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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청계천-광화문' 야간 조명에 3년간 43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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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청계천-광화문' 야간 조명에 3년간 43억?

[김영호의 사자후] 녹색성장 비웃는 서울시의 '빛 잔치'

언제부터인가 12월이 되면 서울시청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해 저물어가는 한 해를 알리곤 했다. 세월이 흘러 갈수록 크리스마스 트리가 더 커지고 더 화려해지더니 지난 3년 전부터는 휘황찬란한 옥외 조명이 연출하는 빛의 축제가 서울의 밤을 밝힌다. 겨울 내내 빛의 잔치가 서울의 도심인 서울광장-청계천-광화문 일대를 불야성으로 만든다. 국제유가가 1배럴당 150달러로 치솟아도, 미국발 경제 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빛의 축제 하느라 3년간 43억4400만 원

서울시청은 2007년 12월 '2007년 하이서울 루체비스타'라는 일반 시민은 뜻조차 모를 이름의 빛의 축제를 벌였다. 서울시가 영어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이탈리아 말이란다. 루체(luce)는 빛이고 비스타(vista)는 전망, 풍경이란 뜻이라니 무슨 말이지 알 듯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아치형 구조물을 들여다 청계천 일대와 서울광장을 밝혔다. 서울시가 디지털 조선일보와 맺은 계약금이 14억5000만 원이라고 한다. 여기에 얼마인지 모르는 전기요금이 들어갔을 테니 비용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서울시는 2008년에도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빛의 축제를 열었다. '순백의 겨울, 순수의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순백이니 순수라는 단어는 눈을 뜻하는 모양이나 그 해 서울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아니면 야간 조명의 개념을 은백색으로 한다는 뜻인 듯하다. 호텔, 백화점 등에 연말 야간 옥외 조명의 기본색을 은백색으로 하라고 지시한 데서 알 것 같다. 서울시는 2008년 빛의 축제를 위해 시설비와 운영비로 12억2400만원을 썼다고 한다.
▲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설치했던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프랙털 거북선'. ⓒ뉴시스


서울시는 작년에는 광화문 광장 개장을 축하하느라 '빛으로 행복한 도시 서울'이라는 더 성대한 빛의 축제를 열었다. 그 중에는 KT건물을 스크린 삼아 영상을 쏘는 '미디어 파사드'라는 뜻 모를 행사도 있다. 파사드(facade)가 건물의 정면을 뜻하는 불어라는 사실을 모르면 무슨 소리인지 알 리 없다. 또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프랙털 거북선'을 이순신 동상 앞에 설치해 전시하고 있다. 프랙털(fractal)이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뜻한단다. 사전적 해설을 들어야 알 수 있으니 서울 시민하기도 어렵다. 이 축제에도 16억7000만 원을 썼다고 한다.

서울시청이 이렇게 지난 3년간 빛의 잔치를 벌이느라 43억4400만 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예산 집행액이다. 여기에다 백화점, 호텔, 은행 등 대형건물들이 연말에 야간 옥외 조명을 위해 쓴 돈까지 합치면 그 비용은 훨씬 클 것이다. 서울시가 빛의 거리를 조성한다며 민간 기업에 참여를 독려했으니 하는 말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많은 시민들이 공포에 떨던 2008년에도 야간 조명을 조성하도록 당부했다. 참여를 독려하려고 예산 1억4500만 원을 들여 우수업체 20곳을 선정해 500만 원씩 상금으로 줬다.

녹색 성장 비웃는 서울시의 빛잔치

서울시는 빛의 거리, 빛의 도시를 만든다며 도심의 가로수마다 전깃줄로 꽁꽁 동여매고 거기에다 전등이나 점멸등을 매달아 서울의 밤을 밝힌다. 인공 빛이 밤을 밝히고 전구가 열을 발산하니 나무인들 겨울잠을 잘 수 없을 테니 생육 장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연말 행사라도 1월 중순쯤에는 끝나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2월 들어 열흘이 넘었지만 태평로-세종로를 잇는 서울 도심의 밤은 가로수 조명등으로 어둠을 모른다. 아직 찬바람이 부나 지난 2월 4일이 입춘이니 절기로는 봄이다. 계절이 바뀌나 서울의 밤은 백야를 연출하며 겨울밤을 예찬하는 모습이다.

경제난, 생활고에 찌든 서울 시민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겨울 내내 빛의 축제를 즐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 장의 연탄이 아쉽고 냉바닥에 사지를 덥힐 전기장판을 쓰는 게 아까운 이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시민들은 전기 값 아낀다고 한 등이라도 더 끄려고 애쓰고 안 쓰는 플러그를 뽑지만 돈도 전기도 아까운 줄 모르는 서울 도심의 옥외 조명은 밤새 눈이 부시도록 밝다. 전력사용량 최고치 수립은 이제까지 한 여름 무더위가 심할 때 일어났다. 냉방기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전력사용량 최고치를 연이어 갱신했다. 혹한에다 폭설 때문일 테지만 빛의 축제 같은 전기 낭비 심한 행사가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이러니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나 보다.

청와대는 녹색 성장을 이룩하려고 골똘하고 있다고 한다. 녹색 성장은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통해 온실 기체 배출을 줄이면서 경제 성장을 모도하는 일이다. 이것은 지구인의 과제다. 그런데 서울시는 웬일인지 해마다 찬란한 빛의 축제를 벌이며 녹색 성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밤마다 전기 낭비, 예산 낭비를 일삼는다. 그것도 서울광장, 청계천광장,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의 소통은 틀어막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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