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스마트폰과 관련해 삼성전자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22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협회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스마트폰과 IT혁명'이라는 주제로 나선 강연에서 "옴니아2는 홍길동"이라며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고 자식을 자식이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쇼 옴니아는 와이-파이(Wi-Fi), 와이브로, 3G망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굉장히 진화한 개념의 스마트폰"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삼성전자에서 광고를 낼 때 삼성전자-SK텔레콤이 연합해서 자기네 옴니아2를 팔려고 쇼옴니아를 배제하고 조그마하게 모델명만 넣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말은 KT가 지난해 말 애플의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국내 제조사와의 관계가 서먹해진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상륙한 아이폰은 이후 스마트폰 열풍을 몰고 오면서 그동안 정부와 제조사, 이동통신사 등이 외국산 스마트폰 진출을 막아오면서 통신환경의 발전을 저해해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출시 이후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사로서의 위상이 휘청거리면서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1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사장이 지난해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찾아가 아이폰 도입을 늦춰달라고 했다는 <한국일보>의 기사가 삭제되면서 삼성-SK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촉발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KT에 옴니아2를 공급했지만 제조사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SK텔레콤, LG텔레콤에서 파는 옴니아 모델보다 가격이 16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등 '차별대우'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 회장은 이에 더해 삼성이 자사 제품의 광고에서마저 KT를 홀대했다는 문제를 직접 제기한 것이다.
최근에도 옴니아2의 운영체계 버전 업그레이드가 있었지만 SK텔레콤이 제공하는 'T옴니아'에서만 서비스가 이루어진 반면 KT의 '쇼옴니아'는 지금도 예정 상태다. 삼성 측은 당시 이에 대해 "제조사는 통신사의 요청에 의해 업그레이드를 실시할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같은 제품에 대한 업그레이드 일정이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삼성이 새롭게 내놓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역시 SK텔레콤이 출시를 서두르고 있을 뿐 KT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 역시 "기업 시장에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한다"면서도 "감정을 가지고 '저 자식은 아무리 잘해도 넣지마, 잘해도 안 돼'라고 생각하며 기업활동을 하면 안된다"고 에둘러 삼성을 비판했다.
그는 삼성과 애플을 비교하면서 "애플이 앱스토어에 '누구는 아무리 잘해도 넣지마' 이러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의 기본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인 사파리의 영역을 침범하는 타사의 프로그램 '오페라 미니'의 응용 프로그램 등록을 승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아이폰, 안드로이드, 옴니아 중 뭐가 좋은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건 스마트폰 시대를 굉장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그 스마트폰이 주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