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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만의 정권 교체? 아직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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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54년만의 정권 교체? 아직은 모른다"

[전문가 진단]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보는 8·30 일본 총선

내달 30일로 예정된 일본 총선거에 일본 열도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민주당이 여당 자민당을 누르고 54년 만에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이룰지 여부. 민주당이 선거에서 제1당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프레시안>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와 함께 이번 중의원 선거의 변수와 선거 후 변화에 대해 진단해 봤다.

일본계 한국인인 호사카 교수는 도쿄대 졸업 후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독도종합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이번 총선거에 대해 "현재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은 자민당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미관계 문제와 증세 문제 등 정책 문제가 불거지거나 자민당을 변화시킬 새 인물이 나타난다면 충분히 판세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지가 아니라 자민당 반대…선거 변수 아직도 많아"

프레시안 : 이번 총선을 전체적으로 전망한다면…

호사카 유지 : 지난 12일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했다. 과거에도 이 선거에서 자민당이 몇 차례 참패한 적 있었다. 그러면 반드시 그 후 중의원이나 참의원 선거가 있을 때 자민당은 패배했다. 이런 맥락에서 도쿄도 의회 선거가 총선의 전초전이라고 보는 관점이 일본 내에 많다.

자민당은 도쿄도 의회 선거까지 총 6회의 지방 의회 및 지사 선거에서 모조리 패했다. 따라서 8월 30일 중의원 선거에서도 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자민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는 것과 다르다. 즉, 민주당이 아주 좋다는 것 보다는 자민당이 이젠 안 된다니까 바꿔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자민당이 정말 안 되니 이럴 땐 새롭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민주당의 승리를 말하는데 조심스러웠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민주당이 과반(241석 이상)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이합집산은 어떻게 예상되나. 민주당과 자민당이 대연정을 한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호사카 유지 : 자민당과 민주당의 연립가능성은 작년에도 한 번 나왔다. 당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몰래 만나 연립에 관한 협의를 했었다. 그런데 그 문제가 민주당 내에서 큰 논란이 됐다. 그럼 뭐 하러 민주당을 하느냐는 말들이 있었다. 당시 오자와는 민주당은 정권 능력이 없다고 스스로 변명을 할 정도였다.

오자와 전 대표는 원래 자민당 '다나카파'로 보수적이고, 민주당 내에서는 그 정도 보수파가 아닌 분들도 있다. 과거 사회당 세력도 상당히 많다. 기타 민주사회당이라고 하는, 사회당 우파와 비슷한 노선의 의원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민당과의 연립을 용납할 수 없다. 이것은 민주당에서는 금단의 이야기이다. 자칫 민주당 자체가 분열될 수 있다. 민주당은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인물 중심으로 선거 분위기 변할 수 있어"

프레시안 :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공산당 같은 데가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을까?

호사카 유지 : 거기까지 가기는 힘들다. 민주당이 중도 혹은 중도 우파, 좌파 정도의 정당과 연립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공산당은 완전한 좌파로 자민당과 반대인 정당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민당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그러나 사민당의 의석 자체가 적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어쨌든 선거가 끝나봐야 알게 될 텐데 다만 사상적으로 민주당을 구성하는 요소를 볼 때, 공산당과 연립 가능성은 낮다. 설령 연립이 된다고 해도 그건 마지막 카드다.

프레시안 :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할 거라는 전망도 많다.

호사카 유지 : 하루가 다르게 정국이 바뀐다. 8월 30일까지 아직 멀었다. 마지막 1주일 전까지 가야 알 수 있다. 그때 나오는 여러 가지 예상이 있다. 그 예상 중 텔레비전 심층보도가 있는데 굉장히 맞아 떨어진다. 그 때 가야 알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에게 국정을 맡겨도 되는지 일본인들 역시 많이 생각할 것이다. 도쿄도 의회 선거는 일본 전체를 맡기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일본 전체의 진로가 걸려있다.

마지막에는 각 지역구에 출마한 인물을 보고 선택하게 될 것이다. 사상적인 경향이 전혀 다른 사람을 제외하면, 특히 민주당과 자민당은 비슷하니까 결국 최종에서는 사람을 보고 뽑을 것이다. 경험, 호감도, 이미지 등을 고려해 '이 사람이면 맡길 수 있다'는 잣대로 선택할 것이다.

아직 민주당은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고, 얼굴도 안 알려진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자민당에서 좋은 출마자가 많이 나오면 민주당 과반 의석 확보를 쉽게 말할 수 없게 된다.

아직 시간이 한 달이 남아 있어 일본 유권자들도 냉철하게 될 수 있다. 지금은 금융위기에서 자민당의 경제정책이 너무 잘못됐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선거 공약을 보면 개인에 대한 지원을 확실히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은 그런 공약이 없다. 요즘 자민당의 지지도가 낮은 것은 '선거 전에 미리 고배를 마셔서 머리를 식혀 좋은 선거 공약을 내놔 보라'는 심리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민주당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되고 앞으로 자민당이 어떤 행보를 할지 긴장하고 봐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 자체 보다 정책 일관성 상실에 민심 이반

프레시안 : 민심은 왜 자민당에 등을 돌렸나?

호사카 유지 : 일관성을 상실한 부분이 가장 크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5년간 신자유주의 노선을 채택했고 국민들은 열광했다. '우정민영화'에도 찬성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 너무 신자유주의로 나갔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왔다. 후쿠다 정권 때도 그렇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 때는 우정민영화를 다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로서 정당의 일관성을 상실하게 됐다. 같은 당의 전임 정부를 비판하려면 명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냥 무턱대고 다른 방향으로 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일본인들도 '이게 뭐냐'고 생각한 것이다.

고이즈미 정권은 우정민영화 문제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고 지원 삭감 등으로 지방은 지방의 힘으로 재정을 마련하도록 했다. 당시에는 큰 반대가 없었다. 그것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개인적 인기 때문이 아니라 자민당을 따라가면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서면서 고이즈미가 정책을 너무 급진적으로 시행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완화시켰다. 고이즈미 5년간 해왔던 방향에서 계속 반대쪽으로 나갔다. 이렇게 되면 자민당이 무엇이 되겠는가. 그렇게 애초 추진한 것이 굉장히 바뀌면서 당시 고이즈미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많이 돌아선 것이다.

물론 고이즈미의 정책 자체에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방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삼위일체 정책' (재정위기에서 지방교부세 감축, 국고보조분담금 감축을 통해 지방재정을 삭감한 정책) 등 개혁이란 이름으로 급진적으로 추진했던 정책 때문에 지방은 재정적으로 어려워졌다.

그러나 민심이 떠난 본질적인 이유는 정책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자민당이 아무런 리더십과 신념도 없이 그냥 정책을 바꿔버렸다는데 있다. 자민당의 정책이 신자유주의적이다 아니다를 따지는 일본인들은 극히 소수다.

이걸 다르게 본다면 자민당이 일관성을 잃고 변화하게 만든 민주당의 공격이 성공한 것이다. '비뚤어진 국회'라는 뜻의 '네지레 고까이'라는 일본말이 있다. 참의원에서는 민주당이 제1당이기 때문에 자민당 연립 정권이 지배하는 중의원에서 아무리 법안이 통과돼도 참의원에서 부결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자민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자민당은 거대 여당이지만 민생법안 등에서 아무것도 못했다. 그러면서 노선을 수정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달리 말하면 민주당이 말하는 내용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노선이 수용되고 있고 자민당은 수정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어느 쪽을 믿겠는가.

여기에 더해 고이즈미 시절에는 전혀 없던 행태가 아베-후쿠다-아소 정권에서 나타났다. 고이즈미 때는 관료의 비리도 없었고, 임기 도중에 관료가 관두는 일이 없었는데 아베 정권 때부터는 스캔들 때문에 관료가 관두는 일이 생겼다. 그러니 국민들이 '자민당에게 속았구나'라고 느낄 수밖에.

대표적으로 아베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아주 무책임하게 총리직을 던지지 않았는가. 당시 이를 두고 '아베스루(아베한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후쿠다 전 총리는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중요한 국정 현안이 있을 때 부인과 4시간 오페라 공연보고, 막상 국정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였다.

2세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소 총리 역시 실수가 상당히 많았다. 외교적인 실수는 없었지만, 말실수가 많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도 이 정도의 차이는 압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말실수가 계속 나오니 국민들이 총리의 자질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민당에는 이런 사람 밖에 없는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민당의 얼굴이 땅에 떨어진 격이다.

프레시안 : 한국이나 중국 같이 아시아 국가들은 후쿠다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가 좀 있었다. 대북정책도 어느 정도 유연했고…. 그런데 국내적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이유는?

호사카 유지 : 후쿠다는 고이즈미의 정책에 대한 반대론을 본격적으로 말한 사람이다. 그는 "고이즈미 시절에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고 지방자치에 대한 배려가 없다"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것 이상 한 것이 없다. 말만 한 것이다.

인상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弘文) 전 총리(1982~1987년) 등은 기자회견장에서 요즘 총리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말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총리로서 지도자다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고이즈미까지 이런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민생을 챙겨야 하는 시기에 새로운 일본의 모습을 추구했다. 군대를 만들고 헌법 9조를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위안부 문제로 국제적인 망신도 당했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민생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안 하고 막연한 얘기만 해 버린 것이다.

이후 후쿠다가 총리가 됐지만 아베가 남긴 하나의 유산은 참의원에서의 참패였다. 후쿠다는 '비뚤어진 국회'에서 뭔가를 추진하기 어려웠고 결국 이룬 것이 없었다. 그러니 기자회견에서는 여느 아저씨가 푸념하는 듯한 태도만 보였다.

후쿠다가 사퇴할 때 한 말이 그의 입장을 상징하는 듯했다. 기자가 "지금 이렇게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 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후쿠다는 "저는 당신과 다릅니다.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이 말은 상당히 인기를 끌어서 2008년 유행어 대상 후보가 될 정도다. 이처럼 총리다운 면모를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아소 총리는 개인의 자질이 문제였다. 그는 돈이 많은 사람이다. 비싼 정장을 입고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총리 관저를 거부하고 자택에 그냥 살았고, 집에 갈 때마다 좋은 식당에 다녀서 문제가 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국민들이 화가 날만 한 행동을 태연히 했다. 역시 '비뚤어진 국회' 때문에 중요한 사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1만2000엔(약 15만 원)을 국민 모두에게 지금 한다는 경기부양책만 통과됐다. 눈에 띄게 한 것은 그것 밖에 없지만 국민들은 비웃었다. 이것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대책을 세운 것이다. 그걸로 뭘 할 수 있겠는가. 20만 엔도 아니고. 웃기는 정부가 된 것이다.

▲ 하토야마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정권을 교체할 수 있을지 주변 국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하나의 이념으로 말하기 모호해"

프레시안 : 민주당은 어떤 당인가? 당내 중심세력 및 공약은 어떠한가?

호사카 유지 : 1993년 자민당은 야당 연합에 정권을 내줬다. 당시 가네마루 신(金丸信) 자민당 부총재의 비리 문제로 민심이 등을 돌렸다. 이에 오자와 이치로를 중심으로 자민당 의원 53명이 93년 봄 집단 탈당했다. '다나카파'가 자민당 내 입지를 상실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 의원들은 '자민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 이것이 자민당 정권 상실의 결정타였다. 그 '다나카파'를 중심으로 한 53명이 현재 민주당에 거의 다 남아 있다.

탈당 의원 중에는 오자와를 따라 신생당을 만든 부류 외에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가 만든 일본신당에 간 사람도 있었다. 다른 일부는 사키가케라는 신당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식의 몇 개 정당이 생겨났지만 사실상 지금은 민주당에 거의 다 흡수됐다. 게다가 구 민사당 내 중도우파와 사회당 내 중도우파라는 사람들도 민주당에 합류했다. 요컨대 현재 민주당의 주축은 전 자민당, 전 사민당, 전 사회당 우파로 볼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파벌이 잘 보이지 않지만 없는 건 아니다. 아직 주목받지 않아서 그렇지 앞으로는 분명 나타날 것이다. 의원들 간의 의견에 굉장한 차이가 있어서 이제까지 합의를 중심으로 해서 정책들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합의를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현 대표의 아버지인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郎)는 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자민당으로 합당할 때 민주당 당수였다. 보수 우파였지만, 약간 중도에 가까운 보수였다. 이런 노선을 하토야마는 계승하고 있다.

프레시안 : 정책 판단의 기본은 시장에 대한 관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당을 평가하면?

호사카 유지 : 민주당의 이번 중의원 선거 공약을 보면 "대중을 구제해야 한다"는 부분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걸 '3대 약속'이라고 정했다.

예컨대 중학생까지 아이가 있는 가정에는 아이 1명 당 2만6000엔 씩 지원한다는 공약이 있다. 1년이면 30만 엔이고 아이가 2명 있는 가정은 1년에 1000만 원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다. '아이를 잘 키우고 많이 낳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얘기다.

또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돈을 안 내거나 조금만 내도 되도록 하는 것이다. 공약은 국민이 봐서 좋아야 하지만 상당한 자신이 없다면 이런 공약을 내놓을 수 없다.

재원 문제에 있어서 민주당은 아직 증세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까 자민당은 재원 대책도 없이 내놓은 거짓말 공약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에 필요 없는 부처가 많고 낭비되는 세금이 많다. 공무원이 쓰는 돈도 새고 있다. 이것을 다 청산해서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세금을 마련하는 방식만을 보자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또한 시장에 적절히 개입하지만, 시장 그대로 맡기려고 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민당 못지않은 점이 있다.

분명 민주당은 증세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재원을 만들려면 증세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는 완전히 신자유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복합적인 입장이라 보인다.

"한국 선거처럼 된 일본…국민들 신중해져"

프레시안 : 대북정책은 어떤가. 내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도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과 정권 교체의 다아내믹스 때문에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호사카 유지 : 현실적으로 지금에서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먼저 자민당이 완전히 북한에 대한 강경자세만 고수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2002년 고이즈미 방북 이후 납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렇게 된 측면이 많다.

고이즈미 이후의 총리들은 북한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정책을 사용했다. '북일 수교를 원하되, 그 조건으로 납치 문제를 해결하자'라는 것이다. 아소 총리도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아소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弘文, 1982~87년)의 아들 히로후미를 외상으로 임명한 것이다. 그 사람은 북일수교론자다.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가 자민당의 고민이었다.

민주당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현재 자민당이 납치 문제에 관해 취하고 있는 입장을 따라하면서 북한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가 호전될 기미가 보인다면 북일수교 쪽에 힘을 실을 것이다.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 민주당의 주류 의견이다. 수교가 안 된 북한을 옆에 두는 것은 일본 정부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상공으로 날아갈 때 일본인의 공포감은 말도 못할 정도다. 일본 국민들은 북한이 식민지 시대의 원한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면 일본을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북일수교를 통해 일본은 두 한국을 조절할 수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민주당에는 아베의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대북 문제가 지금보다 더 강경하게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문제가 호전되고 6자회담이 계속된다면 민주당이 먼저 풀어가려 할 것이다.

민주당 내에 사회당 계열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한 요인이 된다. 옛날 사회당은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었고, 따라서 북일수교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프레시안 : 한일관계는?

호사카 유지 : 선거 공약을 보면 민주당은 창당 때부터 아시아외교를 중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야스쿠니 신사를 절대 참배하지 않겠다고 표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잘 될 것이다.

하지만 독도 문제는 영토 문제이기 때문에 민주당이라고 해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도 한국 입장을 받아들이면 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독도 문제에 일본 국민들이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영토를 주려한다'고 언론이 말하기 시작하면 정권이 무너진다. 27일 발표된 '민주당 정권정책 선언 2009'에서 독도가 일본의 영토임을 분명히 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곧바로 독도에 대해 강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정책 선언'에서 비교적 강한 입장을 보인 것은 선거용이다. 하토야마 대표가 원한 것도 아니고 일부 강경파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따라서 총선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마도 이 주제를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

역사교과서 문제에 있어서는 민간 학자들의 교류 결과물을 교과서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자민당과 달리 민주당은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진전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전신이 참여했던 호소카와 정권(1993~94년) 당시 호소카와 총리는 창씨개명 정책의 잘못을 인정했고,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1994~96년)도 과거를 사죄했다.

따라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이런 노선이 나오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자민당 세력이 민주당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지만 지금 하토야마 대표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미일관계는?

호사카 유지 : 일본은 현재 인도양에서 미군에 대한 급유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걸 반대해 왔는데 집권을 하게 되면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나오는 공약집을 보면 민주당은 과거의 반대의 입장에서 돌아섰다. 일본 정치에서 미일관계는 기본적으로 잘 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없다

그러자 자민당은 곧바로 민주당의 이런 변화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제까지 '비뚤어진 국회'에서 민주당이 했던 말들은 공격을 위한 공격이었느냐고 비판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도 '민주당이 지금까지 한 말은 뭐냐'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번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자민당도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된다면 자민당이 부활할 수도 있다. 대단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선거가 한 달 남았는데 변수가 많은 것 같다.

호사카 유지 : 일본 국민들은 민감해졌다. 자민당이냐 민주당이냐를 떠나서 진실로 어느 정당이 일본에 좋은지를 깊이 생각하는 시절이 되었다.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민주당이면 민주당, 자민당이면 자민당 이렇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자민당에도 민주당과 유사한 노선을 가진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 같은 사람도 있고, 반대로 민주당에도 자민당 노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일본 사람들이 상당히 신중해졌고 머리도 복잡해졌다.

일본의 정치와 사회가 마치 한국처럼 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과거 일본은 2~3년 앞이 보이는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 일본은 한국처럼 상황이 내일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나라가 된 것이다.

따라서 꼭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우세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 달 동안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 할 수 없다. 대형 스캔들이 터질 수도 있고, 기타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어디까지나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내일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 하토야마 대표도 작은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나.

자민당은 만만치 않은 정당이다. 고이즈미처럼 괜찮은 사람을 내세워서 반전을 꾀할 수도 있다. 확실히 현재 상황은 내일 상황이 아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우리 역사 독도>라는 책을 최근 냈는데, 어떤 내용인가?

호사카 유지 : 예컨대 조선은 한때 180년간 울릉도에 가지 않았다. 이건 사실 그냥 버린 것이다. 실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기간 후반 80년 동안 일본은 이곳을 왔다갔다 하며 독도를 점유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렇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말하기가 힘든 분위기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일본이 그런 사실을 제시하면 한국은 그냥 무시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 역사적 사실 중에서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도 그걸 극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이번에 나온 책에서 그걸 극복하는 증거를 찾았다. 현재까지 말하지 않은 사실을 넣어서 일본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어 보려고 했다. 관련 자료가 많아서 이번 책에는 19세기 초까지만 다뤘고, 이후에 2, 3권이 나올 것이다. 12월로 생각하고 있다. 논문으로 발표한 내용을 대중적으로 다시 쓰는 작업이다. (☞관련 기사 : 일본의 독도 영유권 논리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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