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리는 헌법 소원 공개 변론을 앞두고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여성부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법무부는 '합헌'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여성부는 지난 6일 혼인빙자간음죄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간통죄와 함께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던 이 죄를 놓고 여성부가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법 304조(혼인빙자 등에 의한 간음)는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부는 "혼인빙자간음죄는 여성을 의사 결정의 주체가 아닌 종속적 존재로 보고 있으며, 여성을 비하하고 '정조', '순결'을 우선시하는 관념에 기초한 것이므로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부는 범죄의 객체를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로 한정한 점을 놓고 "남자는 본 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며 "이는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를 여성으로만 상정한 것이 여성을 '수동적 주체'로 규정하는 시각이라는 점과 동시에, 남성에 대한 차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여성부에 따르면, 최근 미국 및 독일의 경우 평등 원칙에 근거해 대표적인 성범죄인 강간죄의 행위와 객체를 모두 '중성화'시키는 추세다. 1997년 독일이 형법 개정을 통해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타인'으로 개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성부는 이어 "행위의 객체를 '부녀'에 한정하는 것은 부녀를 미성년자·심신미약자 등과 같이 자신의 성적 의사 결정의 자유를 행사할 수 없는 존재로 비하하는 것"이라며 "(혼인빙자간음죄가) 일반인과의 관계에서 부녀에 대한 차별을 하고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2002년 합헌 결정 이후 다시 헌재로…법무부는 '합헌' 입장
그간 혼인빙자간음죄는 간통죄와 함께 꾸준히 폐지 논란이 있어 왔다. 바로 이 두 죄가 여성의 성에 대한 시대착오적 시각을 드러내고 과잉 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것. 오는 10일 열리는 공개 변론은 2002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재판관 7대 2) 결정이 난 이후 7년 만이다.
헌재는 2002년 판결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남녀 간의 성에 대한 신체적 차이·성 행위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다르다"라며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이 있다"고 합헌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는 "현행법이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평등 원칙에 반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합헌'의견을 제시했다. "성적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 비밀 등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지만, 과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임모(33) 씨는 지난해 "형법 304조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고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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