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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제주 강정마을 다큐 불방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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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제주 강정마을 다큐 불방 조치

담당 PD "정치적 해석 답답할 따름…살리려 노력할 것"

EBS가 20일 방송 예정이었던 <지식채널e>의 '구럼비' 편을 공정성 부족을 이유로 불방시켰다. <EBS 기획특강> '중용, 인간의 맛'에서 도올 김용옥의 하차 논란이 일어난 데 이어, 상대적으로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EBS에서 또 다시 잡음이 일어난 것이다. 담당 PD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방송이 나가기 직전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한 김한중 PD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식채널e> '구럼비' 편이 심의 결과 방송부적합으로 결정돼 불방"됐다며 "제작과정에서 도움을 주셨던 분들과 방송을 기다리실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구럼비' 편은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과 국방부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제주도 강정마을의 상징인 구럼비 바위를 다뤘다. 제작진은 "정치적 고려는 없었고 강정마을 사태를 직접 다룬 것도 아니"라며 구럼비 바위에 얽힌 전설과 이 바위의 지질학적 가치 등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방송 프로그램은 완성 후 사전심의를 받게 돼 있다. '구럼비' 편은 지난 17일 사전심의를 받았고, '방송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제작진은 이에 불복해 특별심의를 요청했으나, 방송 당일인 지난 20일 특별심의에서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인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EBS 측은 21일 "우리 사회의 대립적인 모습에 대해 일방적으로 한쪽의 주장을 담아 객관성이 결여됐다"며 "<지식채널e>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공정성 부분에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의 이런 입장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김 PD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는데, 받아들이는 분이 정치적으로 해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단 상자 기사 참고)


▲강정마을 앞바다에 위치한 구럼비. ⓒ프레시안(최형락)

초유의 사태에 EBS 노조와 PD협회도 곧바로 성명을 내 강경하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불방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20일 EBS 노조는 성명을 내 이번 사태가 "정치적 현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EBS마저도 정치적 심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며 "본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방송함으로써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심의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제작 프로그램과의 적합성을 심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EBS심의실이 개별 프로그램 아이템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까지도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며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편파적 심의 및 징계와도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대하게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김한중 PD와의 일문일답.

-불방이 된 후 어떤 조치를 취했나?
"노조 성명서가 나갔고, PD협회의 긴급운영위원회도 방금 열렸다. 초유의 상황이어서 대응의 전례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어떻게든 '구럼비' 편을 살려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심경이 어떤가?
"제작자 입장에서 많이 괴롭다. 애써 만든 프로그램이 빛도 보지 못하고 죽는 상황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제작진은 정치적인 고려를 한 적이 없고, 그런 걸 할 필요도 없다. 오직 상식과 원칙에 따라 진행했는데 받아들이는 분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사측은 '일방적으로 한쪽의 입장을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이 아이템은 해군기지 문제의 찬반을 다루지 않았다. 구럼비 바위에 대해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데, 이 바위가 지질학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얽힌 설화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리는 게 방송 내용의 대부분이다. 프로그램 말미에야 공사현장이 비춰지는 정도다. 충분히 <지식채널e>가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주로 보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식채널e>는 제작자가 주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우리는 개방적인 구성 방법을 취한다. 일선 학교에서 교재로 많이 활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방송을 보고 자연스럽게 찬반토론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도 그와 같다. 투명한 과정의 토론이 벌어지고 자유로운 찬반논란이 일어나는 게 건강한 민주주의의 과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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