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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의 '과녁 지도'가 애리조나의 불행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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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의 '과녁 지도'가 애리조나의 불행을 초래했다"

애리조나 총기 사건, 美극우 '치어리더' 페일린에 불똥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발생한 가브리엘 기퍼스 연방 하원 의원 피격 사건이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코너로 몰고 있다. 그가 작년 11월 중간선거 전 기퍼즈 의원 등 민주당 후보 20명의 지역구에 총기의 십자선 조준 마크를 붙인 미국 지도를 만들었던 일이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후 지난 2년 동안 미국 우파 논객들이 수많은 독설을 쏟아 내면서 상대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정치 문화가 형성된 것도 이번 사건의 주된 배경으로 꼽고 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이같은 지적에서도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2년간 그 누구보다 심한 독설을 퍼부으며 몸값을 올렸던 게 바로 페일린이었기 때문이다. 페일린은 특히 지난해 봄 건강보험 개혁법이 통과된 후 거친 언사를 쉼 없이 해댔다. 2008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그는 현재 미 극우파의 '치어리더'가 됐다.

"총알 장전하라"던 페일린 "사상자 위해 기도하겠다"

▲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뉴시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중간선거 전 '살생부' 지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후퇴하지 말고 총알을 장전하라(reload)"는 말을 남겼다. 그 후 기퍼즈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페일린의 타깃 리스트에 올라 있다"며 "그런 행동에는 대가가 따르리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실제로 기퍼즈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은 괴한이 던진 돌에 유리창이 깨지는 등 수차례의 협박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기퍼즈 의원을 겨냥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 연방판사 등 6명이 숨지고 기퍼즈 의원을 포함에 13명이 부상하는 참변을 당했다.

미국 언론들은 범인인 제러드 리 러프너가 페일린 전 주지사의 '지령'에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언론들은 러프너가 반(反)정부 메시지와 이민자들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동영상들을 인터넷에 올린 점으로 볼 때 정치적 테러일 가능성이 높으며, 페일린과 티파티 운동으로 대표되는 우파들의 선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데일리 비스트>는 9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벌써 사람들은 페일린의 '과녁 지도'가 애리조나의 불행을 조장했다며 그를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기퍼즈 의원과 같은 애리조나 출신 연방 하원 의원 라울 그리잘바 의원(민주당)은 "기퍼즈와 나는 페일린이 만든 틀 속에서 그들의 '적'으로 타깃이 되었다"며 페일린이 극단주의적 정치 환경을 만들어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잘바 의원은 "당신이 반대자라면 당신은 무시무시한 적이 된다"며 "페일린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봐야 하고, 그가 공적인 담론에 기여하고 싶다면 조용히 입을 다무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MSNBC> 방송의 뉴스 진행자 키스 올버맨은 중간선거 운동 기간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과격한 발언을 해온 인물들과 빌 오렐리, 글렌 벡 등 보수 우파 라디오 진행자들을 거명하며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올버맨은 페일린의 '십자가 과녁' 지도를 거론하며 "그가 정치 환경에서 폭력을 조장하고 증폭시킨 책임을 씻어내지 않는다면 정치판에서 떠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자신에 대한 이같은 비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사망자들을 애도하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페이스북에 올렸던 문제의 과녁 지도를 슬그머니 내렸다.

티파티는 범행을 비난하는 성명을 서둘러 냈다. 티파티 운동 창립자인 저드슨 필립스는 웹사이트에 "범인은 (보수파가 아닌) '리버럴' 성향의 인물"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성향은 지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구도 정치적 신념 때문에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폭스뉴스> 등 극우 언론 행태도 비판받아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최근 미국의 정치 문화에 깔려 있는 독설과 폭력성에 대한 논란을 촉발켰다고 전했다. 범행의 직접적인 이유와 상관없이 최근 미국의 정치 문화에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이나 위협, 폭력에 대한 맹목적인 선동 등이 상당한 수준으로 번져 있다는 게 이 신문의 지적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투산 피마 카운티의 클레런스 듀프니크 보안관은 기자회견에서 "나를 포함해서 미국의 공직자들이 꾸준히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면서 "미국이 이제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합리적이고 점잖은 사람들이 공직에서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논쟁에서의 모든 독설들이 이번 총격 사건과 연계됐을지도 모른다"며 "독설은 표현의 자유일 수도 있지만 그 대가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주간지 <뉴요커>는 9일 "(오마바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 간 보수적인 지도자들과 활동가들, 언론인들은 정치적 반대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데 혈안이 돼있었다"며 "가능한 모든 말들을 동원해 반대파들은 이 나라의 적이며 반역자이고 매국노라는 딱지를 붙였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그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큰 정부를 지향하는 리버럴이 아니라 폭정을 원하는 사회주의자이자 사기꾼"이었다며 "이처럼 매우 공격적인 언사들이 우파들의 언어 표준이 되었다"고 말했다.

잡지는 <폭스뉴스> 등 당파적인 언론들이 그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주류 언론들도 독설을 여과 없이 내보내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혐오감을 주는 말에 점차 무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페일린 전 주지사가 작년 중간선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놓은 살생부 지도

민주당 상원의 딕 더빈(일리노이) 원내총무는 이날 <CNN>의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독성 표현들은 자칫 불안정한 사람으로 하여금 폭력도 허용되는 행동이라고 믿도록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정치적 표현을 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의 스텐리 호이어(메릴랜드) 원내총무도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언론들이 대중의 분노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정치권, 미디어, 공공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말이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책임 회피와 '물타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공화당의 라마 알렉산더(테네시)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범인이 유튜브에 아돌프 히틀러, 칼 마르크스 등을 좋아한다는 글을 올린 것을 언급하며 "그는 티파티 멤버가 아니다"라며 나치 추종 성향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라울 라브라도(아이다호) 하원의원은 <NBC>에 출연해 "양쪽 진영에 모두 극단적이고 미친 사람들이 있다"며 "정치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은 그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며 언어를 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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