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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 북한"→"남한이 긴장 고조"…세계가 보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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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 북한"→"남한이 긴장 고조"…세계가 보는 한반도

영미권 주요 언론, 리처드슨 방북과 애기봉 트리 점등 비교

지난 20일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이후 남북한에 대한 외신들의 시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 사격훈련에 북한이 대응 행동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한국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북한은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를 핵사찰 수용 의사를 밝히고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을 강행하고 사상 최대의 육·공군 훈련을 추가로 실시했다. 이를 본 외신들은 '누가 더 도발적이냐'는 의문을 던지는 분위기다.

영국 <BBC> 방송은 23일(현지시각) '한국 '무력 시위'용 훈련'이란 제목의 보도를 통해 이날 실시된 한국군의 포천 승진훈련장 화력훈련 소식을 전했다. 이 방송은 훈련에 앞서 한 한국군 관계자가 "그렇다. 이것은 무력 시위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한국군의 훈련이 '침략 훈련'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비중 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BBC>의 서울 특파원 찰스 스캔론은 북한 지도자들이 지난달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군 장성들이 마치 북한군처럼 적대적인 언사를 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캔론 특파원은 특히 한국의 새롭고 더 공격적인 자세는 오히려 북한을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며, 북한이 자제력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일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남한에 자제를 요청했으며 미국 당국자도 비밀리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또한 "한반도 문제를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오려는 노력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은 6자회담을 재개할 때라고 말한 반면 한미일 3국은 '이미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한국의 강경한 자세, 오히려 북한을 피해자로 보이게 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22일 '한국은 '적을 처벌할 것'을 맹세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애기봉 크리스마스 트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한 교회는 북한의 국경지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의 거대한 철제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켰다"며 "북한은 이를 체제선전물이라고 비난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이 점등식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공세에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북한은 이 트리가 한반도의 유혈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전날인 21일에도 '북한은 한발 물러섰지만 남한은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란 기사를 통해 애기봉 트리를 "도발적인 크리스마스 트리"(provocative Christmas tree)라고 규정했었다.

신문은 "북한은 전쟁 위험에서 한 발짝 물러섰고 평화를 위해 방북한 비공식 미국 특사(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새로운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군대에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휴전선 인근의 도발적인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남한 정부는 대북 지원과 북한 지역 관광을 중단했고 더 많은 병력을 전방 배치했으며 공중 폭격으로 (북한을) 위협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심지어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조차 사상전(propaganda war)에 이용됐다"고 애기봉 트리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은 DMZ 근처에서 7년만에 처음으로 30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이 켜졌다며 "(애기봉 트리 점등은) 도발적인 행동으로 간주되고, 대다수가 기독교인이며 잘 사는 남한과 대다수가 종교가 없으며 못 사는 북한의 차이를 부각시킨다는 이유로 이전 정부에 의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 불이 밝혀진 애기봉의 크리스마스 트리 ⓒ뉴시스

<NYT> '한국, 심리전 재개?'

미국 <뉴욕타임스>도 22일 '남한군 훈련, 북한은 반응 없어'라는 기사에서 "북한의 보복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한군은 북한의 경고를 무시한 채 훈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20일부터 계속된 일련의 훈련은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외교전을 촉발시켰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남한에 훈련 취소를 촉구했지만 남한은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애기봉 트리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다는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소개하며 "서울에서 온 교회 성가대는 산타클로스 모자와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해병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크리스마스 캐롤을 불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꼭대기에 빛나는 십자가가 얹혀 있는 이 철제 구조물은 2003년부터 점등하지 않았고, 이때 한국 정부는 전방의 확성기도 철거하고 풍선을 이용한 전단 살포도 중단하기로 했었다"고 전했다.

한국이 '심리전'을 재개하고 있다는 듯한 기사는 계속 이어졌다. 이 신문은 "몇몇 한국 뉴스 미디어는 최근 국방부가 전단 살포와 대북 방송을 재개했다고 보도했지만 국방부는 확인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신문은 "남한은 올해 DMZ의 확성기 시스템을 확장하고 새로운 심리전 수단이 될 수 있는 거대한 전광판 등 다른 수단도 준비했다"며 "한국 민간인들에 의한 풍선을 이용한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정부를 화나게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런 조치가 천안함 사건 이후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알 자지라> "한국에서 긴장 높이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의도"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23일 한국군의 훈련 소식을 전하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겠다는 새로운 계산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방송의 서울 특파원 스티브 차오는 "한국 정부는 이 훈련이 영토 안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연평도 포격 이후 취하고 있는 강경책을 위해서는 이번 훈련으로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차오 특파원은 "그것이 한국 정부 내의 분위기이며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나갈 셈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도 이날 1면 머리기사를 통해 한국군의 훈련은 평화시로서는 최대 규모라고 소개하며 '이는 북한의 반격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상대적으로 북한은 자제하고 있다고 두둔하는 어조를 보였다.

이 신문은 '지난 20일 한국의 서해 해상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이 반격할 가치가 없다고 반응해 전 세계가 안도했었는데 한국이 다시 군사훈련을 실시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다시 걱정스러운 상황에 빠졌다'며 세계 각국과 주요 언론 매체들이 한국의 군사훈련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은 결국 북한의 분노를 촉발하려는가'라고 물으며 이 훈련으로 인해 안보 만족도가 높아질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태도로 덧붙였다. 이 신문은 같은날 사설 '벼랑을 축구장으로 생각하지 말라'에서도 한국군의 군사훈련을 재차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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