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AP> 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그레고리 재코 위원장은 전날 미국 하원 에너지위원회 청문회에서 "후쿠시마 제1 원전 4호기 사용후 핵연료봉이 담긴 냉각수조에 물이 완전히 증발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그는 "연료봉이 노출돼 짧은 시간만 노출되도 치명적일 정도의 방사능이 방출되고 있으며, 복구 작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냉각수 완전 증발' 상태'로 판단한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에서 방사능이 담긴 흰색 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또한 <ABC> 방송은 "미국 관료들은 일본 정부가 24시간에서 48시간 내 사고 원전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현지에서 전해오는 소식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게 하고 있다.
<NHK> 방송은 "17일 오전 7시 30분 경 후쿠시마 제1원전 2,3,4호기에서 흰색 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흰색 증기는 방사성 물질이 담긴 냉각수가 계속 증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 정부는 현재 한 개의 원자로도 제대로 냉각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오전 9시 48분 흰색 증기가 분출하고 있는 3호기에 자위대 헬기가 동원돼 공중에서 바닷물을 쏟아붓는 작업에 돌입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방사능 유출이 멈출 정도로 성공적인 냉각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미국의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있는 6기의 원자로 중 2~3기는 대량의 방사능을 유출할 정도의 상당한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의 발표는 시간이 지나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총체적 불신을 사고 있다.
미국 정부,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Km 밖으로 대피하라"
미국 정부는 이날 새벽 주일 미국대사관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 이내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일본 정부가 반경 20㎞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대피, 20∼30㎞ 권역의 주민들에게는 실내 대피를 권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800명의 직원이 일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방사능 피폭 위험이 심각해지면서 지난 15일 73명만 남고 모두 철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원전 작업자의 연간 방사능 피폭 기준을 100밀리Sv에서 250밀리Sv로 상향 조정해 작업인원을 181명으로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일반인의 연간 방사능 피폭 허용치는 통상 1밀리Sv다.
하지만 전날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주변에서는 방사능이 한때 400밀리Sv에 도달하는 등 방사능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1인당 작업 허용시간이 짧아져 냉각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