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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은 삼성이 보낸 '트로이의 목마'?

[기고] 연예인 종편 출연 거부에 웃는 사람들

종합편성채널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은 계속 될 것이다. 태생 자체가 문제점을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한쪽에서 종편에 출연하는 이들에게 도덕 윤리적 수치심을 가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 현상 가운데 하나가 소설가 공지영 씨처럼 '종편 출연자는 개념 없고, 거부 출연자는 개념 있다'는 식으로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긍정하고 확장한다면, 종편 출연을 못하도록 도덕적 윤리적 공격을 함으로써 종편을 고사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몇 가지 관점에서 그렇지 않다. 더구나 종편 출연자 압박 전략은 삼성의 방송 미디어 몸집 불리기의 전략에 보기 좋게 활용당할 가능성이 크다.

종편에 출연하는 연예인이 적어질수록 그들의 몸값은 올라간다. 이 몸값의 상승은 다른 방송사의 스타 개런티에도 영향을 준다. 즉, 전체적으로 스타 개런티를 올리게 된다. 광고 시장의 경쟁을 격화시키는 가운데 작품의 질이나 스태프들의 처우는 더 낮아질 것이다. 한정된 돈의 규모에 따라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여기에서 의문점이 있을 수 있다. 종편 개런티의 상승이 전반적인 지상파의 출연료 상승에 영향을 주겠는가 하는 점이다. 종편과 지상파는 압도적인 차이가 나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지상파 방송사의 고액 출연료 문제는 1991년 SBS가 출범하면서 촉발되었다. 당시 SBS는 후발 주자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고액을 들여 인기 스타를 대거 캐스팅했다.

그 뒤 문화방송(MBC), 한국방송(KBS)도 고액 출연료 경쟁에 나서 전반적으로 출연료가 상승했다. 물론 그 상승에 비해 스태프 노동자나 비인기 연기자의 처우는 악화되었다. 당시 SBS의 시청률은 5퍼센트도 안 되었다. 상업 방송일 뿐이라는 공격에 연기자들이 주춤했다. 그러나 <모래시계> 성공 이후 시청률은 높아졌고, 연기자들은 더욱더 SBS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공지영 씨처럼 도덕 윤리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연예인 공격은 그들의 출연료를 더욱 더 올린다. 공격을 의식하는 착한(?) 사람들이 출연을 하지 않으면 출연자 기근 현상이 일어나고, 소수의 출연자는 더욱더 고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네 개나 추가된 종편 프로그램의 수요는 이런 현상을 더욱더 부채질할 것이다.

특별히 보수-진보의 이데올로기 대립에서 자유롭다고 여기는 다수의 연예인도 더 높은 몸값을 좇아서 이런 출연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연기, 재능은 이데올로기와 무관하다. 잘 웃기는 개그맨이, 노래 잘하는 가수가 꼭 진보 정당을 지지하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되면 처음의 도덕적 윤리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돈과 인기를 챙기려는 출연자들은 득을 보는 반면, 공지영 씨 같은 이들이 '개념 있다'고 옹호하는 연예인들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돈이 전부인 예능인은 종편이고 지상파고 구분 없이 출연할 게 뻔하니까.

그렇다고 종편 출연자들이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받을까? 그것도 확신할 수 없다. SBS의 <모래시계>처럼 종편에서 준비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대중의 시선을 끄는 것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시민들 다수가 이데올로기적인 이유로 종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볼 만한 프로그램이 나오면 언제든 종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이제 공지영 씨 같은 이들이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은 심각한 분배의 왜곡 현상을 낳는다. 착한 예능인은 더욱 더 움츠러들게 되고, 악한 예능인들은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게 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액의 출연료는 또 다른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연예인의 종합편성채널 출연 거부 압박, 득일까 독일까? ⓒ프레시안

종편은 어쨌든 합법을 두르고 출범했다. 이제는 콘텐츠로 승부를 걸게 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 등과 양질의 콘텐츠로 경쟁하여 생존과 도태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배의 왜곡을 통해 오히려 콘텐츠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더욱 정상적인 경쟁 궤도를 이탈하게 한다.

예컨대, 출연 금지의 무언의 압력은 부당함과 불공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종편을 탄압받는 약자의 프레임에서 우월권을 주기에 알맞다. 또 출연자 논란과 같이 허점이 많은 논란은 종편을 모르는 이들에게 노이즈를 일으켜 널리 각인 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디어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신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어차피 처음부터 종편은 한두 개 정도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대체로 생사는 자리를 잡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력에서 가릴 것이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 고액 출연료는 자금력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삼성 계열 종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삼성이 <중앙일보>의 jTBC에 공을 들여온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사돈 관계인 <동아일보>의 채널A도 관리를 한다는 소문도 있다. 더구나 일단 종합편성채널이 자금난에 허덕이면,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 기업도 쉽게 자금 지원을 통해서 방송에 진출할 수 있다.)

종편 출연을 마치 '악마와의 거래'라고 비판하는 것은, 그 선의와는 무관하게, 스타 개런티를 폭증시키고, 이것은 전체적으로 제작비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자금력의 우위성을 확보한 종편일 것이다. 결국 재벌의 자본 축적의 확장은 방송 미디어 장악과 구축으로 확립된다. 물론 그것이 삼성이 노리는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종편이건 지상파건 방송사들이 고액 출연료 가이드라인에 대한 문제를 모여 숙의를 해야 한다. 또 스태프와 연기자에 대한 인권과 처우 논의를 본격 제도화해야 한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보지 못한 채, '착한 연예인-나쁜 연예인' 식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결국 마지막에 웃는 것은 삼성과 같은 재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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