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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정체 알 수 없는 괴물이 됐다"

국방·외교 전문잡지가 파헤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실태

"정부는 지금 주한미군이 뭘 하고 있는지, 어떤 장비를 운용하는지, 병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정부 관계자)

최근 미 국방부가 '4개년 국방·안보 검토 보고서'(QDR 2010)에서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그러나 외교·국방 전문지 <D&D 포커스>(이하 <D&D>)는 22일 발매된 최신호(3월호)에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라는 경향성 외엔 주한미군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잡지는 주한미군이 한국에 통보 없이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도입하고 오산 기지 재편을 준비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연이어 포착됐다며 "주한미군은 소리 없이 우리 곁을 떠나 동북아 전체로 활동 반경을 넓혀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대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주한미군 무인정찰기 동향 파악 못해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12월 북한 무기를 실은 수송기가 태국에 억류되는 과정에 개입한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무인정찰기 센티널(Sentinel)에 관한 것이다. 센티널은 한국에서 시험 비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한국군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고 <D&D>는 전했다.

한 군 관계자는 <D&D>에 "센티널의 한국 존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어 곤혹스러웠고, 센티널의 활동에 대해 우리 측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것에 곤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D&D>에 따르면 미국은 그동안 센티널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으나, 센티널 개발 직후부터 한국에서 상당한 수준의 시험 평가를 해 온 것으로 사건 이후 드러났기 때문이다.

<D&D>는 '센티널 논란'이 2007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결정 이후 주한미군 운용의 투명성이 얼마나 보증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주한미군 운용의 투명성이 결국 주한미군의 자유로운 해외 차출과 한반도 복귀를 보장하는 전략적 유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해외차출 등이 한국 정부가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지면 주한미군 운용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이는 나아가 한국이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오산 기지, '주한미군 재편'의 미래?

<D&D>는 주한미군 운용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 오산 기지를 지목했다. 오산 기지는 한미연합사령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주한미군 기지로, 이곳을 이용하는 주한 미 7공군은 한미연합사가 아닌 태평양공군사령관의 지휘를 받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군 장교들이 상당수 근무하는 한미연합사 예하 부대와는 달리, 미국 태평양사령부나 본토의 통제를 받는 부대에 대해서는 운영과 관련한 검증 장치가 전무하다.

이 잡지가 인용한 군 소식통의 말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현재에도 드러나고 있음을 입증한다. 오산 기지에 미국 민간 여객기를 타고 오는 미군 장병들이 종종 있는데, 이들의 인원수, 체류 기간, 방문 내용 등이 한국 측에 전혀 통보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만약 오산 기지를 통해 일시 입국한 미군 장병들이 마약이라도 반입해 유통시킨다 해도 한국 경찰은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방산업체 관계자는 물론 미 공군력도 빈번하게 드나들고 있지만 한국군에 통보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미 해군항공대 전투기와 F-22 전투기도 별다른 통보 없이 야간에 오산 기지 내에서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D&D>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최근 오산 기지 내 비행장, 격납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로 미루어, 오산 기지는 주한미군이 성격을 바꾼 뒤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미 지상군 병력이 글로벌 분쟁에 투입되면 전력공백을 매우기 위해 미 공군력이 대거 한국에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산 기지의 비행장, 격납고 공사는 그 때를 대비한 수순이다"라고 덧붙였다.

▲ 2004년 이라크 전쟁 당시 주한 미2사단 전투부대 장병들이 이라크로 파병돼 경기도 오산기지에서 쿠웨이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되면 이같은 해외주둔 미군의 파병이 더욱 많아지게 된다. ⓒ연합뉴스

너무 풀어줬다? 너무 의존했다.

<D&D>의 김종대 편집장은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화가 아니라 전략적 스텔스화가 됐다"고 말한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처럼 주한미군의 움직임이 은밀하고 불투명하게 됐다는 뜻이다.

센티널 사건과 오산 기지의 현재 상황에서 드러난 미국의 '은폐술'은 한국군과 정부에겐 '뒷통수 치는' 격이 됐다. <D&D>가 만난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금 우려하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을 너무 풀어줬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글로벌 차원으로 격상하면서 사실상 주한미군의 행동에 대한 족쇄가 풀려버린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너무 풀어줄' 만큼 한국의 한미동맹 의존도는 깊었다. 그러나 이 잡지는 이 의존성이 되려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잡지는 최근의 한미간 상황이 '약소국이 강대국을 너무 추종해 강대국의 정책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는 미국 학자 글렌 스나이더의 '연루' 개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한미군을 '괴물'로 묘사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주한미군 운용 검증, 지금이 마지막 기회"

어째서 주한미군이 '괴물'이 된 걸까. 전략적 유연성이란 해외주둔 미군을 필요한 때 다른 분쟁지역으로 차출될 수 있도록 재편한다는 뜻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참여할 경우 한국이 원치 않는 국제분쟁의 휘말릴 위험을 담지한다.

전략적 유연성과 한 몸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작권 환수, 주한미군 평택기지 이전 등을 고려하면 주한미군을 '괴물'에 비유하는 것이 과장만은 아니다. 2012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환수는 주한미군이 한국에 속박되지 않는 것을 보장하고, 평택기지로의 이전은 그 '유연한' 군대의 발진기지화를 암시한다.

진짜 '괴물의 탄생'을 막기 위해선 2012년 전작권 환수로 한미연합방위태세가 근본적 변화를 맞기 전까지 주한미군의 운용을 검증하고 전략적 유연성의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D&D>는 전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인터뷰에서 "한미연합사 체제를 활용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전략적 유연성과 주한미군 운용을 검증할 시스템을 구축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되, 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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