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한을 평생 품고 살아왔던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자 유가족들의 억장이 또 한 번 무너졌다. 바로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인' 언론 보도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8일자 '언제까지 과거史 파먹고 살 건가'라는 제호의 사설에서 "과거사 관련 위원회들이 좌파 성향 '과거사 장사꾼들'의 '큰 밥통'이 돼버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며 과거사 관련 위원회의 진상 규명 활동을 폄하했다.
또 이 신문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안병욱 위원장의 '과거사연구재단' 설립 건의를 놓고 "진실화해위 활동이 끝나면 바로 과거사연구재단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국민 세금으로 과거사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라며 "이들에겐 좋은 직장도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내용의 보도에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대표 장준표)'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아일보>는 언론이라는 가면을 뒤집어 쓰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이승만 정권의 부당한 공권력으로 졸지에 부모·형제를 잃은 수백만 유족들이 아직 두 눈 부릅뜨고 살아있다"며 "<동아일보>가 올바른 과거 청산에 대해 계속 발목을 잡고 날조한다면 억울하게 학살된 백만 원혼의 이름으로 반드시 갚아주겠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유가족들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된 가족의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수십 년 가슴에 대못을 박은 채 통곡하며 살아왔다"며 "(과거사에 대한) 올곧은 진실이 밝혀지고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진실화해위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진실화해위가 역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설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어디 여야가 따로 있으며 좌우가 따로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진실화해위는 왜곡·은폐된 과거사를 조사해 신청된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을 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동아일보>가) 누누이 강조하는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정권 때 백만 민간인 집단 학살이 일어났다"며 "더 이상 편협하고 왜곡된 보도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7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과 과거사 연구재단 건립을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실화해위가 그동안 수행했던 과거사 진상 규명 작업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과거사 진상 규명과 청산을 위해 2005년 설립된 진실화해위는 4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내년 10월께 해체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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