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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살린다던 약속, 대통령은 벌써 잊었나"

[현장] "국토관리청의 4대강 사업 토지 강제 측량은 '위법'"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곳곳에서 정부와 현지 주민 간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6일과 28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경기도 팔당호 주변 토지에 대한 측량 작업을 강행하면서 경찰이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일부 농민이 연행됐다.

이에 팔당 지역 농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30일 오전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와 팔당 지역 농민들로 구성된 '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 중구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관리청의 토지 측량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팔당 지역 농민들과 환경단체가 30일 오전 국토관리청의 팔당 지역 강제 토지 측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프레시안

28일 팔당 지역에서는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위한 국토해양부의 토지 측량이 실시됐다. 농민들이 토지 측량을 막으려 하자, 사업 시행자인 국토관리청 관계자들은 경찰 7개 중대를 불러 농민들을 에워싼 채 측량을 강행했다. 앞서 26일에도 이곳 농민 100여 명은 토지 측량을 하러 온 이들을 가로막았으나, 이날도 경찰 5개 중대가 투입, 결국 21명의 농민들이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팔당 농민들 "국토관리청의 토지 측량은 위법"

팔당 농민들이 무엇보다 분노하는 이유는 국토관리청의 토지 측량이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토법)'과 '하천법'에 명시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토법 제10조1항, 2항에 의하면 '사업 시행자는 조사 5일 전까지 자치단체장에게 통지'를 해야 하지만, 국토관리청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 또 하천법 제75조2항은 '타인의 토지에 출입하려는 자는 출입할 날의 3일 전까지 그 토지 소유자 또는 점유자나 관리인에게 그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팔당상수원 공대위 방춘배 국장은 "국토관리청은 하천 부지 점용 허가를 얻은 팔당 농민들에게 사전 통지도 하지 않고 들이닥친 것도 모자라, 이를 저지하려는 농민들을 연행했다"며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며, 행정 기관이 불법적인 주거 침입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익환경법률센터 정남순 변호사는 "(국토관리청의 측량 조사는) 마치 집 주인이 세를 줘놓고 '내 집이니까 괜찮다'며 문을 박차고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라며 "행정 기관이 사업 집행에 있어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것은 법치주의의 파괴"이라고 비판했다.

"유기농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벌써 잊으셨나요?"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당장 터전을 잃게 된 농민들의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서규석 씨는 "착공도 아닌 측량을 위해 경찰 병력 900여 명이 100여 명의 농민들을 짓밟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며 "측량이 끝나고 훼손된 논과 밭을 정리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폭력은 어리석은 군주의 확고함'이라는 한 농민의 넋두리가 가슴에 사무쳤다"고 하소연했다.

▲ 28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에서 경찰의 보호 속에 4대강 사업을 위한 토지 측량이 강행되자, 이 곳 하천부지에서 유기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원회

팔당상수원 공대위 유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3년 전 직접 팔당 지역을 방문해 유기농을 장려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그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며 "팔당 지역은 시작일 뿐, 4대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나는 농민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은 이어 "팔당 지역은 한국 유기 농업의 발상지이고 수도권 최대 친환경 유기 농산물 공급지"라며 "수십 년간 친환경 농업을 통해 상수원을 보호하고 있는데 환경을 위한 정비는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 28일 국토관리청의 토지 측량에 항의하는 농민들. ⓒ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원회

측량을 강행한 국토관리청은 다음달 16일 팔당호 주변에 자전거 도로와 체육 공원 등을 조성하는 공사를 착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서면 일대 유기농가 100여 가구는 올해 안에 농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지역은 1975년 팔당호 일대가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팔당댐 완공으로 겨우 수몰을 면한 농민들이 상수원 수질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친환경 농업을 시작해 20여 년 동안 유기농 공동체로 발전해왔다. 팔당 지역은 지난해 경기도가 유치한 유기 농업 올림픽인 '2011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지이기도 하다.

한편, 팔당상수원 공대위는 28일 남양주·양평 경찰서에 김명국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과 토지 측량업체를 공토법 및 하천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 2011년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 저지 운동도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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