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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최악의 경우 도쿄도 '무인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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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쿠시마 최악의 경우 도쿄도 '무인 지대'"

[인터뷰] 고이데 히로아키 日 교토 대학 원자로실험연구소 연구원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지진 이후 불과 나흘 동안,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두 차례에 걸친 수소 폭발이 이어졌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과 화재가 잇따랐다. 이 기간 동안 일본 정부와 미디어는 한결같이, 주변 지역 방사능 오염 정도로는 "당장은 유해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일본 정부는 1주일째가 되던 3월 17일, 발전소에서 20~30킬로미터(㎞) 내의 지역 주민에게 옥내 피난을 권유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자연 상태에서 1년 동안 입는 방사선량과 비교하면 전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주민들의 안심을 유도했다. 그 후 일본 TV에서는 점점 원자력 발전소 뉴스가 줄고 상업 광고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보다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계획 정전'에 더 쏠렸다. 연일 지진 해일(쓰나미) 복구를 위한 현지 주민과 봉사 활동 참가자의 감동에 겨운 미담들이 이어졌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상황이 나아졌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정확히 한 달 째 되는 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레벨 7'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자 회견이 있었다. 더불어 누가 들어도 그 의미를 선뜻 파악하기 힘든 '계획 피난 구역', '긴급 시 피난 준비 구역'이라는 구역을 정하더니, 3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지역 주민에게 반 강제적으로 장기 피난을 지시했다.

그 마을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체르노빌 전문가라는 의사가 파견되어 "웃지 않는 사람이 방사능에 더 쉽게 오염 된다"라는 농담을 하며, "방사능 오염 정도가 전혀 문제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주민 강연을 하던 곳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와 TV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

정부나 미디어(특히 TV)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진실을 전달하는 방법이 서툴러서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사실, 이 부분은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갸우뚱거리며 신뢰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백한 거짓말은 상실할 신뢰도 없다. 어차피 확연히 드러나는 거짓말을 신뢰를 지니고 듣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신뢰 상실은 상대방의 애매함과 불분명한 태도의 연속에서 비롯된다. 현재 일본 정부와 미디어, 위험을 팔아 번 돈으로 성장한 어용학자들이 그렇다.

평온한 일상이 계속될 때는 진실이 뭐고 거짓이 뭔지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진실과 거짓이 뒤엉켜 회색이 되어 있어도 삶이 그다지 혼란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사시 혹은 극한 상황에 부닥치면 사람들은 잠들어 있던 눈을 갑자기 뜨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삶 자체가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번 눈뜨기 시작한 '각성의 눈'은 깊고 빠르게 진행된다. 그리고 이 같은 경험을 축적해 온 인류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 씨는 교토 대학 원자로실험연구소의 연구원(조교)으로, 원자력 공학자다. 그가 40년 가까이 원자력 전문가로 대학에 종사해 왔음에도 왜 교수 자리를 얻지 못했는지는 인터뷰를 찬찬히 읽다 보면 추측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르네상스라고 일컬어질 만큼 원자력 추진파가 득세하고 대우받는 풍토 속에서 그는 단 한 번의 타협도 없이 40년 가까이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어떤 이는 하마터면 그는 원자력 세계의 '돈키호테'가 될 뻔 했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40년 동안 그가 해왔던 이야기들이 "방사능 대신 세상에 널리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지난 4월 11일, 교토 대학 원자력실험소에서 그를 만났다. 1시간 가까이 그와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5~7분 간격으로 전화벨이 울렸다.

일본 각지에서 인터뷰나 강연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지금에야 일본 사회가 선생님을 가장 필요로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자, 그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게 나았을 뻔 했습니다." 그가 '죽음의 재'를 설명 하는데 마침 그의 등 뒤 창밖으로 하얀 벚꽃이 눈발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고이데 히로아키는?

교토 대학 원자로실험연구소 연구원(조교). 1949년 도쿄 출생. 1972년 도호쿠 대학 공학부 원자핵공학과 졸업. 1974년 도호쿠대학 대학원 공학연구과 원자핵공학 전공 졸업. 1974년부터 현직에 종사. 이카타(伊方) 발전소 소송 주민 측 증인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방사능 오염의 현실을 넘어서>, <은폐되는 원자력 : 핵의 진실> 등이 있다.

고이데 히로아키 씨의 과거, 현재의 강연, 방송 등은 다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하지 않는다. 이곳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익명의 누리꾼이 만들었다. (☞바로 가기)

인터뷰를 진행한 전은이 씨는 고베대학교대학원 국제문화학연구과에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교토 대학 국제공동연구GCOE 연구원이다.

▲ 고이데 히로아키 도교 대학 원자력실험연구소 연구원(조교). ⓒ전은이

"후쿠시마 발전소, 최악의 사태 일보 직전"

전은이 :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고이데 : 지금은 장기적인 것을 염두에 두고 뭔가를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멈추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현재 원자로가 붕괴고 있거나 혹은 이미 붕괴되어 있다. 파국까지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태에서 파국에 이르지 않고 멈출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로라고 하는 것은 우라늄을 핵분열 시켜서 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우라늄이 타서 나오는 열을 물에 옮기고 그 물을 증발시켜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게 하는 구조다. 우라늄 핵분열이 계속되고 있는 한 물을 순환시켜서 열을 빼앗지 않으면 원자로가 고장을 일으키게 되다.

특히 우라늄이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라 해도 물을 순환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우라늄 핵분열이 일어나면 핵분열 생성물, 즉 '죽음의 재'라고 일컬어지는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핵분열 생성물은 스스로 발열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번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처럼 지진을 당하게 되면 원자로 안에 제어봉을 넣어서 우라늄의 핵분열을 정지시키도록 되어 있다. 이 일은 비교적 간단한 작업으로 이번에 이 일은 성공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자로 안에 대량의 핵분열 생성물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발열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열을 냉각시키지 않으면 원자로가 녹아내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원자로의 숙명이다.

이번 사고는 지진만이 아니라 지진 해일 습격을 받아서 펌프가 수몰되고 모든 전원이 차단되어 물을 순환시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원자로 안에서는 핵분열 생성물이 계속 열을 발생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원자로가 녹아버린 것이다. 다만 전원이 차단된 후 도쿄전력은 소방 펌프차를 끌어와 원자로 안에 물을 주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원자로 전체가 녹아내리는 사태는 겨우 막아낸 상황이라고 본다. 원자로 전체가 녹아 버리면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방사능이 나와서 오염이 확대 되므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어떻게 해서든 막아내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전은이 : 원자로가 녹아내려 폭발하는 상황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고이데 : 원자로 내부에는 직경 1센티미터(㎝)에 길이가 4미터(m) 되는 긴 봉이 들어 있다. 가정에서 빨래를 너는 데 사용하는 바지랑대와 비슷하다. 그 봉의 내부는 비어 있으며 그곳에 우라늄을 구워 고체화시킨 펠릿(pellet)이라는 알갱이가 들어 있다. 직경 1센티미터, 높이 1센티미터 정도의 크기로 봉의 빈 공간에 400개 정도가 가득 차 있다.

이것을 우리는 연료봉이라고 한다. 이 연료봉은 지르코늄이라는 금속으로 만들어진다. 이 지르코늄이 제대로 냉각되지 않아, 850도를 넘게 되면 주위의 물과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반응 시에 수소가 발생한다. 이는 발열 반응이므로 한번 반응을 시작하면 온도가 점점 주변에도 전달되어 더욱 강한 반응이 진행된다.

원자로 안에서 일어난 이 반응으로 대량의 수소가 발생했고 어느 시점에선가 그것이 폭발하여 원자로를 감싸고 있던 외벽 건물을 날려 버린 것이다.

연료봉은 원자로 압력 용기라는 강철로 된 용기 속에 들어 있다. 두께가 16센티미터 정도가 되는 엄청난 용기지만 용기 일부가 이미 손상되었다. 그 용기 속에서 수소가 누출된 것이다. 압력 용기는 원자로 격납 용기라고 하는 더 큰 용기 속에 들어 있다. 격납 용기 설계 내압은 4기압밖에 되지 않음에도 점점 열이 발생하는 바람에 냉각을 위해 물을 주입했고 그로 인해 증기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격납 용기 내부는 8기압을 넘어 섰으며 언제 손상되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 때 달리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도쿄전력은 격납 용기 속에 들어 있던 증기와 수소, 그리고 방사능을 밸브를 열어 밖으로 버리는 작업을 했다. 바로 그 때 일부 수소가 격납 용기를 에워싸고 있던 건물로 누출되어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실은 그 밖에도 여러 누출 가능한 경로가 있을 수 있다. 격납 용기 제일 윗부분 뚜껑은 볼트로 조여져 있다. 설계 내압을 뛰어넘은 8기압 상태였으므로 그 볼트를 조인 부분에서 누출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되었든, 수소가 누출되어 폭발함으로써 건물이 날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이 이야기하는 연료봉의 70%가 손상되었다는 뜻은 이 지르코늄이라는 연료봉 피복관이 이미 70% 정도 물과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지르코늄 금속 속에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라늄을 구워 고체화시킨 알갱이 형태의 펠릿이 들어 있다. 이것들은 온도가 2800도 정도 되지 않으면 녹지 않는다. 나는 지르코늄 피복관이 반응을 일으켜 그 형태가 거의 사라졌다고 추측한다.

도쿄전력은 70%라고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 금속이 사라지고 있는 상태라면 그 속에 채워 두었던 알갱이 형태의 고체 우라늄은 산산이 흩어져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 녹아내린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 밑에서 쌓이고 있는 일부만 녹았을 것이다. 그것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플루토늄은 휘발성이 없을 뿐더러 물에도 거의 녹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우라늄 펠릿 자체가 녹았다고 가정하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일부 펠릿이 녹은 것은 확실하지만 전체의 펠릿이 녹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만약 전체의 펠릿이 녹아버리면 내가 우려해 왔던 최악의 시나리오로 향하게 될 것이다.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서 원자로의 압력 용기가 파손되고 밖에 있는 원자로 격납 용기까지 파손되는 사태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같은 상황이 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아내야 한다.

전은이 : 2~3일 전에 1호기 격납 용기의 방사선량이 갑자기 치솟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고이데 : 그렇다. 1호기 격납 용기의 방산선량이 3배 정도 치솟았다. 원자로 내의 온도와 압력의 변화를 살펴보니 동시에 올라가 있었다. 이는 재임계 상태가 되어 원자로 내에서 열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핵분열 생성물이 발생하여 이미 파손된 압력 용기에서 격납 용기로 누출되어 방사선량이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판단일 것이다.

전은이 : 재임계 상태가 되면 폭발로 이어지는 것인가?

고이데 : 재임계(再臨界) 상태가 되면 반드시 원자로가 폭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히로시마 원폭의 원리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한쪽에 우라늄 고체가 있다. 우라늄 고체 상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한쪽에도 우라늄 고체가 있다. 역시 그 상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폭탄 형태로 있을 뿐이다.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서 양쪽 우라늄을 화약의 힘으로 한 곳에 모이게 만든다. 우라늄이란 따로 따로 놓아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나 한 장소에 모으면 폭발을 하는 물질이다. 우리는 그 상태를 임계라고 한다. 즉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는 상태다. 임계가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일정의 체적 속에 일정량 이상의 우라늄을 모으도록 하면 된다.

원자로는 임계가 일어나도록 설계를 해서 그 임계 상태를 이용해 열을 얻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어봉을 넣어서 임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상황으로 그 제어봉은 중성자를 흡수하기 쉬운 물질로 되어 있다.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데는 중성자라는 물질 즉 소립자(素粒子)가 필요한데 제어봉이 중성자를 흡수해버리는 것이다. 이렇듯 중성자가 사라짐으로써 핵분열 반응을 멈추게 된다.

지금 원자로의 노심 속에는 피복관이고 뭐고 다 없어져 버리고 흐물흐물 부서져 내리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한곳에 집적되면 그곳에서 다시 한 번 핵분열 반응이 시작되는 조건, 나는 이와 같은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어쩌면 지금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다.

그 경우 거기서 열이 발생하고 열이 발생하면 대개는 팽창하게 된다. 그러면 한 곳에 모여 있던 것들이 다시 비산(飛散)하므로 곧 바로 임계 상태가 수습되는 것이다. 우라늄이 모여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으나 그 장소가 팽창되어 주위로 퍼져 버리면 임계 상태가 아닌 것이 된다. 이 경우 열 발생도 수습된다.

그런 식으로 임계 상태에서 바로 임계가 아닌 상태가 되고 다시 임계가 되는 형태가 반복된다. 내 이미지로는 폭발이 아니라 부지직부지직 타들어가고 있는 상태라고 여겨진다. 이 상태에서 열과 핵분열 생성물인 방사성 물질이 나오게 된다. 열이 발생한다는 것은 원자로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뜻이고 동시에 연료가 녹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적어도 임계 상태까지는 아니며 냉각을 위해 밖에서 물을 주입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임계가 시작되어 열이 나오게 되면 온도가 올라가 녹아내리게 되므로 그 같은 경우에는 물의 양을 늘려서 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계 상태가 되면 손상된 압력 용기, 격납 용기를 통해 핵분열 생성물인 방사성 독성 물질이 새나오게 된다. 물론 이 상태에 도달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

전은이 : 그 임계 상태가 폭발로 이어지기도 하는가?

고이데 : 열이 발생하면 녹는 현상이 일어난다. 녹아내린 덩어리들이 밑으로 낙하하는 것을 노심 용해(melt down)이라고 한다. 그 멜트 다운 덩어리가 만약 강철의 압력 용기 속 밑에 물이 남아 있어 그 물 속으로 낙하를 하게 되면 거기서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파국 상태에 이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해서든 녹지 않도록 물을 주입하고 있는 상황으로 만약 임계 상태에 이르게 되면 냉각시키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므로 어찌되었든 임계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액체 질소나 드라이아이스 주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는데 결국은 물이 최선이다. 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열(比熱)이 높다. 즉 냉각 능력이 높다는 뜻이다.

"최악의 사태 대비한 대피 시나리오 마련해야"

ⓒ전은이
전은이 : 지금에야 계획 피난 구역이니 긴급 시 피난 준비 구역 등을 새로이 설정해 더욱 적극적으로 피난 유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런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바라지 않고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 역시 그런 상황이 되기를 바라지 않겠지만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단언할 수는 없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취하는 조치라고 보아도 되겠다. 왜냐하면 이미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손을 쓰려고 하면 너무 늦기 때문이다. 나는 애초부터 가능성이 남아 있는 일에 대해서는 미리 대처를 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으며 정부 측도 이제야 그 방향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다.

전은이 : 하지만 일본 정부나 TV에서는 고이데 씨와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안전하다, 괜찮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해 왔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에야 애매한 용어를 사용해 피난 구역을 확대하고, 갑자기 마을을 버리고 떠나라고 하니 사람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한다.

고이데 :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정보를 제공해 왔다. 늘 낙관적인 정보만을 내보내면서 "안심하라, 안심하라"는 식으로 말해 왔으나 나는 방재(防災)라는 것은 절대 그런 자세로 임해서는 안 되며, 나쁜 쪽을 상정하며 대책을 세워나가야 하는 게 진정한 방재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전은이 : 최악의 상황을 상정했을 때 어느 정도 범위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는가?

고이데 : 내가 우려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1986년 4월 26일 구 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동급, 혹은 그보다 웃도는 규모의 사고가 될 거라고 본다. 당시 구 소련 정부는 사고 직후 주변 30킬로미터의 주민 13만5000명을 버스에 태워 강제 피난시키고 그곳을 무인 지대로 만들었다.

그때부터 소련 정부의 고투가 시작되었는데, 얼마 후 원자력 발전소에서 200~30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맹렬한 오염 지대가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원자로 안에 방치되어 있던 방사능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데 방사능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던 중 비가 내린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부세 마스지(井伏鱒二) 씨가 <검은 비>라는 소설을 쓴 적이 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져 버섯구름이 피어올랐을 때 그 구름 속에서 내린 비가 히로시마의 하얀 흙벽으로 흩뿌리자 검은 선을 남겼다. 그것은 빗속에 '죽음의 재'가 가득 들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비를 맞은 많은 사람들이 피폭을 당했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그와 똑같은 현상이 체르노빌에서도 일어나 200~30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서도 농밀한 오염 지역이 생기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소련 정부는 다시 수십만 명을 강제 피난시켜 그곳을 무인 지대로 만들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주변 오염 지대가 그보다 더 확대되어 있었다. 일본 법률을 따르자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바람 부는 방향에 놓여 있던 700킬로미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방사선 관리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여러분은 방사선 관리 구역이라고 하면 잘 감이 안 오겠지만, 나는 이곳의 원자로실험소에서 원자로나 방사능을 대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곳은 연구실이라서 오염된 곳도 아니고 방사능을 취급해서는 안 되는 곳으로 특별한 곳에서만 방사능을 취급해야 하는데 그곳을 방사선 관리 구역이라고 한다. 그곳에서는 물을 마셔도 안 되고 먹을 것을 먹어서도 안 된다. 잠을 자서도 안 되며, 물론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서도 안 된다. 그곳은 나처럼 특수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일을 하기 위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일반인이 방사선 관리 구역과 같은 곳을 접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유일하게 병원의 X선 촬영실이나 CT 촬영실뿐이다. 그곳에 가면 문에 "관계자 이외의 무단출입 금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의사에게 알릴 것" 등과 같은 안내문이 쓰여 있다. 바로 그런 곳을 방사선 관리 구역이라고 하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경우 발전소에서 700킬로미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방사선 관리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오염이 확산되었다. 즉 그곳도 무인 지대를 만들어야 할 지역이었다. 그 면적은 전부 14만5000제곱킬로미터. 일본 전체는 37만8000제곱킬로미터이며, 본주(本州)는 24만 제곱킬로미터인데 이는 본주의 약 60%라는 광대한 영역이다.

물론 소련도 그렇게까지 지정할 수는 없었으므로 지금도 방사선 관리 구역으로 지정되어야 할 구역에서 600만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우려하고 있는 일이 혹시라도 후쿠시마에서 일어난다면 바람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본 본주의 몇 퍼센트인가는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

후쿠시마에서 단 1기라도 폭발을 일으키면 발전소 주변에 사람이 남아 있을 수 없게 된다. 현재 어떻게 해서든 그와 같은 파국을 막아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본다. 하나가 폭발하면 다른 원자력 발전소를 통제하는 작업들조차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므로 다른 것들도 연이어 폭발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처음 하나를 파국에 도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냉각시키는 일이다.

"일본 정부, 대혼란 막고자 정보 차단"

전은이 : 이 같은 유사시에는 바른 인식을 지닌 코이데 씨와 같은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을 모아 후쿠시마 현장을 돌아보거나 혹은 대책을 강구하도록 의견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고이데 : 나는 국가가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 안으로 절대 들여 보내주지 않는다. 원자로 전문가이긴 하지만 원자력을 반대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실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후쿠시마 현장 사람들이지 내가 아니다.

물론 이곳에서 원자로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들이 나서서 최선을 다해 움직여야 한다. 이럴 때 외부 전문가들이 현장에 관여한다 한들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이렇지 않을까" 하고 피력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후쿠시마의 전문가들도 모두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본다.

이럴 경우 현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게 되면 혼란과 패닉을 부채질한다고 판단해 될 수 있는 한 "안전하다, 안심해도 된다"는 식의 정보만을 제공해 오고 있다.

전은이 : 그렇게 하면 오히려 혼란스럽고 더욱 의심을 하게 되지 않을까?

고이데 : 그렇다. 패닉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상 제대로 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해 왔으나 안타깝게도 지금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전은이 : 처음 지진과 지진 해일 당시에는 한국에서 일본 국민의 침착한 대응에 감동하고 전 국민적인 지원과 응원이 있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처하는 일본 정부와 미디어 그리고 그와 같은 정부나 미디어에 대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는 일본 국민들의 태도에 대해서 점점 불만을 토로하고 분노하는 분위기조차 있다.

고이데 : 일본 국민들의 국가나 정부에 대해 순응적인 태도는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역사에 대해서 그리 아는 바가 없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오카미(お上 :주군. 정부. 국가)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의식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 왔다. 권력을 지닌 오카미 쪽에서 보면 백성이 "따르도록 할뿐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民可使由之 不可使知之)"는 대원칙이 있어 정보는 내놓지 않고 그저 위정자가 하는 일에 다들 따르도록 하면 된다는 식의 통치 방법이 역사 속에서 실시되어 왔기 때문에 이것이 쉽게 바뀌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전은이 : 시민 단체나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이들이 그 위험성을 호소하고 반대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거대한 이익을 앞세운 전 국민적 홍보 전략 등에 의해 원자력 발전소의 필요성을 무의식적으로 체득해 버린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고이데 : 만약 그런 전달 방식이 있다면 내가 나서서 그렇게 하고 싶다. 지금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눈앞에서 일어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나는 이 같은 사고를 눈앞에서 경험했다면 일단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즉각적으로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본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 대부분은 "전기가 모자라면 곤란하다" "그러니까 원자력 발전소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한국은 일본과 비교해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으나 지금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 발전소 판매를 성공시킨 것을 국민들이 기뻐했다고 하는데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도 베트남 원자력 발전소 판매를 거의 성공하다시피 해 크게 기뻐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물거품이 될 거라고 본다. 나는 "거 봐라. 결국 그렇게 될 것을…"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쉬워하는 일본 국민들도 많지 않을까.

나는 지금까지 원자력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을 지니고 있는지 어떻게 해서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충분히 그리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현재 피난해 있는 후쿠시마 현지 사람들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를 받아들이는데 찬성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말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에 비해 다른 일본인들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예전처럼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심각한 사고를 생각하면 "그깟 것 전기 정도 가지고…"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말이다.

"후쿠시마 사고, 원자력 발전소 그 자체가 문제다"

전은이 : 이번 사고는 운용의 실수 등에 의한 인재로, 원자력 발전소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이데 : 무슨 말을! 원자력 발전소 그 자체가 문제다. 지진이나 지진 해일 등의 재해로 비롯되었으나 재해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에 원자력 발전소라는 위험한 기계 장치를 세운 것도 인간이다. 그렇게 큰 지진이나 지진 해일이 오지 않을 거라고 무시해 버린 것이다. 일본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는가.

또 기계는 고장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각오를 지녀야 함이 당연한데, 이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원자력 발전소만은 절대 안전하다고 한결같이 주장해 온 것이 이번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지진과 지진 해일로 유발된 사고이기는 하나 그런 일이 없었다 해도 기계이기 때문에 다른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아주 특별한 원인이 작용하지 않아도 다른 종류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미치는 영향력과 그 파급력은 화력 발전소 같은 것과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인간은 원자력 발전소를 지녀서는 안 된다는 나의 생각은 확고하다.

하지만 내가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하는 더 근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겠다.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곳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다. 전력 회사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후쿠시마에 있으므로 원래는 도호쿠전력의 급전(給電) 범위이자 책임 영역이다. 그런데 왜 그곳에 도쿄전력의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진 것일까.

2007년 츄에츠(中越) 지진을 당한 가시와자키 기리와 원자력 발전소도 니가타 현에 있다. 그곳 역시 도쿄전력과 관계 없는 곳임에도 도쿄전력의 발전소가 세워졌다. 왜 그런 곳들에 도쿄전력의 발전소가 세워져 왔는지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도쿄전력은 수많은 화력 발전소를 지니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도쿄 만에 늘어서 있다.

하네다 공항 주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도쿄 만에 화력 발전소가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기를 일으켜 사용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소비지와 가까운 곳이 가장 좋다. 그렇게 하면 송전선도 적게 들고 송전선이 짧으면 도중 전기 손실도 적을 것이므로 도쿄 만에 세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원자력 발전소만은 도쿄에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자기들과 전혀 관계없는 도호쿠전력의 급전 범위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고 기나긴 송전선을 이용해 송전을 하고 있다. 그것은 원자력 발전소가 그 정도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렇게 해왔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이런 자세를 도무지 용서할 수 없다. 자신들의 전기가 필요해 어떻게 해서든 그 위험도 동시에 수용해 도쿄 만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운다고 하면 그나마 받아들일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들이 사용할 전기를 위해서 위험은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그런 식의 태도를 나는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은이 : '원자력 마피아'라고 일컬어지는 원자력 발전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거대 구조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정치권, 기업, 학자나 문화인, 미디어가 그 구조 속에 하나가 되어 있다는 비판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고이데 :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내가 먼저 나서서 하겠다. 나도 그 방법을 잘 몰라 초조하고 안타까운 것이다. 여러분이 뭔가를 알게 되어 내게 조금이라도 가르쳐 준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겠다. 또 여러분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여기면 여러분들도 적극적인 행동으로 펼쳐나가 주시길 바란다.

나는 원자력이라는 장(場)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원자력이 어떻게 위험하며 기술적 과학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알려 나가는 것이 나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또 앞으로도 그런 자세로 활동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아까도 설명했듯이 내가 원자력을 반대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행위 그 자체를 결코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예들은 딱히 원자력이라는 장만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려 있다.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불이익에 빠뜨리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일들. 여러분들이 이런 것들에 반대하며 자신의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행동해 나간다면 그 또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도 결국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런 인식과 행동들을 모두 끌어 모아 서로 다양한 움직임과 방법을 전개해 나간다면 그것들을 무너뜨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형 원자로 안전하지 않다"

전은이 :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자 한국에서 "우리는 일본과는 다른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기 때문에 안전하다" 식의 이야기들이 대두되었다. '~형'이니까 안전하다는 말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과연 성립될 수 있는가?

고이데 : '~형'이니까 안전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다 똑같다. 예를 들어,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일본에서 여러 말들이 있었는데 그 때 도쿄전력은 스리마일 섬은 가압 경수로(PWR)이지만 자신들은 비등형 경수로(BWR)이기 때문에 관계없다고 했다.

간사이전력은 자신들은 같은 가압 경수로이지만 스리마일 섬을 만든 기업은 CE (Combustion Engineering Inc.)고 자신들은 WH(Westinghouse Electric Corp.)기 때문에 관계없다고 했다. 종국에 가서는 미국의 발전 회사는 소규모로 원자로 하나 둘을 지니고 있거나 화력 발전소 혹은 수력 발전소를 몇 개 지닌 작은 전력 회사가 많으므로 자금력도 없고 기술도 뒤떨어진다는 말까지 나왔다.

게다가 나쁜 표현이지만 흑인들을 고용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전력 회사는 질이 낮지만 일본인은 우수하고 전력 회사 규모 또한 거대하기 때문에 자금력도 충분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스리마을 섬 원자력 사고를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 직후 일본 원자력산업회의가 소련의 원자력 발전소를 시찰했는데 원자력을 최초 가동시킨 나라인 만큼 "오랜 역사를 거쳐 광대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원자력 발전을 착착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 아주 훌륭하다고 감격해했다.

소련은 흑연 감속로(RBMK)라는 또 다른 원자로 형태인데, 일본에서 제일 처음 가동시킨 도카이 원자력 발전소와 일부 닮은 점이 있었다. 귀국 후 시찰단은 도카이 1호 발전소와 RBMK형의 레닌그라드 원자력 발전소와 자매결연을 맺게 해달라고 소련 측에 제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RBMK형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자, "러시아는 바보다. 우리 일본은 RBMK형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사람이 그들의 행태를 볼 때 "제발 작작 좀 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형태가 아무리 다르다 해도 예를 들어 일본 자동차라 해도 그게 도요타건 닛산이건 사고는 일어날 수 있으며, 사고는 덤프카건 미니 바이크건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세상 그 어떤 기계도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작고 취약한 전력 회사이기 때문에 사고를 일으켰다고 한다면 도쿄전력은 세계 최대의 원자력 발전소 보유 회사가 아닌가. 그런 회사가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기계에는 반드시 사고 가능성이 따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만약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라는 것이 있다고 해도 그 또한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 일본 역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며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오늘날과 같은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는가.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각오는 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계는 사고가 따른다는 상정 하에 그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해야 한다.

ⓒ뉴시스=로이터

"최악의 상황에서는 오사카도 안전지대 아니다"

전은이 : 석관으로 처리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고이데 : 석관 처리 문제는 한참 뒤의 이야기이다. 먼저 일단은 냉각시키기 위해 원자로 안에 물을 주입시켜야 한다. 물을 계속 주입하면 당연히 물이 넘쳐 흘러내리므로 그 물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것이 곤란해져서 비교적 방사성 물질이 적게 포함된 오염수를 바다로 폐기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한국 등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냉각 상태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을 세운다 해도 물은 흘러넘치게 되어 있으므로 물을 밖에서 주입해 밖으로 폐기하는 구조가 아닌 안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구조를 만들기에는 지금 너무나 상황이 안 좋다.

압력 용기가 이미 손상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일반적인 형태의 물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매우 특수한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면서 물을 순환시키는 회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같은 회로를 만들기 위해서 매우 많은 피폭을 감당해야 한다. 또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은이 : 만약 파국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오염 범위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지금 당장 일반인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고이데 : 파국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훨씬 광대한 영역으로 오염이 파급될 것이다. 체르노빌의 경우 바람 부는 방향의 700킬로미터까지 방사선 관리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안 될 양의 오염이 있었다고 이미 언급했다. 후쿠시마에서 여기까지(오사카) 거리다.

바람 방향에 따라서는 오사카도 포기하고 피난을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도쿄는 겨우 200킬로미터 거리다. 그 수도권에 3000만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곳을 무인 지대로 설정해야 할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과연 그게 가능할까. 그렇게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떻든 간에 아이들은 가장 먼저 피난을 시켜야 할 것이며, 앞으로 사고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각오만은 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사고 진전에 따라서 자신들이 살아온 익숙한 곳을 떠날 각오를 해두고 그렇게 될 경우 가지고 떠날 것들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정리를 해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해도 원자로가 녹지 않도록 앞으로 수개월에 걸친 시간을 들여 냉각시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파국에 이르지 않도록 어떻게 해서라도 제어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작업을 수개월 동안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 동안 방사능 누출은 계속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는 작업이 지속되는 한 후쿠시마 사람들의 피폭은 계속된다. 물론 발전소 노동자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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