좀, 거짓말 하지 말자. 그냥 힘센 삼성이 정부의 기구까지 통제한다고 말하자.
판사의 헛된 주장
판사는 말하기를,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고 야간근무, 과로 등이 백혈병 유발요인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며 3명에 대해서는 청구를 기각했다. 또 한 번 말한다. 답답하다. 반도체 공장의 여직원의 죽음이 증거 아닌가? 한심한 법률의 게임이다.
이건희와 그의 딸
이건희 딸은 미국에서 죽었다. 어떻게 죽었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 이건희씨는 자기의 딸의 죽음을 가슴에 묻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다. 이건희씨가 딸을 품었듯이, 삼성반도체의 딸 같은 반도체 직원들도 넉넉한 가슴으로 품어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이번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노동자들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삼성이 이건희 씨가 나서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자, 어떤 대책이 나올까? 이건희 씨는 일찍 예고 없이 서초사옥 집무실로 출근해 삼성전자 경영진을 불러들였단다. 삼성 관계자는 "백혈병과 관련한 법원 판결의 파장과 대책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은 겉으로는 "1심 결과이고, 피고가 근로복지공단"이라며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반도체공장 환경과 백혈병의 인과관계를 세계 최초로 인정한 이번 판결이 삼성의 이미지를 해치고 오는 7월로 예정된 복수노조 허용과 맞물려 삼성에 노조가 설립되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란다.
삼성은 그동안에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활동을 삼성전자에 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규정해 대응해왔다. 삼성 내부에서는 상징적으로 삼성전자 사장급을 포함한 경영진 인사조처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문제'로 국한시켜 파장이 확대되는 걸 막잔다. 삼성 관계자는 "회장한테 보고한 대책에는 삼성테크윈의 경우처럼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무리다. 이건희 씨는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역지사지(易地思之)
얼마나 이뻤을까? 이건희씨의 딸이. 그렇다. 이건희씨도 사람이기 때문에 딸의 느닷없는 죽음에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아마. 자, 노동자도 사람이다. 나는 믿고 싶다. 왜냐하면 그도 사람일 것이기에. 남이 괴로우면 나도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 사람의 마음임을 그도 알 것이기에. 남이 괴로운데 나는 아무렇지 않다면 옆에서 누군가 고통의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내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면 '나'는 과연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사람이다-한겨레신문, 소설가 공선옥님의 글에서-
이건희씨의 부의 축적
다시, 소설가 공선옥님의 글을 가지고 온다. 이건희 씨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다. 그는 자본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고 자본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을 하게 해서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한 다음, 자신의 부를 축적해가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건희 씨는 노동자들이 노동을 제공하지 않았으면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부를 축척할 수가 없었다는 말이다."고 말했다.
삼성재벌의 대응에 대하여
삼성 이건희씨는, 반도체 백혈병 사태에 대해, 지금 국민들을 대상으로 마술과 요술을 부리는 식이지만, 이건희 씨의 요술은 금방 눈치 챌 수 있고, 수도 한 참 낮고, 심지어 불쾌하며 정서적으로 그 느낌은 사악(邪惡)하고 더럽다는 느낌이 든다. 자, 질러서 곧장 말한다. 삼성반도체 여직공들, 당신들의 죽음은 바로 이건희 당신의 죽음이다.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큰 불행이다.
자, 말하겠다. 이건희 씨에게
대학생들이 취직하고 싶은 기업이 삼성이란다. 재벌 삼성은 우리사회 선망의 기업이다. 내가 볼 때는 헷갈린다. 대학생들이 삼성의 실체를 잘 모르고 있다고 나에게는 보여 진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계가 아니다. 돈을 많이 준다고? 그래서? 돈을 많이 주면, 사람이 기곈가? 아니다. 이건희 씨는 반도체 만들던 죽은 여자아이들도 사람이란 걸 인정해야한다. 세상에! 어느 기업이 사람을 기계 취급하는가? 이건 나쁜 기업이다. 이 기업이 우리사회 공동체를 헷갈리게 한다. 따라서 삼성재벌 이건희 씨는 이젠 정신 차려야 한다. 나이가 얼만가? 그 많은 돈을 죽을 때 가지고 가는가? 아니다. 이는 윤리의 문제다.
이건희 씨에게 부탁
첫 째, 삼성반도체 여직원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유가족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만 한다.
둘째, 당신의 지금까지 기업 운영방식의 독선에 대해서, 우리사회 시민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해야만 한다. 이것이 이건희 씨나 삼성 재벌이 이 땅에서 거듭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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