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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은 칭기즈칸의 출현을 어떻게 준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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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은 칭기즈칸의 출현을 어떻게 준비했나"

[화제의 책] 채경석의 <칭기즈칸의 칼>

근래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스케일이 큰 소설을 꼽으라면, 단연 <칭기즈칸의 칼>(채경석 지음, Human&Books 펴냄)이 아닐까 싶다. 배경부터가 몽골 초원에서 시작해 실크로드가 관통하는 중앙아시아 전역을 아우르고 있고, 그 소재 또한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인류 최고의 제왕인 칭기즈칸의 태동을 다루고 있다.

<칭기즈칸의 칼>은 트레킹과 오지 탐험 여행가 채경석(T&C여행사 대표·히말라야학교 교장) 씨가 직접 중앙아시아와 실크로드의 자취를 발로 밟으며 구상해 쓴 작품이어서 생생한 현장감과 압도적인 서사가 두드러진다. 아마도 실크로드를 이보다 더 생생하게 다룬 소설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칭기즈칸의 칼>(채경석 지음, Human&Books 펴냄). ⓒ프레시안
시간적 배경인 12세기 말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의 다툼과 분열이 심해 교역로가 쇠퇴하면서 문물 교류가 끊기고, 종교적 아집과 편견으로 인류 역사의 우수한 문화적 유산이 파괴되어 가던 혼탁한 시기로, 세계 제국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충만했다. 그리고 그 요구는 삶의 터전을 고집스럽게 고수해온 몽골 민족에게 내려진 신탁의 성취, 즉 대칸의 도래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다.

이제 그 신탁을 이루기 위해, 대칸을 찾아 길을 떠난 한 남자의 장대한 운명적 여정이 펼쳐진다. 남자의 이름은 보테킨. 신탁의 예언을 받은 신녀로부터 시작되어 삼대에 걸친 여인들의 불운과 희생을 딛고, 마침내 그에게 운명의 칼이 넘어온 것이다. 신탁이라는 고전적 장치와 대의를 위해 개인의 욕망을 다스려야 했던 여인들의 운명이라는 서사적 장치가 어우러져 소설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신탁이 선택한 마지막 수행자 보테킨은 우여곡절 끝에 마흐뭇 상단의 일원이 되어, 쇠퇴해가는 실크로드 위를 여행하며, 시대의 요구와 미래의 가치에 대한 지혜를 터득해간다. 12세기 말의 역사 현장을 세밀하게 복원하고, 실크로드의 당대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내기 위한 저자의 각별한 노력 덕분에,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 보테킨 곁에서 대칸을 찾는 운명적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이슬람 문화권과 간다라 문화의 유산들, 사막과 만년설의 풍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 세계적 인물인 칭기즈칸의 태동에 관한 작가적 상상력이 치밀하게 얽혀, 보테킨의 여정은 한 편의 흥미진진한 로드 무비를 연출한다.

마침내 긴 여정을 마치고 몽골로 돌아온 보테킨은 세계를 누비며 터득한 지혜를 바탕으로 세계 제국을 건설할 위대한 인물(테무친)을 택해, 그에게 대칸의 칼을 건넴으로써 오랜 신탁을 성취한다. 그리하여 2000년 인류 역사에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까지 평가받는 칭기즈칸이 탄생한다는 것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얼개다. 어디까지가 작가적 상상력이고,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이다.

작가는 이런 거대한 서사의 흐름 아래 작은 서사들을 이어간다. 삼 대에 걸친 여인들의 기구한 운명, 보테킨의 사랑 이야기, 이슬람 이맘과의 목숨을 건 대립, 이상주의적 가치를 지켜온 훈자라는 마을의 이야기 등 다양한 서사가 전체 서사에 무리 없이 이어지며, 칭기즈칸의 태동기를 세세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도, 이 장대한 드라마는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개인들이 어떻게 위대한 역사의 서장을 열어가는지 그 궤적을 그림으로써 요즘 우리 시대에 잊혀져 가는 고귀한 가치들을 되살려낸다. 한 인간의 희생과 결단이 위대한 역사와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의 감동을 함께 나누길 권하며, 특히 좁다란 삶의 울타리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이들에게 감히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작가는 제2편으로 중앙아시아 티무르 편을 준비하고 있다.

<칭기즈칸의 칼>은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을 실험하고, 우리 문학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펼칠 계기로 출판사 측이 내놓은 '뉴에이지 문학선'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게이머>, <대학로 좀비 습격 사건>,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 등 다양한 주제와 대중적 욕구에 부응하는 작품들로 채워진 이 문학선의 하나인 <칭기즈칸의 칼> 역시 새로운 서사에 목말라 하는 독서 대중의 갈증을 해소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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