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병철, 개인 욕망을 사업보국으로 승화"
<한국경제>는 지난 1일부터 '호암 탄생 100주년…다시 길을 묻다'라는 3부작 기획을 선보였다. 기사는 고 이 전 회장을 "한일합병의 비운을 맞은 해에 태어난 그는 기아와 궁핍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한국 사회에 실질적인 양식과 기술, 기업조직을 선물한 선각자요, 경제 지도자"이며 "개인의 욕망을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신념으로 승화시킨 몇 안 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한국경제>는 2일 기사에서 고 이 전 회장의 '시스템 경영'을 다뤘다. 기사는 "1959년 일본 기업의 경영시스템을 참고, 비서실 조직을 세웠다. 혼자 정보를 습득해 분석하고 결정을 내리기에는 그룹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는 생각에서였다"며 "비서실 조직은 이건희 회장 재임 기간 중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등으로 간판을 바꾸며 삼성의 글로벌 도약을 이끈 컨트롤 타워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평가했다.
3부에서는 고 이 전 회장이 우려했던 '반기업 정서'가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기사는 "호암이 살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지금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기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조직화됐다"는 전경련 관계자의 말을 소개하며 "삼성은 2000년 이후 세계시장에서 폭발적인 성공가도를 달려왔지만 삼성의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 확산으로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2부작 기획기사에서 고 이 전 회장의 생가를 소개하며 "그가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기리는 발길이 이어지는 데엔 나라를 위하여 사업을 펼쳤던 '사업보국'이란 그의 기업가 정신과 사람을 중시한 '인재제일'이란 그의 인본주의 사상이 우리 시대에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라며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바랐던 그의 꿈은 이제 삼성전자가 사실상 세계 최대 전자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눈앞의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 사진은 1966년 9월 22일 고 이 전 회장이 사카린 밀수 사건과 관련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할 당시 모습을 담았다. ⓒ연합뉴스 |
<문화일보>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와 고 이 전 회장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잡스는 1983년 11월 삼성그룹 본관 집무실에서 만난 기록이 있었다. 기사는 "당시 호암은 타계하기 4년 전인 일흔 세 살의 노구를 이끈 채 삼성과 국가의 명운을 걸고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는 필생의 도전에 나선 때"라며 "호암은 자신에게 경영자의 길을 묻는 잡스에게 세계적인 사업가로 살아오면서 철칙처럼 지켜온 세 가지를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기사는 "잡스가 뒤늦게 호암의 가르침을 깨달았던 걸까. 10년 만에 돌아와 쓰러져가는 애플을 일으켜 세우고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기업으로 대도약시킨 잡스는 완전히 딴사람으로 변해 있었다"며 "앱스토어를 고안하고 이를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과 연계해 나가려는 시도는 호암이 그토록 강조했던 대표적인 공존공영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사카린 밀수 사건 등 '어두운 과거'는 '모른 척'
1966년 삼성의 계열사 한국비료가 사카린을 밀수하다 발각된 사건 등 고 이 전 회장 시절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언론의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한국경제>는 "정치적 변수가 빚어낸 돌발적 결말"이라고 분석했고, <서울경제>는 "여러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호암은 절대 고난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고만 서술했다. <문화일보>는 "6·25 전쟁, 4·19 의거, 5·16, 12·12 사태 등 정치적인 격변 속에서 권력은 언제나 호암같은 기업인들을 핍박하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호암은 이 같은 역경을 묵묵히 받아들였고, 결국 이겨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박형준 연구원은 2일 발표한 '이병철 탄생 100주년과 글로벌 일류 삼성전자'라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실적을 분석하면서 글 말미에 "이병철의 사카린 밀수 사건에서부터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불법비자금과 유산상속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지은 죄를 법대로 처리했다면 아마 3대 모두 평생 감옥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많은 삼성전자의 노조원들이 노조도 없이 오랜 세월 군대와 맞먹는 규율에 따라 일해온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하지만 2008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잉여금은 69조 원로 사내 유보율이 7000%에 달한다. 이제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 그룹은 그동안 쌓아둔 돈을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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