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석면에 노출된 아이들
왕십리 뉴타운 1구역에 위치한 이 어린이집 원아들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철거 공사 현장에 6개월 동안 방치돼, 기침·가래·결막염·아토피성 피부염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 급기야 지난 8월 어린이집 실내에서 석면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으나, 서울시와 성동구청은 그간 대체 부지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이전을 미뤄왔다. (☞관련 기사: '석면 어린이집'…왕십리 뉴타운을 아시나요?)
▲한 어린이가 공사 현장을 지나 홍익어린이집으로 등원하고 있다. ⓒ시민환경연구소 |
<프레시안>이 집중 보도한 어린이집 원아들의 석면 및 미세 먼지에 따른 피해에 대해, 서울시 신현봉 보육담당관은 지난 11일 "성동구 홍익동 소재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로 9월 중에 이전을 완료하겠다"는 시의 입장을 전해왔다. 당초 계획은 5월 초에 이전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서울시 균형발전본부는 지난 13일 "석면 검출 논란 여부와 관계없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홍익어린이집 이전 완료시까지 건물 철거 작업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서울시는 "석면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뉴타운 사업 현장에 석면 전담 감리자를 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안전성 논란…학부모들 "근본적인 대책 필요"
그러나 홍익어린이집 학부모들은 뉴타운 철거 공사 반 년 만에 나온 서울시의 '늑장 대응'에 대해 "생색내기식 사후 조치"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왕십리뉴타운홍익어린이집학부모대책위원회' 최병천 부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석면과 비산 먼지"라며 "여전히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뉴타운 2구역은 어린이집과 100~200미터 인근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당장 어린이집이 위치한 뉴타운 1구역의 공사를 중지한다고 해서 공사 현장의 먼지로 인한 피해가 멈추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공사 현장의 가림막이 쳐진 홍익어린이집 내 놀이터 모습. ⓒ시민환경연구소 |
서울시가 제기한 어린이집 인근의 안전성 문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서울시는 "석면 조사 전문 기관인 작업환경기술원이 지난 5일 어린이집 주변 지역에 대한 석면 농도를 조사한 결과, 대기 측정에서 모두 기준치에 크게 미달돼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시민환경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일 발표한 조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반박인 셈이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어린이집 주변 고형먼지에서 백석면이 검출됐을 뿐 아니라 대기에서도 석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오세훈 시장, '미세먼지 규제' 공약은 잊었나"
최 부위원장은 "서울시는 9월 5일 단 하루 현장 조사를 해놓고 어린이집 인근이 석면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한다"며 "그날 하루는 대기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난 6개월 동안 노출된 석면과 비산 먼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고 꼬집었다.
최 부위원장은 또 "시민환경연구소가 지난 8월 고형먼지 시료에서 백석면을 검출했으나, 서울시는 '고형먼지에 대한 기준치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했다"며 "고형먼지 시료는 법적으로 인정된 항목은 아니지만, 환경성 노출 평가에 있어 과거의 대기 환경 실태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그는 "석면 철거 작업이 진행되던 시기의 조사 결과는 무시하고, 철거 작업이 끝나고 몇 개월이 지나서야 조사를 해놓고 '안전하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위원장은 또 "'미세먼지 규제'를 공약으로 걸었던 오세훈 시장이 '안심 보육 모범 어린이집'으로 지정한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원아들에 대한 건강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은평구청의 경우 구청 리모델링 과정에서 석면이 노출돼, 지난 6월 직원들에 대한 석면노출조사 및 건강영향조사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의해 시행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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