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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주도가 미군의 전초기지가 되면…

[정욱식의 '오, 평화'] 제주 해군기지, '유사시' 대비해 건설 중단해야

해군이 제주 강정마을에서 강행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와 해군은 공사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현지 주민대책위와 야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공사 취소나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다. 우선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대규모의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의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제주도를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를 본 따 '민군 복합관광미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된다.

또한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으며,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도 해준 곳이라는 점에서,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를 생태·환경·평화의 가치를 중심으로 세계적 관광지로 육성하려는 비전과 양립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와 해군은 '녹색·친환경 개발'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절차적 민주성까지 무시하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아울러 안보적 실효성도 논란거리이다. 해군측은 "제주 남방해역은 해저자원이 풍부하고 한반도의 핵심수송로로써 동북아의 거점도시로 성장하는 제주도와 국가안보전략 및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보호·관리되어야 하는 중요한 해역"이라고 주장하면서 "제주해군기지는 국가안보를 위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는 국책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해저자원 및 해상수송로 보호를 위해, 1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엄청난 사회적 갈등, 그리고 생태·환경의 훼손까지 감수하면서까지 '과연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공사를 시작했느니 중단할 수 없다'는 일방주의적 논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해군력을 거론하면서 이들 나라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이들 나라가 제주도를 포함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인과 중국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 나라의 위협을 이유로 대규모의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면, 그래서 상호간의 불신과 군비경쟁이 격화된다면, 일본인과 중국인이 제주도를 찾을 동기와 매력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한미 전략동맹'의 핵심적인 동기 가운데 하나가 중국 견제이고,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편입될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것은 중국과의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데 크나큰 장애물이 될 공산이 크다.

왜 미 해군의 전초기지가 될 수밖에 없는가?

필자는 제주해군기지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2003년부터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국 해군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의 문제의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욱 뚜렷해졌다. 이에 대한 논리적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미동맹의 구조적 문제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미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한국은 허여(許與)하고 미국은 수락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미국이 무기체계를 배치하는데 한국과 사전에 협의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한 실제로 사전협의 제도도 없다. 이와 관련해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2005년 7월 초, 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필자와 노무현 정부의 고위관계자 사이에 있었던 아래의 논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 고위관계자: "왜 시민단체는 자꾸 제주 해군기지를 미국의 MD하고 연관시킵니까?"

필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장착한 이지스함이 기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습니까?"

정부 고위관계자: "참여정부가 MD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정부를 그렇게 못 믿습니까?"

필자: "MD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정부가 MD 체계의 일부인 PAC-3 배치를 수용합니까?"

정부 고위관계자: "아니 미국이 자기들 기지에 배치하는 걸 어떻게 막습니까?"

필자: "그 말씀은 앞으로 제주해군기지에 미국이 이지스함을 정박시켜도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뜻 아닙니까? 한국은 미국에게 (한미상호조약에 따라) 일종의 전국토 공여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 관계자: "…."


둘째, 미국의 군사 전략 및 이명박 정부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변화상이다. 전략적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기로 한 미국은 해군력의 60%를 아-태 지역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항공모함 전단도 신속대응체제로 재편하고, MD의 핵심을 이지스함에 SM-3 계열의 미사일을 장착하는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로 삼고 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미국은 2010년까지 20척의 이지스함에 MD 능력을 탑재했고, 그 수를 계속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미국이 아-태 지역에 해군력을 증강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해군기지의 수요도 커질 것임을 예고해준다.

더구나 '한미동맹 강화'를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워온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전략동맹을 선언했고, 그 이면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아울러 MB 정부는 미국과 MD 협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 해상 MD 훈련을 실시한 바 있고, 공동연구 약정까지 체결했다. 또한 일본과도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협정 체결의 핵심 대상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라는 점에서 이는 곧 미국이 희망해온 한-미-일-호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MD체제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좁게는 한미간에, 넓게는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동맹 체제의 중요 기지가 될 공산이 커지게 되고, 그 핵심에는 MD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만든 조형물 ⓒ프레시안
셋째, 제주도가 지니고 있는 지리군사적 특징이다. 한국 해군은 "미국은 이미 대만으로부터 330해리 떨어진 일본의 오키나와에 기지를 확보하고 있고, 제주에서 대만까지 560해리임을 고려할 때"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오키나와에는 대부분 공군기지와 해병대 기지가 있지, 제주에 건설 중인 대규모의 해군기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오키나와 서남부에 위치한 나하항에는 3천톤 이상의 선박을 정박시킬 수 없고, 이마저도 미국은 2005년 10월 미군 재배치 합의에 따라 일본에게 돌려주기로 되어 있다. 쉽게 말해 오키나와에는 항공모함은 물론이고 이지스함도 정박시키기 어렵다.

반면, 제주해군기지는 6척의 구축함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 정박까지 가능한 규모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국은 중국 및 대만해협에서 가장 가깝고도 규모가 큰 이 해군기지를 이용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고,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을 고려할 때 한국이 이를 거부하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유사시'를 생각한다면

정부와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비롯한 군비증강을 합리화하기 위해 '유사시'를 거론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임무로 하는 정부와 군대가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유사시'가 모든 것을 합리화시켜줄 수는 없다. 여기에는 합리적인 설명과 대응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은 없으면서 막연히 안보 불안을 자극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제주도에 대한 '현존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가의 보도처럼 거론되는 것이 바로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철회되어야 한다. 안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 기지 건설을 강행하면,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들 수 있고, '유사시'에 한국이 휘말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이 연관될 동아시아에서의 '유사시'는 크게 두 가지를 상정해볼 수 있다. 하나는 한반도에서의 군사 충돌에 미국과 중국까지 가세하는 상황이고, 또 하나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군사 충돌이다. 여기서 제주해군기지의 위험성은 미-중간의 군사 충돌 발생시에 나타난다.

만약 제주해군기지가 미 해군의 발진지기나 중간기지로 이용되면, 한국은 중국에게 군사적 적대 행위를 한 셈이 되기 때문에, 제주도는 중국의 공격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중국은 군사적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대만해협을 봉쇄하고 한국 선박의 통과를 불허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한국의 해상수송로 안보는 직격탄을 맞게 되고 중국과의 전면 대결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미-중 간의 군사 충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미군의 제주해군기지 사용을 불허한다면, 한국은 한미동맹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위반했다고 할 것이고, 미국 국내에서는 '배은망덕'이라는 단어가 맹위를 떨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군당국이 안보에 보다 현명해져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사시'를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했다가 진짜 '유사시'가 오면 '휘말림'과 '버림받음'의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청난 딜레마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은 더 늦기 전에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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