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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살리기'와 정반대인 '4대강 죽이기'

[최병성의 '생명의 강'·4] 태화강은 '보 철거'…악용 말라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4대강 사업 중단에 대한 국민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살리기'라는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소신으로 인해, 지금 4대강엔 무수한 생명이 죽어가고, 아름답던 환경이 처참히 망가지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생명의 강을 죽이는 사업입니다. 그 증거는 그동안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을 조금만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 제18차 라디오 연설에서 "완전히 죽었던 태화강을 준설하여 물을 풍부하게 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정비하고 나니 이제는 울산의 보물이 되었다"며 강 정비의 '모범 사례'로 울산 태화강을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태화강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오·폐수가 강으로 흘러들면서 한 때 '죽음의 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질이 맑아져 물고기와 철새가 돌아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됐습니다.

▲ 오염으로 죽었던 강이 다시 살아난 울산 태화강. ⓒ울산환경운동연합

강이 다시 살아났다는 측면에서 태화강 살리기는 4대강 사업의 모델이 될 만합니다. 문제는 강 살리기 방법의 차이입니다. 태화강은 수질 오염의 주범이던 보를 허물고, 오수 처리를 위한 하수관거를 묻고 하수종말처리장을 신설하는 등의 수질 개선 사업을 통해 강이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태화강 살리기와는 정반대로 16개의 보를 만들고 강바닥을 깊이 준설합니다. 태화강 살리기와 정반대인 4대강 사업이 '강 죽이기'가 될 수밖에 없음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 예산 내역과 전혀 다른 '태화강 살리기' 사업

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임은 태화강 살리기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간단하게 증명됩니다. 국토해양부 대표 블로그인 '행복 4강'에 울산 태화강 살리기의 예산 집행 내역이 올라와 있습니다.

▲ 국토해양부 자료에 필자가 예산 비율만 추가한 것입니다. ⓒ국토해양부

울산시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투입한 예산은 총 2510억 원입니다. 이 예산 중에 69.9퍼센트가 하수종말처리장과 오수관거 설치 등의 오염원 제거를 위해 사용되었고, 준설 예산은 겨우 19.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특히 준설 예산에는 보 철거 공사비도 포함돼 있습니다.

태화강과는 정반대로, 4대강 사업은 총 사업비 22조2000억 원 중 대부분이 준설과 보 건설 등 수질을 악화시키는 사업에 투입되고, 수질 개선 예산은 전체 예산의 17.6퍼센트에 불과한 3조8837억 원입니다. 예산의 69.9퍼센트를 수질 개선에 사용한 태화강과 겨우 17.6퍼센트만을 수질 개선에 사용하는 4대강 사업은 정반대입니다.

4대강 사업에도 수질 개선 비용이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요?

정부는 4대강 수질 개선에 3조8800억 원이나 투입하기 때문에, 4대강의 수질이 맑아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4대강 사업의 전체 수질 개선 비용 중 50퍼센트인 2조 원이 낙동강에 소요되고, 나머지 1조8000억 원이 한강·금강·영산강에 각 6000억 원 정도씩 나눠 사용됩니다. 과연 이 예산으로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환경부가 2009년 국정 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약 11년 간 4대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 무려 27조8897억 원입니다. 이중 한강에 9조9327억 원, 낙동강에 8조7450억 원, 금강에 4조9000억 원, 영산강에 4조310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 한강 준설 현장 모습입니다. 4대강 사업은 강을 죽이는 준설 비용만 5조1864억 원입니다.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임이 명백한 이유이지요. ⓒ최병성

그동안 한강에 9조9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사용하고도 지금 한강 수질에 문제가 있는데, 겨우 6000억 원으로 한강의 수질을 개선한다고요? 그것도 강을 파고 물을 가둬 자연 정화 작용을 다 파괴해놓고 말입니다. 27조 원을 투입하고도 4대강의 수질 개선을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 수질 개선비 3조8800억 원으로 수질 개선을 한다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합니다.

태화강을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삼은 것은 잘 한 것입니다. 만약 태화강 살리기처럼 수질 개선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태화강 살리기 사업 중에는 보 건설 계획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있던 보를 헐어내 강 살리기를 했습니다. 4대강 사업은 '태화강 살리기'라는 이미지만 차용하였을 뿐, 실제는 태화강 살리기 사업과는 정반대로 16개의 대형댐 규모의 보 건설과 준설에만 치중해, 오히려 살아있는 4대강을 죽이는 참 몹쓸 사업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태화강은 보를 허물었습니다.

태화강은 가장 큰 오염원인 보를 철거함으로써 강의 생명을 되찾았습니다. 2008년 12월 10일 울산시는 시청 상황실에서 박맹우 시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울산발전연구원에서 수행한 '태화강 방사보 철거 이후 생태·수질환경 영향조사 및 평가' 라는 용역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울산발전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2006년 방사보를 완전 철거한 이후 수질이 점차 개선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이 보고서에 따르면, 보 철거 이후 조류는 20종에서 23종으로, 어류는 9종에서 20종으로, 실지렁이 등 저서 대형무척추동물은 2종에서 9종으로 종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태화강의 종 다양성이 증가했습니다. 연어 회귀 현황도 2003년 5마리, 2004년 15마리, 2005년 67마리, 2006년 80마리, 2007년 85마리로 늘어나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태화강의 수질 개선과 생태종 다양성 증가는 가정오수관 연결 사업, 생활오수 차단 사업, 퇴적 오니 준설 사업 등 복합적인 결과인데, 그중 태화강 살리기의 완결판이 바로 '방사보 철거'였습니다.

▲ 물고기들이 보에 막혀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화강 보를 철거하자 생태계가 살아난 것처럼, 보 건설로 강의 물길을 막는 4대강 사업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환경 재앙입니다. ⓒ최병성

1미터 보가 홍수를 조장한다면, 10미터 4대강 보는 '물 폭탄 홍수 재앙'?

태화강에서 철거된 보는 높이 1미터, 폭 0.6미터 규모의 작은 보였습니다. 그런데 울산발전연구원은 '2006년 4월, 태화강 하류의 물 흐름을 막아 수질 오염이 가중되고 생태 통로가 차단되며 홍수 조절 능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완전 철거됨'이라고 보고서에 밝히고 있습니다.

▲ 울산 태화강 보 철거 장면 ⓒ울산과학대 서정호 교수의 <태화강 살리기의 현 주소 및 미래 방향>

한번 만들어진 보를 철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철거 결정까지 5년의 논의 기간과 4번에 걸친 용역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각종 조사 결과, 보가 태화강의 물 흐름을 막아 수질 오염을 가중시키고 홍수 조절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결국 건설된 지 19년 만에 보가 철거된 것입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보가 철거되자 태화강의 수질은 급격히 좋아져, 현재 전국 7대 도시 중 최고의 수질(2006년 8월 BOD 0.6~0.8ppm)을 가진 강으로 회복돼 연어와 은어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 태화강의 보 철거 사진. ⓒ울산과학대 서정호 교수의 <태화강 살리기의 현 주소 및 미래 방향>

▲ 한강의 이포보 공사 현장의 모습. 4대강 사업은 태화강과는 정반대로 거대한 대형 댐 규모의 보를 건설합니다. 대형 포클레인이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보의 크기가 매우 큽니다. ⓒ최병성

이렇게 강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보는 홍수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수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이었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높이가 10미터가 넘는 댐 규모의 보를 줄줄이 세우는 사업입니다. 높이 1미터에 불과한 태화강의 작은 보 하나가 '홍수를 조장'하고 '수질을 악화'시켰는데, 과연 4대강의 미래가 어찌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지 마십시오.

4대강 사업과 태화강 살리기 사업은 100퍼센트 정반대의 사업입니다. 울산시는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보를 철거했습니다. 특히 태화강은 오염된 퇴적토만을 준설하고, 모래톱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강에 배를 띄우기 위해 수심 7미터로 모래를 파내고, 높이 10미터 이상의 보를 세우는 4대강 사업과 태화강 살리기는 정반대입니다.

▲ 태화강의 준설은 소형 청소선을 이용하여 오염된 퇴적토만 걷어내고, 모래톱은 그대로 유지합니다. ⓒ울산과학대 서정호 교수의 <태화강 살리기의 현 주소 및 미래 방향>

▲ 4대강 사업은 강바닥을 철저하게 도륙하고 있습니다. 강의 생명을 끊어놓는 것이지요. 이게 어찌 강 살리기일까요? 강을 죽이면서 이름만 살리기라고 하면 강이 살아나나요? ⓒ최병성

이명박 대통령님, 태화강처럼 4대강을 살리겠다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수질 개선에 집중했던 태화강처럼만 하십시오. 정말 강을 살리고자 한다면, 준설과 보 건설을 당장 취소하십시오. 그리고 22조 원의 혈세를 수질 개선에 사용하십시오.

이명박 대통령님께 끝으로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강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수동적인 생태계이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하기 전에는 강 주변 지역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기초 상식입니다.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을 막기 위해 강 주변을 정비하면, 스스로 정화 능력을 지닌 강은 저절로 살아납니다. 수질 개선 사업에 집중 투자했던 태화강이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초 상식도 없이 '강 살리기'를 하니, '강 죽이기'가 되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은 생명의 강을 죽이는 망국적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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