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중소기업청은 SSM을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가맹사업자는 조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졌던 인천 갈산동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가맹점으로 전환했다.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개장을 감행하는 유통업체에 맞서 몸으로 막아왔던 중소상인들은 또 다른 '암초'를 만난 셈이다.
'사업조정 대상 1호'였던 인천 갈산점은 이제 '사업조정 대상 가맹점 1호'가 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홈플러스 이외에도 GS리테일과 롯데슈퍼 등이 사업조정 대상을 피해갈 수 있는 '변종' SSM 출점을 검토하고 있어 가맹점에 대한 중기청의 법률적 검토가 미치는 파장은 한 곳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 인천 갈산동 중소상인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앞에서 입점 반대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개인사업자인 가맹점도 상생법 적용 가능해"
인천 갈산 SSM 입점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중소기업중앙회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중기청이 가맹점에 대한 유권해석을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한발 앞서 사업조정을 신청해 압박에 들어간 것이다. 11일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중소상인살리기 법률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가맹점에 대한 사업조정이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쟁점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가맹점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의 적용을 받느냐 여부다. 중기청은 지난해 기존의 직영 형태로 운영되던 SSM은 상법상 법인이므로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되지만 가맹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중소상인 측은 의견서에서 "자산규모·매출액·소유와 경영의 실질적인 독립성 등 시행령으로 정하는 기준만을 제시할 뿐 어디에서도 상법상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시행령에서 사업자 등록일을 '창업일'로 본다고 규정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개인사업자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가맹사업법과 상생법은 입법목적과 규제대상 및 방법 등이 근본적으로 상이하다"며 "상생법 내에 가맹사업에 대해서는 상생법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례조항이 없는 이상 적용 자체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통 대기업이 가맹사업법에 따라 운영하는 SSM에도 상생법을 적용‧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가맹본부가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
가맹점이 상생법의 적용을 받는다면 대기업과의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인정됐을 때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중소상인들은 홈플러스의 가맹사업 방식에서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성립될 요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통상적인 가맹사업은 점주가 임대보증금과 인테리어 공사비, 설비·비품 설치비를 부담한다"며 "(홈플러스의 경우) 점주가 개점준비금과 가맹보증금 1억9800만 원을 가맹본부에 지급할 뿐 삼성테스코가 위 3가지의 비용을 부담해 통상적인 사업관계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홈플러스의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는 가맹사업이 종료되었을 때 점포임차권과 시설의 소유권 등을 가맹본부가 갖도록 되어 있다. 의견서는 이에 대해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자산의 대여'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실질적인 지배관계에 놓여있다고 보았다.
이 밖에도 △월 순매출 총이익의 액수에 따라 54%~58%에 이익분배금을 지급할 의무 △상품과 용역을 가맹본부로부터만 매입하고 이외의 상품을 거래할 때 사전승인을 받지 않으면 가맹 계약 해지 가능 △상품과 용역의 가격은 가맹본부에 등록된 표준가격으로만 판매하도록 한 조항 등을 실질적인 지배관계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로 꼽았다.
중소상인들은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12일 중기청이 사업조정 대상에 가맹점 등의 '변종' SSM이 포함되도록 유권해석을 내리고, 사업조정에 필요한 피해액을 산출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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