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구성된 의회와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군부에 의해 무력화됐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겨냥해 "48시간 내로 정치권이 상황을 해결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군부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30분(한국 시간 11시30분)이라는 시한이 넘어서자마자 대통령을 모처에 연금하고, 헌법을 중단시켰다.
▲'종교 독재' 1년만에 군부에 위해 축출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AP=연합 |
독재정권 붕괴가 '내전'으로 연결되나
군부는 '무혈 쿠데타'를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구 6분의 1에 해당하는 1400여만명이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벌이면서 친정부 시위대와 격렬한 충돌이 벌어져 2일 밤부터 3일 오후까지 하룻동안에만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했다.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6월30일부터 지금까지 39명이 숨진 '유혈사태'의 결과가 군부의 전면 재등장이다.
민주적인 선거로 대통령이 됐다고 하지만, 최대 종교조직 무슬림형제단의 조종을 받는 무르시는 '종교독재'를 하다가 취임 1년만에 실각했다. 2년 동안 이집트는 '군부독재'에서 '종교독재'로 독재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은 이집트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을 받을까봐 '쿠데타' 등의 표현은 자제하며 군부의 신속한 민정 이양을 촉구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집트 군부가 민주적인 민간 정부에 권력을 지체없이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군부는 아딜 만수르 헌법재판소장을 대통령 대행으로 임명한 뒤 조기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부 개입으로 민주적 선거가 중단된 이후 10여년의 내전에 휘말리며 수십만명의 희생된 알제리 사태가 이집트에서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는 군부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과 '종교 독재'를 꿈꾸는 세력, 진정한 민주적 개혁을 원하는 자유진영 등으로 갈갈이 찢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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