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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첫 번째 대미 외교가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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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첫 번째 대미 외교가 보여주는 것

[기고] '의제 집중' 돋보이는 북미 합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지 2개월 만에 체제 안정화의 시련에 직면한 김정은 외교의 첫 번째 대상국은 역시 중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북한은 29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3차 북미대화(23~24일 중국 베이징) 결과에 기초한 북미 합의내용을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우리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조미 고위급 회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을 임시 중지하고 농축활동 임시 중지에 대한 국제 원자력 기구의 감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에 24만t의 영양식품을 제공하고 추가적인 식량지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한 행정 실무적 조치들을 즉시 취하기로 했다."

북한은 또 "미국은 조선을 더 이상 적대시 하지 않고 자주권 존중과 평등정신에서 쌍무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재확인하였다"고 밝혔다. 미국무부는 "대북 영양식품 24만t 지원, 영양 지원 전달 과정에서 감시활동 강화, 추가 지원 논의, 문화 교육 체육 등 인적교류 확대 조치 의사 표명, 2005년 9월 공동 성명 이행 재확인, 1953년 휴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초석으로 인정"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미 양국이 동시 발표한 합의내용에 북측과 미국은 각각 자국의 외교적 실리와 협상 주도권이 될 만한 내용은 강조했지만, 자국에 불리한 외교적 이슈에 대해서는 서로 언급을 빠뜨렸거나 자제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북한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우리에 대한 제재해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미국무부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에 미국무부는 영변의 5MW 원자로와 관련 시설의 불능화도 합의 내용으로 언급했다고 강조했으며, 영양식품 제공과 관련해서는 "강화된 분배 모니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상의 북미 합의 내용을 보게 되면 첫째, 향후 김정은 체제의 북미관계가 어디로 갈 것 인지 둘째,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풍향은 어떻게 불 것인지 셋째, 얼음장 같은 남북관계의 수면 하에서도 북미관계는 얼마나 치밀한 대화를 지속해 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우선 큰 틀에서 보자면, 이번 북미합의가 이뤄진 전격적인 배경에는 북미 상호간의 절박한 필요성에 대한 임시적 비상조치성이 돋보인다. 의제 집중에 대한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란 측면이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10만 명이 넘는 탈북자를 속출시킨 김정은 체제로서는 내부 체제 안정화가 급선무였고, 2기 대통령 당선을 목표로 한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북한 핵문제 해결이 급선무였다. 김정은 체제 안정화를 위해서는 식량이 필요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서는 북핵 상황 악화를 막는 것이 우선이었으며, 그 핵심은 바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중단이었다.

그러나 북미 양국의 합의 내용 중 북측이 발표한 내용문의 행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북미 양국합의문이 얼마나 잠정적인 합의인지를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북측은 이번 회담이 자신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미국의 요청에 의해서 이뤄진 회담이란 점을 공개했다. 이 부분은 향후 김정은 체제의 대미 외교 노선과 입장이 여전히 주체철학의 큰 원칙을 이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주체외교의 상징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북미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북한보다는 미국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 왔다는 점을 공표한 것이어서 이는 향후 북미회담의 진행을 관찰하고 분석하는데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북미회담은 미국이 더욱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북측의 발표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 혹은 "농축활동을 임시중지 하고", "추가적인 식량지원을 실현", "행정 실무적 조치들을 즉시 취하기로", "미국은 조선을 더 이상 적대시 하지 않고", "자주권 존중과 평등정신에서 쌍무관계를 개선"과 같은 사항들을 미국이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든지 이번 합의 내용이 깨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입장에서도 강성대국 진입 원년으로 선언한 4.15 태양절(김일성 주석의 100주년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통치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식량이 필요했고, 국제외교무대의 진출을 위해서는 북미관계의 정상화 노력이 필요했으며, 주변 정세의 안정을 요구하고 있는 대중외교의 안정화가 동시에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북미합의가 임시성과 미국의 대북식량 지원의 절차와 이행양식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무산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사항이 북미 모두에게 외교적 승리를 안겨준 윈-윈(win-win) 게임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합의문 내용의 발표에 있어서 북미 모두가 동시적 타임을 통해 했다는 점은 외교적 의전에서부터 국가대 국가의 상호성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데 북미 양국이 합의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둘째, 북미 양국간에 합의 도달이 어려운 이견 부분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줄이고,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 부분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을 키우는 소위 이중구동(異中求同)의 대화외교가 본격화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미국의 강압외교와 북한의 선군외교적 대결 마인드가 현격하게 완화된 반면,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양보를 통한 대화-타협-합의라는 보기 드문 선순환적 외교 카드가 작동했다는 점이다. 이는 김정은 체제의 대미외교의 첫 접근 방식 자체가 북미직접 채널을 통한 대화지향적이고 실용적이며 미국의 태도와 노력의 정도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까지도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외교적 당근을 미국측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2005년 9월 공동성명 이행을 재확인하고 1953년의 휴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초석으로 인정한다고 밝힘으로써,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서는 남북대화를 통한 새로운 평화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암시해 보이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이번 3차 북미회담의 합의를 통해 첫째,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내부체제 안정화를 꾀하고 둘째, 이번 회담을 디딤돌로 삼아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시키고 대북제재를 해제시키며 셋째, 민수용 핵에너지 이용권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장기적인 포석까지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구상이 한반도의 비핵화 수준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그것은 전적으로 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변경 가능성과 6자회담의 재개 여부 그리고 미국의 대북 경수로 제공문제와 대북제재 해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 태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를 좀 더 지켜 본 이후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3차 북미회담을 통해서 살펴 본 김정은 외교의 특징은 일단 대미 대화외교에 초점이 맞춰 졌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3차 북미회담의 결과를 보면서 김정은 부위원장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대화 의지의 메시지를 왜 6자회담 종주국이자 순망치한의 국교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편을 통해 미국에 간접 전달하지 않고 보다 직선코스인 북미직접 대화의 자리를 통해 담판 지었는가 하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 외교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고 김정은 체제의 대화외교를 적극 활용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길 강력히 권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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