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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경제협력' 과시 뒤에 숨은 정치적 의도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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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경제협력' 과시 뒤에 숨은 정치적 의도를 주목하라

[분석] 김정일 5차 방중, 새로운 동북아 정치·경제 구도 전환점되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나흘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7일 오후 돌아갔다.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북중 정상들은 회담에서 양국간 우호관계 강화 문제, 경제협력 문제를 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우호관계를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은 양국이 가진 공통된 역사적 책임"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해서도 암묵적인 인정을 해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6자회담에 대한 언급. 김 위원장은 "북한은 유관 당사국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6자회담 당사국이 성의를 보이고 6자회담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9.19 공동성명에 근거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데 동의했다.

▲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보도된 김정일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의 악수 사진 ⓒ신화통신

■ '6자회담은 혼자 하는 게 아냐' 의미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한다", "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논의를 할 날짜를 정한다" 등으로 앞서나갔던 세간의 추측과 달리 매우 원론적인 수준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을 6자회담에 대한 진전된 움직임으로 봐야 하느냐를 두고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린 대답을 내놨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해 그다지 진전된 논의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봤다.

장용석 실장은 "북한이 북미 추가접촉, 6자회담을 위한 예비회담까지 합의되어 미국을 방문하려던 상태를 전제로 이야기한 것 같다"며 이번 회담에서 추가접촉, 예비회담에 대한 진전된 사항은 없기 때문에 의미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 정도가 북한과 중국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발언"이라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견 엇갈리는 듯한 해석은 사실 같은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북·중이 오래 전부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모멘텀을 이어 오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이 논의에 올라타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 그것이다.

장용석 실장은 한국이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이지 않고 천안함 사태로 기본적 논의마저 중지시켰기 때문에 북한이 홀로 6자회담을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6자회담 협의 자체를 중단시키고 있는 한국과 미국에 대해 '그런 태도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던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유리한 조건'이란 대북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논의 등 북한이 제시한 조건을 말하며, 이에 대해 당사국들이 앞으로 진전된 입장을 보여 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김연철 교수의 평가 속에도 '6자회담은 혼자 열 수 있는 게 아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다만 그는 앞으로 예정된 미중 간의 경제·전략대화 등에서 중국의 중재 노력이 발휘를 할 경우 그에 따라 6자회담의 시점과 형식이 결정될 수 있다고 봤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 역시 "미국은 천안함 문제 해결되기 전까지, 한국은 총선이 끝나기 전까지 6자회담 논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지금 중국과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해 어떤 패를 던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북중이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진전된 논의를 했으면서도 공개 수준을 조절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현재 한·미의 입장을 고려해 합의 내용을 당분간 보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 경협 '과시'에 숨은 정치적 의도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그러나 6자회담 언급만으로 북중 정상회담의 외교적 득실을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먼저 한국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견지함에 따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경협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북중 경협이 정상 수준에서 논의된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미 상당부분 진전된 양국간 6자회담 논의보다 경제협력 강화를 과시하고 약속한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철 교수는 "북한 언론에서 김 위원장의 동북지역 방문과 항만·보세구역 시찰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보도했듯, 이번 방문은 경협과 나진·선봉·신의주에 대한 투자를 이야기하기 위한 여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과시적으로 드러낸 경협 움직임은 단순히 경제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장용석 실장은 김 위원장의 방문을 통해 북한이 북중간 긴밀한 경협을 한국의 대북 압박 기조에 대한 대항마로 키운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이 과정에서 대북 압박 일선에 서 있는 한국을 고립시키면서 국면을 전환시켜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도 굳이 6자회담 재개 선언을 선물로 받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노력 의지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후계 체제 등 불완전한 모습을 많이 노출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연철 교수는 "북중 경협이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얘기는 결국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 후진타오 주석은 김 위원장의 바이오 산업단지 시찰에도 일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통신

■ 김정일 방중 계기로 드러난 한중 갈등, 왜?

김 교수의 말에 의하면 한국이 북한을 천안함 사건의 범인으로 몰아 국제적 심판대에 세운다고 해도 '결정적 증거'가 없을 경우 실효적 타격을 주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김 교수는 "(제재 반대 입장인) 러시아나 중국이 천안함-북한 연계를 인정할 정도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나오는 증거들이) 국내적으로 심증을 유포하는 데에는 유효하겠지만 국제적인 동의를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천안함 변수가 북한을 고립시키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모든 외교적 카드를 천안함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실제 목적이 북한에 대한 응징이나 보복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보다는 천안함 카드를 계속 쥐고 있으면서 앞으로도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멀리하고 대북 강경책을 펼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가려는 목적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방중 직후 청와대·정부·여당은 중국에 천안함 문제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요구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 그 문제를 외교 사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간과한 정부는 외교와 국내정치를 혼동하는 허점을 드러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정철 교수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일 주한 중국 대사를 만나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한 것은 "100% 국내용 멘트"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 정부가 천안함에 '올인'한 이상 그런 상황을 자초해버렸다"며 "그건 통일부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통일부 장관이 정부 전체를 대신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중국이 김 위원장을 초청한 것은 '내정 문제'라며 한국의 불만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천안함 문제를 북한 소행으로 몰고 가는 건 언론의 추측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장용석 실장은 "중국은 천안함을 국제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 외교부가 짜증스럽고도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 것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이 국제적인 프로세스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으로 이해했고,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중국 외교부 장위 대변인은 6일 "김정일 방중 수용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천안함과 6자회담 어디로 갈까?

그러나 중국이 국제적 문제로 간주하지 않는 것과 상관없이 천안함은 동북아 정세를 좌우하는 큰 변수임엔 틀림없다. 김연철 교수는 "동북아 정세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천안함 카드를 쥐고 있으려는 한국의 입장이 상충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6자회담을 진행시키려는 한 축도 어쨌든 천안함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한 치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변수는 하나다. 김정일 방중으로 각자의 외교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한국, 북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어떤 입장을 보이냐다.

미국이 태도는 모호하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4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가, 다음날에는 "천안함 조사가 마무리되고 난 후 그것이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연철 교수는 "전 세계적 이슈를 다루는 미국으로서는 동맹인 한국의 도움이 중요하고 특히 지금처럼 미일관계가 삐걱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며 미국의 모호한 태도를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이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침몰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경우 미국의 운신 폭은 좁아진다. 결정적 근거를 제시하건 말건 한국이 그렇게 보겠다면 미국으로서도 무작정 6자회담에 나가자고 말하기 껄끄럽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의 발목을 잡는 카드는 어쩌면 거기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연철 교수는 "미국이 핵 없는 세상에 대한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하는 마당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과 북한의 외교적 공세를 피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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