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이자, 6.2지방선거 열흘 전인 23일 한나라당 지도부는 서울 지역에서 집중 유세에 나서 '북풍' 몰이에 주력했고, 민주당은 거리 유세를 접고, '노무현 추모' 분위기를 조용하게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하루 앞두고 이를 선거전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산이다. 공세 내용은 점차 '북한 위협론'을 넘어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후보 단일화 사실을 부각시키는 등 '색깔론'으로 흐르고 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유세전을 자제하는 등 비교적 차분하게 '노무현 서거 1주기'를 보냈다. 선거 유세에 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적극 언급할 경우 '노 전 대통령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역풍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한명숙, 한국 무장해제 시킬 민노당과 후보 단일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날 영등포구, 중구, 종로구 등지에서 유세전을 펼치며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정체성'을 묻는 등 '색깔론'을 적극 활용했다. 정 대표는 "한명숙, 유시민, 송영길 후보 세 사람이 모여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추악한 작태를 즉각 중단하고 석고대죄하라'고 얘기했는데, 마치 북한 방송에서 나오는 말과 똑같지 않느냐"며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고 야당 후보들을 비난했다.
정 대표는 "한명숙 후보가 민노당의 여러분들이 잘 들어보지 못한 어떤 젊은 후보와 단일화를 했는데 민노당이 어떤 정당이냐"며 "민노당의 강령에 국방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이 있는데, 대한민국을 무장해제 시키겠다는 이 민노당과 후보단일화를 한 한명숙 후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냐. 친북 세력의 표를 기대해보자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번 선거는 천안함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북한에 대해서 할 말은 하는 우리 한나라당과 북한 얘기만 나오면 쩔쩔매면서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민주당과의 한판 대결"이라며 "북한 군함들이 인천 앞바다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6월 2일 오세훈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당선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와 관련해 "애도를 표한다"며 "민주당과 한명숙 후보가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면 안된다"고만 언급했다. '노무현 정권 심판론'은 자제하는 분위기를 보였는데, 이는 '노풍'을 자극할 경우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멀쩡한 전직 대통령 죽음으로 내몰고도 반성 없는 MB정권 심판"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지방선거를 뛰는 친노 후보들은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다.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는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한 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추모제에 참석했다.
정 대표와 한 후보는 이날 거리 유세 일정을 잡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을 부각시키되, 전면적으로 '노풍'을 확산시키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봉하마을 찾은 민주노동당 등 야5당 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멀쩡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 반성의 기미도 없었고,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전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지방선거에서 심판하자"고 말했다.
한 후보도 추도식에 앞서 "이렇게 많은 국민이 뜨거운 열정으로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모습을 보니 감동적"이라며 "세상이 어지럽고 힘드니 노 전 대통령 생각이 간절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꿈을 꼭 이루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전날 서울 관악산 입구 등에서 거리 유세를 통해 "이 정권은 산과 강을 파헤치고, 사람과 야당을 무시하는 불통의 정권"이라며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는 안보 무능 정권을 심판하자"고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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