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판세가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이 일찌감치 '우세 지역'으로 분류한 지역이지만 지도부까지 나서서 "강원도가 우려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 중앙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사무총장은 31일 지방선거 관련 브리핑을 하며 "강원도 지역에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와 민주당 이광재 후보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강원도 지역이 혼전 양상을 보여 당 지도부를 바짝 긴장시켰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정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흑색 선전을 하고 있다. 강원도청을 원주로 옮긴다는 것은 지난 2006년 민주당 원주시장 후보 공약이었는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이계진이 되면 도청을 원주(이계진 의원 지역구)로 옮긴다더라'는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표했다.
정 사무총장은 "이 때문에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시에서 이계진 후보 지지율이 이광재 후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 초반부터 여론조사 공표 기간이 끝나는 27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계진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 갔지만, 당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는 실제 바닥 민심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조선일보>-<YTN> 공동조사에서 이계진 후보는 48.2%, 이광재 후보는 27.7%였다.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는 강원도로 출동해 네거티브 공세에 착수했다. 정몽준 대표는 이날 원주를 찾아 "이광재 후보는 박연차라는 사람한테 불법자금을 받아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와 추징금 1억4000만원을 선고받았다"며 "2심이 (선거가 끝난 후)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후보는 왜 도지사에 나왔느냐"며 이광재 후보를 비난했다.
정세균 "이광재 후보 부친 테러…선거 혁명 우려한 세력의 반전 시도"
그러나 이같은 한나라당의 공세가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이날 이광재 후보의 부친이 보수 성향의 모 건설업체 대표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12주의 중상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같은 사건이 이광재 후보에 대한 '동정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 후보 부친의 병문안을 다녀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이광재 후보 부친이 갑자기 변을 당하셔서 내가 좀 뵙고 왔는데 내가 보기에는 명백히 계획된 정치 테러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아마도 선거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상황이 급변하니 막아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그런 일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의 등장과 함께 한나라당으로 일방적으로 가던 선거 양상이 변한 상황을 어떻게든지 반전시켜보려는 시도가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처음 이광재 후보가 출마선언을 했을 때 겨우 20% 초반이 나왔는데, 선거 열흘이 지나니 접전상태가 됐다"고 분석하며 "이것이 이광재 힘이기도 하고 강원도의 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이번 선거는 서민경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남북 관계를 파탄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재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클라이맥스가 강원이 될 것이다. 두고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정병국, 민주 송영길 맹비난…'인천이 위험하다'는 반증?
한편 정병국 사무총장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인천시장 선거를 겨냥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인천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한나라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만큼, 정 사무총장의 발언에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사무총장은 "송영길 후보측에서 자신의 베트남 성접대 관련 의혹을 인터넷에 게재한 네티즌들을 고발했다고 한다"며 "송 후보가 고발한 글들은 평화민주당 백석두 후보가 공식 제기한 베트남 성접대 관련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런 의혹으로부터 떳떳하다면, 백석두 후보를 고발하면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왜 언론은 이같은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평화민주당 백석두 인천시장 후보 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는 이같은 '루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백 후보 측이 성명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면, 정옥임 선대위 대변인 등이 그 내용을 받아 논평을 내보내는 식이다. 민주당은 "말할 가치도 없다"며 "괜히 반박하면 이용만 당할 뿐"이라고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에 대한 확인할 수 없는 루머 역시 나돌고 있어, 인천시장 선거전 자체가 '루머'로 인해 혼탁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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