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아론, 이냐리투, 델토로는 미국 영화계와 언론으로부터 '쓰리 아미고스(Three Amigos)', 즉 '세 친구'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개인적으로나 창작활동 면에서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40대 중후반 나이인 이들의 우정이 시작된 지는 20년이 넘었다.
▲ (왼쪽부터)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기예르모 델 토로 |
쿠아론의 작품은 <위대한 유산> <이투마마> <칠드런 오브 멘>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등. 2000년 장편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가 아카데미 영화상 외국어영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단숨에 국제적 관심을 모았던 이냐리투는 이후 <21그램> <바벨> 등을 내놓았다. 셋 중에서 나이가 가장 적은 델 토로는 <크로노스> <미믹> <블레이드> <헬보이> <판의 미로>등의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2006년 세 사람이 각각 발표했던 <칠드런 오브 멘> <바벨> <판의 미로>는 이듬해 아카데미 영화상의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4개 부문을 수상하며 '멕시코 영화의 파워'를 전세계에 과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서로의 작품을 제작(쿠아론은 델토로의 '판의 미로' 제작자이다)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해온 세 사람이지만 영화사를 함께 만들어서 활동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자본과 창작자의 국경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화사를 창립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쿠아론, 이냐리투, 델 토로는 성격만큼이나 작업 스타일도 서로 다르다. 이냐리투는 촬영장에 나올 때까지 어떻게 찍을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즉흥적인 스타일. 반면 델 토로는 사전에 콘티를 꼼꼼하게 작성해서 촬영현장에서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해 나가는 꼼꼼한 스타일이다. 이냐리투는 여러 스토리가 얽히는 다중시점의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고, 델 토로는 장르영화에 강하며, 쿠아론은 캐릭터 중심의 영화에서 솜씨를 발휘해왔다.
삼인삼색의 세 친구를 이어주는 공통점은 역시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 이냐리투의 <이투마마>에 출연했던 멕시코 영화배우 가엘 가르샤 베르날은 "세 사람은 첫째 일에 대한 욕심, 둘째 영화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 세번째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 면에서 똑같다"라고 평가했다.
차차차 필름스가 5월에 내놓을 첫 영화는 <터프 & 코니(Tough & Corny). 가난한 집안 출신의 두 형제가 프로 축구선수로 급성장했다가 빠르게 추락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투마마>에서 호흡을 맞췄던 베르날과 디에고 루나가 축구선수 형제로 등장한다. 감독은 쿠아론의 친동생인 카를로스 쿠아론으로, <터프 & 코니>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두번째 작품으로는 이냐리투 감독, 하비에르 바르뎀 주연의 <비우티풀(Biutiful)>로 현재 편집중이다. 차차차 필름스의 해외배급은 유니버설 영화사 산하의 포커스 피쳐스가 맡는다.
뉴욕타임스는 쿠아론, 이냐리투, 델 토로가 선배세대의 영화감독들과 달리 멕시코와 할리우드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작업해왔다는 점에서 차차차 필름스가 멕시코 및 라틴 아메리카 영화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적했다. 브라질의 월터 살레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등도 쿠아론, 이냐리투, 델 토로처럼 고국과 할리우드에서 동시에 성공한 감독들로 꼽힌다. 차차차 필름스가 이런 감독들이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지적인 셈이다.
이냐리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어떤 나라 돈으로, 어디에서 만드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차차차 필름스에 대해서도 대형영화사로 만들어나가는 데에는 세 명 모두 관심이 없으며, 창작 아이디어 등이 고갈될 때는 자유스럽게 헤어질 수 있는 '열린 자세'로 운영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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