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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길'이 아니라면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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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길'이 아니라면 대화하라"

[기고] 우리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보호되고 보장된 안정된 삶의 터전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보다 안정되고 보다 잘 보호된 국가는 좋은 국가이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나쁜 국가(bad state)이다. 그러면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국가의 일을 잘 관리하는 것이 정치의 첫 번째 의무이다.

국가는 누가 이끄는가. 정치가 이끈다. 그러면 정치는 누가 이끄는가. 정당이 이끈다. 정당은 누가 이끄는가. 정당의 당수가 이끈다. 정당의 당수는 누구에 의해서 이끌려 지는가. 국민에 의해서 지도된다. 그러면 국민은 누가 이끄는가. 국민이 선택한 국민의 대표가 이끈다. 국민이 선택한 국민의 최고 대표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그 나라의 헌정체제에 따라서 다르나, 대통령제를 입헌주의로 한 나라에서는 대통령이며, 내각책임제를 입헌주의로 채택한 나라의 경우에는 수상 혹은 총리가 그 나라의 대표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국가인가.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한민국 헌법 66조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위 및 의무와 권리에 대한 포괄적 규정을 정치철학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지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성실한 의무를 진다." 이상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이란 특수한 나라의 특수한 대통령의 임무이다.

왜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특수한 나라인가.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영토통일이 안된 분단된 체제를 지속해 오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전 또다시 역사의 시계바늘을 60년 전으로 되돌리는 참담한 현실을 목격했다. 전쟁이란 아주 낡고 오래된, 그렇지만 근자에 들어와서는 새롭기 그지없는 참담한 비극을 반복했다. 그리고 살육이란 반문명적이고 원시적인 잔혹성을 재행(再行)했으며, 말로는 동족끼리와 비핵3000을 외치면서도 행동으로는 동족간의 상잔(相殘)과 상쟁(相爭)의 참혹성을 재현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이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래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걱정한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브랜드가 혹시 연평도에서 퍼져 나가 서해안을 검게 덮어 버린 화약 냄새의 포염으로 각인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미지가 747공약처럼 평화와 번영과 통일의 시대를 앞당기는 '역사의 리더'가 아니라, 아무런 대안도 없이 세습독제체제에 무참히 짓밟히고 당하고 국민에게 굴욕감과 좌절감만 안겨주는 허탈한 시대의 한 '관찰자'로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처럼 단독으로 국토 방위력을 갖추는 자주국방의 완벽한 최고사령관이 아니라, 미국의 핵 항공모함을 끌어 들여 국가의 완전한 독립의 길을 희미하게 만들고,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개입을 스스로 초래하고 영토를 외세에 의존해서 보존하겠다는 종속국가의 리더로 전락하면 어떨까. 이런 점들이 걱정된다. 지금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걷게 되는 이 길이 과연 대한민국 국가의 계속성을 유지하는데 꼭 가야만 하는 '역사의 길'일까.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우리 미래를 위한 평화의 길이고 희망의 길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성실한 의무를 져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길인가.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해야 할 성실한 의무란 무엇일까. 북한과 전면전을 불사하고서라도 하느님의 도우심을 믿고 의지하여 김정일, 김정은 세습독제체제에 대한 무차별 보복과 응징을 하는 것일까, 그래서 한반도를 더 큰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걸어 왔던 그 길과는 전혀 다른 프러스트가 말한 아무도 걷지 않았던 '제3의 새로운 길'을 걸어 보는 것일까.

그 제3의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적대적 제휴라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서라도 피하지 말아야 할 '대화의 길'이다. '소통의 길'이다. '공감의 길'이다. 그 길이야말로 바로 공존의 길이자 진보적 자유의 길이다.

북한은 지금 선군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군의 위협을 내세워 남한과 미국을 그들이 원하는 대화테이블로 끌어들이겠다는 무력시위적 외교전략이다. 여기에 우리는 선제공격도 선제타격도 선제방어도 못하는 무전략이다. 그래서 계속 기습만 당하고 있다. 대결도 못하고 대화도 못한 무전략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무전략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 출구는 대북전략과 정책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보라는 것이다. 대결의 수위를 낮추고 대화의 수위를 조금씩 높여 보라는 것이다. 이 제안이 지금은 분위기상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 북한과 대화를 하라는 것은 북의 위협에 우리의 위약함을 드러내 보이는 약점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측과의 일상적 대화가 아니라 '전략대화'를 시작해 보라는 것이다. 이 전략대화란 전략외교의 수단이다. 즉 대화는 하되 타협은 없다 혹은, 타협은 하되 협상은 없다 그것도 아니면, 협상은 하되 우리의 국익에 손해를 가져다주는 결론은 없다라는 식의 외교적 기술과 전략을 갖고 북한의 도발의지를 침묵의 상태로 끌고 가면서 관리해 나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선군외교에 맞설 수 있는 선경외교(先經)로 한반도의 보다 큰 평화와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좋은 큰 틀의 정책들을 강구해 나가 보라는 것이다.

왜 전쟁의 기술도 없으면서 아니 전쟁에 임할 수 있는 심리적 준비조차도 안 된 상태에서 자꾸 말로만 전쟁의 길로 나가는지 걱정스럽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막는 방법엔 군사적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교적 방법, 경제적 방법이 군사적 방법 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이 될 때도 많다. 소위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위력을 펼쳐 볼 수 있는 외교적 스킬을 가져 보라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를 빠져 나간 후에 또다시 연평도 국지전보다 더 크고 참혹한 그 어떤 미래의 위협이 닥쳐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그 위협은 지금 당장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대북공분이 모두 사그라들면 그때 세상의 허점을 찍어 다시 도발해 올 것이다. 그것이 북한의 체제유지 비결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과 같은 대북전략과 정책으로는 북한을 관리할 수 없다고 본다.

북한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대결능력과 자신감이 있다면 그리고 우리 국민이 그 길을 원한다면 그 길로 가야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가야할 역사의 길을 정략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임의 길이 대화의 길이었다고 해서 그 길을 피하려는 데만 집착하다보면 클린턴의 길을 피하려고만 했던 부시의 길을 걷게 된다. 그 길은 전쟁의 길이었다.

3년에 걸쳐 치러졌던 한국전쟁이 휴전과 정전을 맞게 된 핵심 이유는 바로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적국들끼리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쟁 중의 대화의 시작이 60년동안의 큰 평화를 담보했고,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번영의 토대가 되었다. 그래서 대화의 힘은 위대하다.

그러나 전쟁의 힘은 참혹할 뿐이다. 이 지구상에 전쟁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그러나 전쟁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전쟁을 치러보기도 전에 그 나라 국민에게 굴종(slavery)과 치욕(dishonour)과 전쟁의 공포를 느끼게 만든 나라이다. 지금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길에 오른 연평도 주민들을 쳐다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 혹시 그런 나라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우리의 땅 연평도는 지금과 같은 폭격의 참화를 당하지 않았다. 연평도 주민이 이토록 불안에 떤 적도 없었다. 그 섬이 불안해서 더 이상 못살겠다고 그 땅을 떠나는 국민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연평도 주민은 자신의 오랜 삶터를 등지고 떠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리에게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대통령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김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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