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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준비물 없는 학교는 되고 무상급식은 왜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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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 준비물 없는 학교는 되고 무상급식은 왜 안 되나?"

[인터뷰] 김영배 성북구청장 "무상급식은 도시혁명+농업혁명"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의회는 지난 9월부터 내년도 무상급식의 범위, 예산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3개 기관은 실무협의 끝에 2010년부터 초등학교 1~4학년을 대상 무상급식 실시를 합의했으나 서울시의 반대로 이 마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초등학교 1~3학년만이라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2일부터 시작한 성북구의 '친환경 무상급식'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지역 민주당 구청장들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너나할 것 없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구청 예산을 투입한 시범실시를 통해 과감하게 시도에 나선 곳은 오직 성북구 한 곳이다. <프레시안>은 무상급식을 시범실시하고 있는 성북초등학교를 찾아간 데 이어 김영배 성북구청장을 만났다. 김 구청장은 3개 기관 무상급식 협의회 구청장 대표로 참여 중이기도 하다.(편집자)

☞성북초등학교 르포: 무상급식 시범학교 점심시간…"밥이 너무 맛있어졌어요!" "10점 만점에 8~9점"…학생·교사·학부모 모두 '대만족'

강북의 많은 자치구와 마찬가지로 성북구 역시 예산이 넉넉한 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성북구가 지난달 1일부터 지역 내 24개 모든 공립초등학교의 6학년 학생 3945명을 대상으로 내년 2월(겨울방학 제외)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1~5학년 학생의 친환경 재료 전환 비용을 지원하는데 들이는 예산은 총 8억1600만 원이다.

서울 시내 최초 무상급식이고 이 사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성북구가 대고 있다. 지난 6일 성북구청 구청장실에서 만난 김영배 구청장은 "약속을 지키는 일이고 최우선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김 구청장은 무상급식을 포함한 교육 예산 문제를 논의하는 서울교육행정 민관실무협의회에 구청장을 대표해 참석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무상급식에 미온적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무상교육'의 일환으로 학습 준비물 없는 '3무(無) 학교'를 하자면서 무상급식은 안된다는 것은 자가당착일 따름"이라며 "'플로팅 아일랜드' 등 낭비성 예산 사업은 하면서 무상급식 예산은 없다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무상급식으로 인해 '농촌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의해 안정적인 친환경 농산물 수요가 발생하면 지난 번 배추 파동 당시 볼 수 있었던 생협의 위력과 같이 농업 생산과 가격·유통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귀농 인구가 더 늘어날 수도 있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재배 면적이 늘어나 국토의 재개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북구는 '철원 오대쌀'로 밥을 짓는데, 철원군수는 "성북구가 10년 계약을 하면 성북구에 쌀 창고를 짓겠다"고 했다고 한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영배 성북구청장 ⓒ프레시안(이경희)
"친환경 무상급식은 가장 중요한 생활 공약"

프레시안 :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무상급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영배 구청장(이하 김영배) : 처음엔 성북구만 시행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웃음) 그러나 친환경 무상급식은 생활 정치를 내세운 제 공약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약이었다. 지난 20년간 민주화가 제도와 권력을 민주화시키는데 집중돼 있었다면 지금은 실제 사람들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현재 단계에서 생활정치 공약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친환경' 급식의 특성상 시범실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이 사업은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큰 폭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이다. '무상' 급식은 급식의 경비를 대는 주체가 누구냐는 문제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하면 된다. 그러나 '친환경' 급식은 친환경이라는 가치 뿐 아니라 현실에서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식량 자급도가 쌀을 포함하면 28%, 쌀을 빼면 4%이다. 친환경 급식의 전제는 국산을 이용한다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쌀을 빼면 자급도가 4%밖에 안되니 하고 싶어도 친환경 급식을 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아이들의 건강권, 보편적 급식의 권리, 농촌을 살리고 국토를 살릴 수 있는 나름대로 3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당 수준의 준비가 필요하다. 또 무상급식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가 다수고 유통체계 등의 점검도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오세훈 '3무 학교'하자면서 '무상급식'은 왜 안되나"

프레시안 : 시범 실시를 하기 전에 서울시와 예산 문제를 협의해 봤나?

김영배 : 안했다. 서울시는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 없었기 때문에 하반기 예산은 서울시와 협의를 안 했다. 그래서 일단 우리 돈으로 시범실시를 했다. 현재 서울시와 시의회, 시교육청이 무상급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꾸린 서울교육행정 민관실무협의회에 구청장 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논의를 해보면 서울시도 미온적이고 의회 일부도 상당히 미온적이다.

프레시안 : 서울시는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김영배 : 서울시의 입장은 자가당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오세훈 시장은 후보시절 '3무 학교(사교육·학교폭력·학습준비물 없는 학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학습준비물 없는 학교도 무상교육의 일환 아닌가? 왜 학습준비물은 주자고 하고 무상급식은 줄 수 없다고 하는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회의하면서 '나를 좀 설득해 달라'고 했는데 뚜렷한 답을 못 주더라.

오세훈 시장이 내년에 진행하려는 사업 가운데 서울시의회에서 삭감하겠다는 예산만 해도 수천억이 된다. 돈이 없어서 무상급식 사업을 못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의지와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이다. 지난번 선거에서 국민의사는 확인됐다고 본다. 그리고 의원 다수와 구청장 다수가 동일한 공약을 냈고 국민의 의사가 확인된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안 하겠다는 것은 주민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만약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면 솔직하게 타협하는 걸로 해야지 막무가내로 해선 안 된다.

실무협의회에서도 예산의 문제인지, 논리의 문제인지 여러 차례 물어봤다. 오세훈 시장도 시정 질의 답변 자리에서 분명히 "예산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을 분명히 했다. 예산의 문제라고 하면 '플로팅 아일랜드' 등 낭비성 예산을 깎자고 할 게 뻔하니까 예산 문제는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논리의 문제라면 왜 학습 준비물은 되는 건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예산의 문제면 충분히 타협할 수 있다. 예산 없으면 단계적으로 갈 수도 있고, 다른 예산을 좀 깎을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는 타협하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논리의 문제라면 자가당착적 논리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시, 결국은 타협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이번 시범사업 실시 비용을 구청에서 전액 마련했다.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영배 : 이벤트성 행사 예산, 불필요한 보도블록 교체 비용 등을 줄여 예산을 마련했지만 예산이 많지는 않다. 6개 학년을 다하면 초등학교만 해도 100억이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에 비용을 분담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공문을 보내 2011년 무상급식 예산의 50%를 내겠으니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나머지 예산을 분담해 예산 편성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50% 가운데 20%든 10%든 부담할 용의가 있다. 나머지를 서울시에서 부담해 주면 끝나는 문제다. 전체 2300억 중에 1150억 가량은 교육청에서 부담할 의지를 표명했는데 나머지 30%~40%에 해당하는 700~900억을 서울시가 주지 않겠다고 해서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이경희)
프레시안 : 성북구는 일단 내년 2월까지 시범 실시를 하는데 서울시가 계속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김영배 :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교육청과 우리만 따로 하는 방법이다. 교육청이 50% 대고 우리가 20% 대면 4개 학년은 할 수 있다. 최악에는 그것도 선택할 수 있다. 곽노현 교육감하고 얘기해봤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걸 추진하는 방법이 있다.

다른 하나는 타협하는 방법이다. 나는 서울시가 충분히 타협할 것으로 본다. 서울시도 여러 가지 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기에 이 부분에선 타협하는 게 맞다. 교육청하고 구청만 강행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안됐으면 좋겠다.

무상급식 논의의 출발은 헌법 31조에 나와 있는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으로 한다'는 규정에 있다. 일종의 헌법적 명령이다. 헌법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바를 큰 틀에서 규정하는 것 아닌가. 분명히 의무 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재정 여건 등이 되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 지금 국민적 공감대도 선거를 통해 일정 정도 모여 있다고 본다.

"무상급식 하면 급식 질 떨어진다? 모르는 소리"

프레시안 : '시범 실시' 해본 경험에 대해 묻자. 현재 지급하는 급식비 2270원은 성북구 내 학교 급식비 평균이라 들었다. 그 정도면 적절한가?

김영배 : 서울 교육행정협의회의 실무협의에서 제일 논란이 된 게 바로 그것이다. 성북구는 평균 급식단가가 2207원인데 강남 4구에선 높은 데는 2800원까지 나온다. 성북구에서도 사립초등학교에서는 3100원까지도 나온다. 급식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첫째로 학생 수 차이다. 학생 수가 많으면 급식 시설 투자를 더 해야 하고 그때 투자비를 학생 수로 나누면 돈이 더 들 수 있다. 또 학생 수가 많으면 인건비도 더 많이 든다. 또 후식으로 과일을 얼마나 자주 주느냐에서도 급식비에 차이가 크다. 강남은 유기농 과일을 일주일에 2~3번 준다고 한다. 여기서 차이가 생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제외하면 주식 식재료는 가격이나 질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의회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무상급식하면 급식의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강북, 강남의 급식비가 다른데 평균을 맞추면 서울시 전체 급식의 질이 하향평준화 된다는 논리다. 그래서 나는 '얼마 쯤이면 급식이 질이 보장 될 것 같냐'고 묻고 '1인당 2600원 정도는 되야 한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이 정도 금액은 서울시 전체에서 상위 20% 정도 되는 수준이다. 나는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실제로 최종 확정되는 금액은 이보다는 더 떨어질 것이다. 영양을 맞춘 표준 식단과 우리나라에서 조달 가능한 물량과 시장 적정단가를 살피면 급식비는 1인당 2600원 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부모와 영양 교사, 학자, 시민사회와 위원회를 꾸려서 금액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합리적으로 조정해 갈 것이다.

"'무상급식은 국민적 합의' 지방선거에서 확인"

프레시안 : 정치적 논란 외에도 학교 현장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있다. '밥 먹여주는 것보다 학교시설과 같은 학습 여건에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인데.

김영배 : 지금 교육 현실을 살펴보면 교육시설, 학습여건 등 부족한 것이 많다. 특히 강북은 더 그렇다. 인프라에 해당하는 학교 시설이나 선생님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교육연수나 그 외 급식, 학습준비물 등 교육에 필요한 수많은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 풍족한 것이 없다. 이제까지 워낙 투자를 안 했다. 우리나라가 사람투자에 게을렀고 다 토목, 건설 예산에 써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문제는 정해진 예산을 어느 정책에 배정해서 쓸 것이냐가 된다. 정책 우선순위는 관료나 의원 몇 사람이 임의로 생각해 정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적 요구나 국민적 합의가 잣대가 되어야 한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확인된 국민적 합의가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먼저 해결하면서 다른 부분도 더불어 개선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이번 시범실시가 공립 초등학교만을 대상으로 해 사립초등학교들이 서운해한다는 얘기도 있더라.

김영배 : 서울시 사립초등학교 40개 중 성북구에만 5개가 있다. 사립초 학부모 대표와 교장 선생님들이 면담 신청을 해서 만나 봤다. "우리도 시민이고 세금을 낸다. 공립은 아니지만 크게 보면 우리도 교육의 대상에 포함되는데 왜 우리는 무상급식 안 해주냐"는 불만을 말씀하셨다.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

일단 교육청 방침은 사립을 제외하는 걸로 되어 있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인 교육과정 내에 사립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가 공·사립이 엄격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사립 중학교의 경우 교원 월급 등은 서울시에서 보전해 주고, 시설 개선할 때도 상당히 지원해준다. 그래서 국가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공론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교육청하고도 의논해보려고 한다. 교육적 식견이 짧아서인지 모르나 어떻게 하는게 맞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일단 시범 실시 과정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 추진위원회에서 국가가 공적으로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판단되는 공립을 우선 지원하기로 기준을 정했다. 다만 사립초등학교에 대해서도 해당 학교가 원할 경우 우수 농산물과 유기농 쌀 등 친환경 식재료로 전환하는 차액을 지원해주고 있다. 사립초교 5개 중 3개가 식재료 전환 지원을 받고 있고 나머지 두 학교도 내년에 지원해 주기로 했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바뀔 수 있는 터닝포인트에 왔다"

프레시안 : 시범실시 하기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나.

김영배 :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후 제일 신경을 쓴 것이 급식 관련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위원회를 시민단체 대표, 학부모 대표, 학교장 대표, 영양사 대표, 생협 대표, 그리고 전문가와 지역 대표들로 구성하고 출범하자마자 몇 차례 회의했다. 우선 학교마다 차이가 나는 급식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 우유는 무상으로 할 것인가, 친환경 쌀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을 먼저 논의했다. 다른 식재료보다 식량 자급률도 높은 쌀은 당장 유기농·친환경 쌀로 하기로 했고 우유가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많아서 우유는 일단 무상급식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다음으로는 장기적으로 유통센터와 급식 센터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서울시의 강서 유통센터를 이용할 것인지 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그리고 추진 단계에서는 교장 선생님과 영양 교사, 학부모 대표에게 설문조사 및 간담회를 했다.

ⓒ프레시안(이경희)

프레시안 : 현재 강서유통센터는 활용하고 있나?

김영배 : 활용하고 있다. 아직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만큼 시범 실행 중에는 지정된 유통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믿을 만하다고 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따로 구성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왜냐면 음식재료인데 한 군데서 서울 전체를 커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구 밀도나 교통상황 등을 봤을 때 그렇다. 서울시에서도 여러 군데 지으려고 하고 있다. 제 생각은 아무리 적어도 동서남북 권역별로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면 11개 교육청 단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농산물 집하, 분류, 보관하는 데가 있어야 한다.

지난번 학부모들고 친환경 쌀 공급지 중 하나인 철원을 다녀왔다. 견학도 하고,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보러 갔다. 그런데 철원 군수께서 만약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철원과 10년 정도 기간을 갖고 계약을 한다면 자기들이 서울에 쌀 창고를 짓겠다고 제안했다. 생산자로서의 자존심으로 보였다. 철원 오대미를 포함한 식재료를 아이들에게 먹이는 것이니만큼 그들은 생산자로서 자존심을 걸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진행은 쉽다. 우리가 꾸준히 유기농 쌀과 식재료를 소비해주면 생산 혁명과 유통 혁명도 가져올 수 있다. 농촌도 수입이 안정적이 될 수 있고 그렇다면 귀농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지난 배추 파동 때 '한살림' 등 생협이 유통과정의 혁명이 갖는 저력을 보여줬다. 계약 관계가 탄탄하면 우리나라 농촌을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직거래'에 방점을 두는 이유는?

김영배 : 친환경 농사를 지으려면 어느 한 농가만 해선 안 된다. 옆 농가에서 농약을 뿌리면 바람에 날리는 등 방해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에서도 어떻게 친환경 농사를 많이 짓도록 설득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직거래는 이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서울시 초등학생이 56만 5000명 정도다. 이 정도가 친환경 급식을 하기로 하고 10년이든 20년이든 전략적 MOU를 체결하면 농촌도 살리고 도시도 살 수 있다. 직거래하면 유통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농약을 안 치면 토지도 살릴 수 있다. 친환경 농산물의 직거래는 국가 전체를 재생시킬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 왔다고 생각한다. 농업과 도시민의 생활이 함께 바뀔 수 있는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프레시안 : 구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무상급식 이후 많이 만나봤나.

김영배 : 많이 만나봤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정말 좋아한다. 급식비 내라고 독촉하는 것이 비교육적인 일이라 괴로웠던 거다. 이런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 다들 장기적으로 무상급식은 꼭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범실시 과정에서 크게 염두에 뒀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로 절차적 정당성을 철저히 확보하는 것. 두 번째로 다수 이해관계 걸쳐 있고, 또 먹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을 나눠서 소통하는 것이었다. 그간의 기록들을 보면 나름대로 순서를 차근차근 밟아서 (시범실시를)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무상급식이 낯설었던 사람들도 지금은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원칙은 철저히 지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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