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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카다피군 집단강간 주장, 증거 조작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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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카다피군 집단강간 주장, 증거 조작 가능성"

"불탄 탱크에서 나왔다는 '비아그라' 포장지가 멀쩡?"

나토(NATO)의 리비아 전쟁을 정당화하는 근거였던 '카다피군이 조직적으로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또 반군과의 전투에 아프리카 출신 용병을 고용했다거나 전투기를 동원했다는 주장도 신빙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4일 국제앰네스티(AI)와 휴먼라이트워치(HRW) 등의 단체들이 카다피군의 집단 성폭행 주장을 조사한 결과, 증거가 없거나 심지어 반군 측에서 허위증거를 조작해낸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앞서 19일에도 성폭행 주장의 진위가 의심된다는 내용의 칼럼을 인터넷판에 게재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불탄 탱크에서 발견했다는 비아그라 포장지, 그을린 자국도 없어"

지난 3개월간 리비아에서 체류한 엠네스티의 위기대응 전문가 도나텔라 로베라는 신문에 "성폭행 희생자도, 증거도, 희생자를 진료한 적이 있는 의사도 전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군에 체포된 성폭행 가담 용의자 2명은 앰네스티 조사단과의 면담에서 진술을 번복해 범행을 부인했다고 그는 전했다.

앰네스티는 또 반군이 카다피군의 조직적 성폭행 증거로 제시한 비아그라 포장지도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반군은 이 포장지가 나토의 공습으로 파괴된 카다피군 탱크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전혀 불에 그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집단 성폭행 피해자 147명과 면담을 했다며 조직적 강간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 가장 결정적인 증언을 한 정신과 의사는 '피해자들과 만나게 해달라'는 앰네스티의 요청을 거부했으며, 문서로 된 증빙 자료도 보내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여성인권 분야 책임자인 리젤 게른트홀츠 또한 이 단체가 자체적으로 수행한 조사에서도 집단 성폭행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다피군이 용병‧전투기 동원했다는 주장도 신빙성 의심"

또 앰네스티는 카다피군이 아프리카 중‧서부 출신의 용병들을 동원했다는 반군의 주장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로베라는 "반군이 기자들에게 보여준 '용병'들은 나중에 조용히 풀려났다"며 "그들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 출신 불법체류자들"이라고 말했다.

카다피군이 전투기나 대공무기를 동원해 반정부 시위 군중을 진압했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앰네스티는 밝혔다. 앰네스티는 시위대가 발견한 탄피는 이런 중화기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라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이나 이와 비슷한 소구경 화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다피 정권이 시위를 강경 진압했고 보안군의 발포로 시위대가 다수 사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멘이나 시리아처럼 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무차별 살상의 증거는 없었다고 신문은 결론지었다.

▲ 리비아에서는 지난 2월 첫 반정부 시위 이후 현재까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벵가지의 반정부 세력 간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리비아 반군들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서방 언론 보도, 일방적 논리에서 나온 것"

앰네스티와 HRW의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국제위기감시기구(International Crisis Group, ICG)가 내놓은 보고서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ICG는 보고서에서 카다피 정권이 반대 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한 역사가 있긴 하지만 대량 학살을 자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ICG는 "서방 언론의 보도는 매우 일방적인 논리에서 나온 것"이라며 반정부 시위는 매우 평화로운 것이었고 카다피군이 비무장한 이들을 학살한 것처럼 그려낸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실제로 벵가지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카다피 지지자들의 시체 8구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간 나토와 리비아 반군, 서방 매체들은 카다피군이 집단 성폭행과 민간인 학살 등 참혹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는 서방의 대(對) 리비아 군사작전에 대한 명분이 돼 왔다.

특히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석검사는 지난 8일 "카다피가 성폭행을 결정했다는 정보를 얻었다"며 리비아 정부가 비아그라 형태의 약품을 군인들에게 지급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또한 지난 16일 카다피군이 성폭행을 전쟁무기로 활용한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앰네스티와 HRW, ICG의 조사 결과는 이같은 기존 서방측의 입장과 충돌하는 것이어서 리비아 전쟁의 정당성에 다시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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