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신곡보 철거하면 한강에 모래톱·갈대숲 돌아온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신곡보 철거하면 한강에 모래톱·갈대숲 돌아온다"

[현장] 한강 유역 전문가 생태 조사 현장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한강 둔치. 오리들이 한가롭게 물질을 할 법한 포근한 날씨지만, 오리는 고사하고 강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오리보트만이 방문객을 맞았다. 둔치엔 강변의 모래톱 대신, 반듯하게 깎인 화강암 축대가 콘크리트 호안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콘크리트 호안과 각종 시설물로 둘러싸인 '인공적인' 강. 이 강을 자연 그대로의 강으로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원은 복원이지만, 그렇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청계천 복원과는 다르다.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오고 콘크리트 수로를 만든 청계천과 달리, 하천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한강의 수중보와 콘크리트 호안을 철거해 모래톱과 갈대숲을 되살리는 강의 '생태적 복원'을 주장한다. 16개의 보와 377킬로미터의 콘크리트 제방을 새로 만드는 정부의 4대강 사업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인 셈이다.

대한하천학회와 서울환경연합은 지난달 이런 내용을 담은 심포지엄 '한강의 생태적 복원'을 연 이후, 본격적인 한강 생태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환경단체 활동가 및 환경 전문가 20여 명은 한강르네상스 사업 구간인 여의도 일대를 비롯해 논란이 된 신곡수중보, 비교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강서한강공원 등을 둘러봤다.

모래톱 만드는 강, 모래톱 걷어내는 서울시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모래가 쌓여 있었는데, 또 금방 치워버렸네요."

서울환경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이 여의도 한강 둔치에 화강암으로 조성된 축대를 가리켰다. 그의 손에는 널따란 모래사장이 강을 따라 펼쳐진 풍경의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불과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곳은 원래 강물의 흐름에 따라 모래가 쌓여 기다란 모래사장이 형성되는 지역이지만, 지난해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진행하면서 모래를 걷어내고 값비싼 화강암 조경석을 깔았다. 염 처장은 "서울시는 인공적으로 화강암을 깔면서 '자연형 호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한강의 생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실제 화강암을 깐 이후에도 모래가 계속 쌓이자, 시는 모래를 걷어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인공적인 여의도의 한 구석에 모래톱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모래톱을 깔끔하게 걷어낸 서울시의 한강 관리는 더욱 놀랍다"며 "끊임없이 재생을 시도하는 자연과 일직선을 고집하는 서울시의 군사적 강 관리를 한 곳에서 절묘하게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 화강암 조경석이 깔린 여의도 한강 둔치의 모습. 서울시는 이 조경석을 '자연형 호안'이라고 주장한다. ⓒ서울환경연합

▲ 지난해 여름, 모래톱이 쌓여있는 같은 장소의 모습. ⓒ서울환경연합

63빌딩 앞 선착장에서 수상 택시를 타고 강 하류 쪽으로 이동했다. 밤섬과 난지도, 신곡수중보 일대를 지나며 중간 중간 강바닥의 저질토를 채취했다. 건져 올린 흙에서 시큼한 악취가 배어나왔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토목공학과)는 "신곡보를 지나 하류 쪽으로 내려갈수록 오염 물질이 쌓여 저질토의 악취가 더 심하다"며 "물의 흐름을 막는 보 때문에 강물의 유속이 느려져 유입된 오염 물질이 그대로 침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환경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이 강바닥에서 채취한 저질토를 들어올리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수중보 철거하면 모래톱·갈대숲 돌아온다"

한 시간여의 운항을 마치고 수상 택시가 강서구 강서한강공원 선착장에 도착했다. 강서한강공원은 한강 일대 중 그나마 아직 모래톱이 남아 있는 곳으로, 억새 풀 사이에서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을 이따금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은 또 서울에서 철새가 가장 많이 찾아오는 '새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현장 조사를 나선 이날만 해도, 왜가리·민물가마우지·흰뺨검둥오리 등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고양환경운동연합 박평수 집행위원장은 "신곡수중보를 경계로 수면성 조류와 잠수성 조류가 강 상류에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으나, 한강에 배가 다니고 수질이 나빠지면서 잠수성 조류가 점차 장항습지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하천의 생태학적 기능을 떨어뜨리는 신곡수중보를 철거해 수질을 개선하고 하천 본래의 기능을 복원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 철거가 진행돼 여울이 복원되고 모래섬이 생기면, 서울시 보호종인 각중걱양태·꺽정이·황복 등의 서식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꼬마물떼새·흰목물떼새 등 도요·물떼새들이 되돌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수중보와 콘크리트 호안의 영향으로 둔치와 물의 소통이 차단되면서 둔치의 건조화가 진행되고, 이에 따라 외래 식물이 번창해 생태계 질서를 교란하는 것 역시 문제로 꼽힌다. 이날도 강서한강공원에는 가시박·환삼덩굴 등의 외래 식물이 강변 둔치를 뒤덮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강서한강공원 전경. 한강 일대에서 모래톱이 비교적 자연 그대로 보존된 지역이다. ⓒ프레시안(선명수)

▲ 가시박·환삼덩굴 등의 외래 식물이 강변 둔치를 뒤덮은 모습. ⓒ프레시안(선명수)

이에 대해 생태보전시민모임의 민성환 국장은 지난달 말 열린 심포지엄에서 "수변 식생의 미발달은 어류 산란처와 서식처를 파괴하고 야생 조류의 먹이 공급을 제한하는 등 강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보와 콘크리트 호안 철거로 한강이 복원되면, 최근 번성하는 가시박·환삼덩굴·미국가막사리·미국쑥부쟁이 등의 귀화 식물에 맞서 말즘 같은 침수 식물, 개구리밥 같은 부유 식물, 갈대·부들 같은 추수 식물이 세력을 형성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보 철거의 중요성은 수중보 구간의 수질과 이 구간에서 발견되는 수서곤충의 숫자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 2007년 진행된 '한강 생태계 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팔당댐-잠실수중보 수역에서 발견된 수서곤충이 52종인데 비해 잠실수중보-신곡수중보 구간은 18종에 불과해 수질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팔당댐-잠실수중보 수역과 잠실수중보 하류 수역의 생물 서식 현황 비교. ⓒ서울환경연합

거대한 '콘크리트 호수' 한강…"댐과 보 철거는 세계적 추세"

그렇다면 수중보를 철거해도 문제가 없을까. 박창근 교수는 "신곡보 철거 시 수위 저하는 상류 구간의 경우 0.5미터 정도 발생하고, 최심 하상고(강의 가장 깊은 곳)의 경우 대부분 6미터 이상 확보될 것"이라며 "수면적은 평균 10퍼센트 정도 감소하지만 전체적으로 한강 폭은 600미터 이상을 유죄하는 등, 보를 철거해도 수리학적 변동은 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환경연합 염형철 사무처장도 "신곡보는 유람선 운항에 필요한 수위 유지를 위한 시설로, 하천의 용수 공급 능력과 무관하며 실제로 용도 자체가 거의 없다"면서 "보 철거에 따른 수위와 수면 폭의 변동 역시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 신곡수중보의 모습. ⓒ서울환경연합

더구나 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댐과 보를 철거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의 경우, 1912년부터 총 650개 이상의 보와 댐이 철거됐으며, 일본 역시 농업 용수 취수보 436개를 철거하고 대형댐에 대한 철거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염 사무처장은 "독일은 10년에 걸쳐 이자르강을 복원한 끝에 지금의 모래톱과 여울을 얻게 됐고, 결국 시민의 쉼터가 됐다"면서 "그러나 현재 서울시는 자연 그대로의 강은 고사하고 한강르네상스 사업으로 700억 넘는 돈을 쏟아 부어 뻣뻣한 직선의 강, 인공적인 강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서 "16개의 보를 쌓고 377킬로미터의 콘크리트 제방을 조성하는 4대강 사업이 추진되면, 4대강은 지금의 한강처럼 인공적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며 "한강 수중보 철거는 강을 죽이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대안이며, 강의 생태적인 복원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모래톱과 여울이 복원돼 시민의 쉼터 역할을 하는 독일의 이자르강 모습. ⓒ임혜지

▲ 오리 대신 오리보트만 떠다니는 한강의 모습. ⓒ프레시안(선명수)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