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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돈줄' 터주고 노조법까지 '한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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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돈줄' 터주고 노조법까지 '한방에'

브레이크 없는 국회, 與 신년벽두 '심야 질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이 결국 1일 새벽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

국회는 이날 새벽 본회의를 열어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으로 노조법 개정안을 전격 처리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 주변에서 직권상정에 항의를 하는 한편 찬반 토론에도 임해 지연전술을 펴기도 했으나 의사진행과 표결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노조법은 1일 새벽 1시 본회의가 개의되자 1시간 여의 찬반토론을 거친 뒤 표결에 붙여져 재석의원 175명 가운데 찬성 17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당초 노동계는 물론이고 개정안 시행에 따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김 의장이 노조법 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미룰 것이라는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노조법은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말을 뒤집고 결국 김 의장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편을 든 것이다.

이틀 전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민주당과 노동계로부터 '배신자' 낙인을 찍히면서 토스한 공을 김형오 국회의장이 강공으로 마무리한 셈이다. 김 의장의 직권상정 결심 과정에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강한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에 앞서 전날 11시 10분 경 허용범 대변인을 통해 "1일 0시 30분까지 노동관계법과 예산부수 법안 12개의 심사 기한을 지정한다"고 직권상정을 예고했다.

말 바꾸기 논란과 관련해 김 의장은 "노조법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것은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내라는 약속이었다"면서 "그래서 추미애 위원장이 있는 환노위에 맡겼고 환노위가 절차를 거쳐 의결해 낼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허용범 대변인을 통해 해명했다.

김 의장은 "노조법이 법사위에 계류된 것은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근본 취지와 괴리가 있다"면서 "법사위는 노동관계법의 실체적 문제를 심사하는 곳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지듯 되묻기도 했다.

31일 하루동안 직권상정을 두 차례나 감행한 김 의장은 지난해 의장 취임 이후 미디어법 등 첨예한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21차례나 남발했었다. 이렇게 고비 때마다 '여당본색'을 드러내 김 의장은 야당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 야당의 반대 속에 본회의 표결을 진행하는 김형오 의장 ⓒ뉴시스

"국회가 이제 삼성 거수기 노릇 하나"

표결에 앞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이 법은 노사정위원회의 밀실에서 합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서 "애초 테이블 구성원이었던 특정당사자를 배제하고 그들만의 의견으로 진행된 합의사항은 합의사항으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또한 "이 법의 주요 내용은 교섭창구 단일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제, 그리고 산별노조 무력화라고 할 수 있다"며 "모두 노조의 권한을 제한하고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라고 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이제 겨우 모든 세계 노동자들이 향유하고 있는 단결권을 확보하게 됐는데 무당 국회의장이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기본권을 죽이고 있다"고 격하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청와대 소사로 경비실에 취직하라"며 "당신들은 청와대의 용역 깡패"라고도 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며 "기본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는 절망하고 극단적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권 의원은 "삼성의 야만적인 무노조 정책을 국회가 나서서 제도화시키는 것 아닌가. 국회가 대통령의 거수기에 이어 삼성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날치기를 밥 먹듯이 하는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의 만행을 뒷짐지고 지켜봐야 하느냐"며 "노조법 직권상정을 안 한다고 했다가 이렇게 한 대한민국 국회의장은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은 "이 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노사정이 합의하고 추미애 의원이 제출한 대안이 폐기돼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용기를 가지고 수정안에 찬성해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노조법과 함께 예산부수법안 12건도 함께 직권상정 돼 처리를 앞두고 있다. 국고금관리법, 국세지방세 조정법, 조세범처벌법, 인지세법, 관세법,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법, 지방교부세법, 지방재정법, 지방교육교부금법, 게임산업진흥법, 에너지자원사업 특별회계법 등 12건이다.

노조법 개정안 처리 이후 야당이 일제히 퇴장해 예산부수법안 처리는 확실시 된다. 앞서 전날 본회의에선 2010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9건이 처리됐다.

날개 단 정부, 맥 못춘 야당

이로써 연말정국을 뜨겁게 달군 '예산 전쟁'과 노조법 대치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으로 마무리 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숙원 사업인 4대강 예산은 사실상 원안에 버금가는 규모로 통과돼 정부에 날개를 달아줬다. 국토해양부 소관 예산(3조5000억 원) 가운데 2800억 원, 수자원공사 이자보전금(800억 원) 가운데 100억 원 등 4250억 원이 삭감되는 수준에 그쳤다. 보의 개수, 높이, 준설량 등 4대강 사업의 핵심은 털끝도 건드리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다수당의 힘을 바탕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숙원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데 성공했으나 반대 여론이 월등한 4대강 사업의 길을 활짝 튼데 따른 여론의 후폭풍이 신경쓰이게 됐다. 특히 조만간 불붙을 세종시 논란 등으로 이어져 확산될 경우 6월 지방선거의 악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 등 야당은 4대강 사업 결사저지 방침을 세우고 협상과 함께 예결위 회의장 점거 투쟁을 병행했으나 결과적으로 실력과 의지 부족을 드러내며 방어선이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상임위에서 한나라당과 손잡고 노조법을 처리해 뒤통수를 치는 등 자중지란을 보이기도 했다.

31일과 1일 연이어 열린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노조법 개정안이 줄줄이 강행 처리되는 동안에도 민주당은 '점잖은 시위'만 했을 뿐 항전의 의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협상을 통한 '실리'도, 투쟁을 통한 '정치적 승리'도 따내지 못한 민주당 지도부의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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