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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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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

[정희준의 '어퍼컷'] 운동은 아마추어, 돈벌이는 프로

TV 뉴스에 김연아가 교생 실습을 나가서 학생에게 강의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가 어느덧 대학 4년생이 된 것이다. 입학 때부터 수업도 않고 얼굴만 보이러 1년에 한 번씩 학교를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왔는데 한 달간 진행되는 교생 실습은 제대로 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어쨌든 졸업은 할 것이다. 내가 상관할 바도 아니고.

그런데 채널을 돌리다 보니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김연아가 나온다. 그런데 이게 맥주 광고다. 술 광고다. 노래 좋고 춤도 좋다. 긴 머리 휘날리며 흔들어댄다. 신난다. 그러다 맥주 캔을 두 손으로 들고 우리에게 맛보시라는 듯 쭈욱 내민다. 그러더니 캔을 손에 쥐고 마구마구 흔들어댄다. 맥주캔을 딴다. 하얀 거품이 흘러내린다. 이걸 쭉쭉 빨고 있다.

잘 만든 광고다. 당장 맥주 사서 마시고 흔들고 싶을 정도다. 그래서 나쁜 광고다.

김연아는 2010년 매니지먼트사 IB스포츠와 결별하고 자신을 위한 새로운 회사 올댓스포츠를 차려 나갔다. 이번 광고도 올댓스포츠와 맥주 회사의 합작품일 것이다. 그런데 이 결정은 김연아의 이미지는 고려하지 않고 돈부터 벌고 보자는 대단히 짧은 생각이고, 참으로 잘못된 결정이다.

특히 올댓스포츠는 영상에 대한 사전 검토도 안 한 듯하다. 아니면 보여줘도 뭔지 몰랐던지. 아마 그냥 "좋은데," "신나는데" 정도 아니었겠나.

ⓒhite.com

'학생'이 '선생님 실습' 하면서 술 광고?

물론 김연아는 유명인이자 자유인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든지 이윤 추구를 위한 광고출연을 할 자격과 권리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김연아와 그의 매니지먼트사 그리고 맥주 회사는 김연아가 한국 사회에서 공인이라는 사실은 깡그리 무시했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자본의 유혹에 넘어가기 때문에 김연아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천박한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비평이 나오는 것이다. 학생이 선생님이 되기 위해 수련하는 기간에 술 광고라니.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김연아의 맥주 광고 출연이 청소년의 음주 문화 조장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를 부추기고 특히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의 음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장우 브랜드마케팅그룹 회장 역시 광고에서 우유를 마시다 커피를 마시던 김연아가 이제는 맥주까지 마신다며 맥주 브랜드가 김연아를 동원한 것은 "좀 실책인 듯" 싶다고 비판했다.

술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발암 물질로 지정되어 있고 선진국의 경우에는 스포츠와 스포츠 스타의 주류 광고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메이저리그 선수 등 스포츠 선수의 주류 광고 출연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영국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유명인의 술 광고 출연을 금지시키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는 주류 광고 자체를 금지시키고 있다.

'공인 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사회 인식'은 있어야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대부분은 광고 출연에 대한 자유에 관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맥주 광고에 출연했던 유명인은 많다. 빅뱅, 이효리, 시크릿, 애프터스쿨의 유이, 김수현, 신민아, 공효진, 하정우, 조인성, 보아, 2PM, 장동건, 윤도현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전업 연예인'이다. 이들의 주류 광고 출연은 별로 문제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같은 스포츠 스타인 박지성도 맥주 광고에 등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박지성은 나이 서른둘의 프로 선수다. 박지성은 국가 대표에서도 은퇴한 상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맥주 광고가 많은 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일본 최고의 야구 선수 스즈키 이치로도 맥주 광고 모델로 활동했지만 이치로도 마흔 살의 프로 선수다. 이치로와 같이 맥주 광고에 출연한 아오이 유우, 또 다른 맥주 광고의 요시타카 유리코는 모두 여배우들, 즉 전업 연예인들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올림픽 메달을 딴 아마추어 선수이고 현재 학생이며 교사가 되기 위한 실습기간 중에 있다. 많은 청소년들에게는 '연아 언니,' '연아 누나'다. 그런 그가 하는 술 광고. 그것도 아주 멋지게(?).

국가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리스트가 되어 명예를 얻었고 이미 셀 수도 없는 무수한 광고에 출연해 엄청난 부를 쌓았으며 몇 년째 전 국민적 사랑을 얻고 있는 '학생 김연아.' 게다가 '스승이 달,' '가족의 달'인 5월에 진선여고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이다. 그래서 지금 김연아의 이미지는 혼란스럽다.

운동에선 아마추어 선수, 돈벌이에서는 프로 선수?

김연아 같은 유명인(을 넘어서는 공인)의 경우 생각을 좀 하고 판단해야 한다. 자신의 사회적 특히 청소년에 대한 영향력이나 자신의 신분 그리고 자신이 광고할 상품의 특성이나 의미 정도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스포츠 스타들이 가장 많이 출연하는 광고가 있다. 바로 우유 권장 캠페인 'Got Milk?' 광고다. 유명인이 우유를 마시고 나서 입술에 남아 있는 하얀 우유 자국을 보여주는 광고다. 진정한 스타가 되려면 이 광고에 출연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광고는 3만 달러 남짓의 낮은(?) 모델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하고 싶어한다.

▲ 미국의 우유 권장 캠페인 'Got Milk?' 광고에 출연한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gotmilk.com

안타깝다. 맥주 광고가 정 하고 싶으면 졸업 때까지 기다리든지, 아니면 5월이라도 넘기든지 하면 될 것을 하필 지금 여름철 맥주 장사를 위한 맥주 회사의 광고에 등장해야 하는가. 참고로 빅뱅의 맥주 광고 출연 때도 청소년들에 대한 영향력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이 참에 하나 따져보고 싶은 게 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획득 직후부터 있어왔던 국가 대표 은퇴나 프로 전향 논란에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이는 보다 많은 광고 섭외를 위해서 국가 대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혹시 아마추어의 순수한 이미지에 한 발 걸쳐 놓고 이윤을 극대화 하려는 시도 아닌가.

그는 올림픽 이후 아주 이따금 아이스쇼에 출연하던데 그렇다면 운동 선수 생활은 돈벌이를 위한 부업인가. 국민에게는 나라를 빛낸 운동 선수로 어필하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술 광고까지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인가. 우유 광고하더니 커피 광고하고, 이제는 술 광고까지 하니 앞으론 또 어떤 광고를 할까. 돈벌이만큼은 진정으로 프로다.

교생 실습은 제대로 하고 있나?

김연아를 보면 그에게 공인 의식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걸 바라는 게 무리일 수도 있고 본인이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정도 지위에 있고 사회적 영향력이 있다면 자신의 할 일부터 똑바로 했으면 한다.

그가 2학년 때 일이긴 하지만 고려대학교의 한 교수는 너무 결석이 많은 문제와 관련하여 "김연아도 이렇게 학교 생활을 마치고 졸업장을 얻는다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 김연아가 정말 똑똑한 아이라면 장기적으로 한국을 떠나 훈련을 할 경우에는 휴학을 했을 것이다. 활동을 마치고 복학해 학교 생활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또 그가 수강 신청한 과목을 강의했던 한 강사는 "당시 외국에서 전지 훈련 중이었던 것을 감안해 훈련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짧은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며 "다른 학생들과 동등한 기준으로 채점해 F 학점을 줬다"고 한다. 그는 "김연아는 수업에 참여하지도, 과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전에 연락을 취하는 등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김연아의 수업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수행하고 있는 교생 실습은 제대로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교생 실습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을 하면 국가 자격증 중에서도 가장 전문적이면서도 고귀한 자격증인 교사 자격증을 받기 때문이다. 미래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자격인 것이다. 혹시 광고 찍고 후원 기업 행사 쫓아다니며 웃는 얼굴 내밀다가 결근하는 것은 아닌지. 혹 그러다가 교생 실습 학점에서도 F를 받는 건 아닌지.

아니, 정말 걱정되는 건 5월 한 달간 결근을 자주 해도 혹시 김연아이기 때문에 교사 자격증이 그냥 나가는 것은 아닐까. 기우이길 바란다.

본인이 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연아를 미래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도 그런 영광을 바랄 것이다. 또 그것 말고도 꿈꾸는 미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지금부터 일 하나라도 똑바로 하는 버릇을 들이기 바란다. 여기저기 양다리 걸치고 주변의 배려나 편법으로 일 하는 버릇 들이지 말고. 더 이상 말 안 해도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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