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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10년, 중간평가를 청합니다

[발행인의 편지] 새로운 10년, '프레시앙'과 함께 하겠습니다

프레시안 애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프레시안은 올해 9월 창간 10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올해 초 프레시안은 두 개의 언론상을 받았습니다. 각각 전국 언론학 교수들의 모임인 '미디어공공성포럼'과 언론인권센터가 프레시안의 삼성반도체와 백혈병, 삼성전자 노조 관련 보도에 대해 주는 상이었습니다. 2005년말 황우석 보도로 앰네스티 언론상을 처음 받았고, 2006년 한미FTA 보도와 KTX 여승무원 보도로 각각 언론노조 민주언론상과 언론인권센터 언론상을 받은 이래 5년만입니다.

기분 좋았습니다. 2001년 9월 24일 우리의 현실을 보다 깊고 넓게, 그리고 멀리 보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프레시안의 언론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20명 남짓한 상근 기자들과 수백명의 필진들이 만들어온 프레시안의 콘텐츠가 우리 사회의 전모를 속속들이 밝혀준다거나 우리의 나아갈 길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을 깊고 넓고 멀리 보는 눈과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내공은 앞으로도 계속 연마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주체적 역량을 키워가는 것 못지않게 우리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명박정부 이후 우리의 민주주의는 유린됐고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다수 국민들이 절실하게 바랐던 경제상황마저도 호전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데도 이명박의 지지도가 추락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현 정부 이후 더욱 뚜렷해진 '언론의 독립성 및 비판기능 상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중동과 KBS, MBC 등 거대 언론매체들이 현실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닥쳐오고 있는 위기상황에 대해 경보음을 울리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편으로 조중동을 매수하고, 강압으로 공영방송에 재갈을 물린 '이명박식 언론개혁'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허상에 불과합니다. 지난 해 6.2 지방선거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언론에 드러난 현실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문제는 이처럼 왜곡된 언론상황 속에서 지금 우리는 깜깜한 어둠 속에 벼랑을 향해 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조중동방송을 만들어낸 '이명박식 언론개혁'이 우리 언론계에 무시무시한 생존경쟁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권력이든 금력이든 강자에 빌붙어 생존을 도모하는 언론의 타락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특히 압도적으로 광고에 생존을 의존해야 하는 한국적 언론현실에서 현재의 상황 진전은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매체에게는 지극히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습니다.

지난 10년간 프레시안은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면서 시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름 노력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대중의 맹목적 지지에 굴하지 않고 황우석의 진실을 파헤쳤으며, 노무현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의 문제점을 드러냈고, 거대재벌 삼성의 횡포를 정면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계속 견지하고자 합니다. 언론의 기본적 소임인 '진실 추구'를 통해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최저의 출산률로 요약되는 우리 사회의 황폐한 모습을 인간적으로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은 독립성입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 언론의 독립성은 경제적 자립을 통해 확보됩니다.

프레시안은 독자 여러분께 후원회원(프레시앙)이 돼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프레시안의 콘텐츠에 대해 매달 일정한 구독료를 지불함으로써 저희들이 권력이나 금력 등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언론'으로서 '시대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사실 저희들은 지난 2007년 11월, 1차 프레시앙 캠페인을 벌인 바 있습니다. 당시 약 2천명의 애독자가 참여해 주셔서 저희들의 떳떳한 생존에 귀중한 버팀목이 돼주셨습니다. 이 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프레시안의 오늘은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한번 머리 숙여 그동안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현재의 프레시앙 규모로는 아주 많이 부족합니다. 매우 소중한 도움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는 말입니다. 오로지 독자들의 힘만으로 프레시안이 운영되려면 수 만 명 규모가 돼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목표가 단번에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차츰차츰 이뤄나가야겠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재작년말부터 2차 프레시앙 캠페인을 고민했습니다.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것은 프레시앙을 제3의 주인으로 모시겠다던 당초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자괴감 때문이었습니다.

오랜 망설임 끝에 이렇게 청을 드리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첫째 지난 10년간 프레시안의 언론활동에 사회적 가치가 있다면 프레시앙으로 참여하는 독자들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재의 프레시앙은 물론 미래의 프레시앙을 프레시안 제3의 주인으로 모시는 일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하자는 것입니다.

첫째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한마디로 프레시안은 생존할 가치가 있는 언론매체인가? 만일 그러하다면 둘째에 관해 다음 세 가지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 참여하는 프레시안이 되겠습니다. 독자위원회를 구성하고, 프레시앙과의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여러분과 뜻과 열정을 프레시안에 담아내겠습니다.

- 함께 토론하는 프레시안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현안들을 논의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각종 토론회와 강연회 등에 프레시앙들을 우선적으로 무료로 초대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프레시앙이 되시는 분에 한해 상업광고가 없는 지면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광고 수입을 위해 기사 읽기에 방해가 될 정도의 광고가 실려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구독료를 내시는 프레시앙에게는 광고 없는 지면을 제공하겠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장차 '광고 없는 프레시안'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출발의 뜻도 담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1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겨우 사리분별을 가릴 정도, 성인까지는 아직 멀었습니다. 앞으로 10년은 더 자라야겠지요. 애독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프레시안은 지난 10년을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달려올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이 싹수 있는, 작지만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언론이라는 판단이 서신다면 프레시앙이 돼 주실 것을 청합니다. 여러분이 주시는 물로 저희들은 음수사원(飮水思源) 하며 오로지 독자들을 위해 진실만을 추구하는 참된 매체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2011년 4월 19일
프레시안 대표 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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