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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리스털, '하이웨이 국가'를 달려라"

[이웅현 '비극의 아프가니스탄']<1> 운명의 시작, '지형'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2월 1일 아프가니스탄에 3만 병력을 증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하여 2001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제 '오바마의 전쟁'이 되었습니다.

'제국의 무덤'이라 불리는 그 땅에서 오바마의 증파 전략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아프가니스탄은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제2의 이라크가 될 것인가? 많은 이들이 숨죽여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프레시안>은 아프가니스탄 전문가 이웅현 박사의 기획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것을 파헤칠 이 연재는 지방재건팀(PRT)과 보호병력을 파견하며 아프간 전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는 한국의 앞날에 대한 실마리도 던져 줄 것입니다.

필자는 일본 도쿄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고려대 등에서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소련의 아프간 전쟁>, <중앙아시아의 문명과 반문명>(편저) 등이 있고,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워싱턴의 사쿠라>(공역), <역사활용의 기술>(공역), <새로운 중세>, <평화와 전쟁> 등을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편집자>


러닝 맨

하루 수면 4시간, 오전 4시 기상, 10마일(16Km) 조깅 후 모닝커피, 점심 식사는 나약함의 징표이므로 하루 식사는 저녁 한 끼로 충분. 웨스트포인트 졸업 후 33년 동안 이 '철인'적인 생활습관을 견지하고 있는 사람은 54세의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이다.

이 '철인' 장군은 2009년 7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및 국제안보지원군(ISAF) 총사령관으로 부임한 이후부터는 카불의 새벽을 달리고 있다. 그에게는 육체적 강인함과 금욕적 자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오디오북이 저장된 아이팟이나 킨들을 귀에 꼽고 달리면서 대비정규전에 관한 독서를 그치지 않는 지성적인 열정도 지니고 있다.

특수전을 전문으로 하면서 이라크에서 알카에다 지도자 알 자르카위의 색출 사살에도 공을 세운 그는 문자 그대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대 게릴라전 전문가이며, 미군을 세계 최강의 재래전 병력에서 세계 최첨단의 대 게릴라전 병력으로 전환시킨 두 사람 가운데 하나다.

다른 한 사람. 미군의 대 게릴라전 교범의 저자 데이비드 페트라이어스는 2007년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으로서 2만 명의 미군 증파를 이끌어내 이라크 전황을 안정으로 이끌었다. 이 전공으로 그는 미국이 수행하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휘하는 중부군(CENTCOM) 총사령관이 되어 있다. 그 역시 매크리스털 못지않은 '러닝 맨'이다.

▲ 작년 10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의 전쟁 계획을 공개 비판한 스탠리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긴급히 불러 대화를 나누고 있다.ⓒ로이터=뉴시스

매크리스털은 아프가니스탄에 부임하자마자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의 피해를 양산하는 공습을 중지하는 동시에 각 거점지역에서 아프간 민간인과 탈레반을 격리하는 작전을 전개했다. 그리고 워싱턴에 병력의 증파를 요청했다. 민간인에게 안보를 제공, 우호적으로 포섭하고, 탈레반으로 하여금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자신의 대 게릴라 전술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백악관은 장고 끝에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해 12월 1일 3만 명의 병력 증파를 약속했다. 모름지기 워싱턴은 매크리스털과 유사한 작전개념을 가지고 이라크에서 성공을 거둔 페트라이어스의 전술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증강된 병력으로 연합군의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반군의 활동을 억제하거나 포기시키고, 주요 거점 도시의 안보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 민주 정권의 확립과 정국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는 비밀작전과 전투기술로 반군지도자들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병력증강의 이유에는 현재 8만여 명 수준의 아프가니스탄군(ANA)을 40만여 명으로 증강하기 위한 동원과 훈련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오바마의 증파 결정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제2의 베트남'을 우려하지만, 정작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구상은 '제2의 이라크'이다. 과연 아프가니스탄은 제2의 이라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러닝 마운틴

이라크-이란-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지도를 들여다보거나, 위성사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이 지역을 내려다보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차이가 선명해진다.

이라크에는 온통 초록색의 비옥한 메소포타미아 평원이 자리 잡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에는 온통 짙은 갈색으로 칠해진 해발 3000m에서 6000m에 이르는 거대한 산들이 운집한 힌두쿠시 산맥이 가로지르고 있다.

▲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도시와 지형 ⓒmapquest.com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룸 산맥이 몰려드는 파미르 고원이 손목이고, 아프가니스탄이 손바닥이라면 손목에서 시작해 동쪽 손바닥 위를 달리는 이 산맥은(프랑스보다는 약간 크고, 터키보다는 약간 작은 크기인) 25만 평방마일의 아프가니스탄을 양분한다.

때문에 국토의 거의 3분의 2이상이 고도 5000피트의 위치에 있다. 심지어 몇몇 산들은 세계의 최고봉들에 포함된다. 힌두쿠시 너머 북서쪽으로는 투르케스탄 쪽으로 펼쳐지는, 그러나 역시 고지대 산악지형인 코히바바(Koh-i-Baba)가 있다. 힌두쿠시 남쪽으로는 파키스탄과의 국경지역으로 술레이만 산맥이 달린다. 키르타르 산맥은 저 아래 발루치스탄까지 이어지고, 파그만 산맥은 카불을 휘감으며 남서쪽으로 흐른다.

손가락처럼 뻗은 이 산맥들의 기세가 수그러드는 지점 즉, 북쪽의 아무다리야강(江), 남서쪽의 헬만드강 유역쯤 가서야 비로소 거친 불모지의 평원이 펼쳐진다. 남쪽의 평원은 다시트-이-마르고(죽음의 사막)이라 불린다.

옆으로 뉘여 놓은 달걀 모양을 한, 산악과 사막만 있는 이 땅에는 힌두쿠시 산맥을 둘러싼 장방형의 각 꼭짓점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서쪽 이란과의 접경지역에는 비옥한 계곡 도시 헤라트가 있고, 여기서 이어진 도로로 남쪽으로 가면 알렉산더의 아랍식 발음으로 이름이 붙여진 도시 칸다하르가 있다.

칸다하르에서 동북쪽으로 도로를 타고가면 카불이 나타난다. 그리고 카불에서 북쪽으로 힌두쿠시 산맥을 넘거나 헤라트에서 북서쪽으로 도로를 진행하는 곳에 마자르-이-샤리프가 위치한다.(사실 전략적인 근대 도시로서는 마자르-이-샤리프가 중요하지만, 이 도시 서쪽에 있는 발크<고대 그리스어로는 박트라>가 배화교의 창시자 조로아스터의 고향으로 더 유명하다)

산악 투성이 지형 탓에 수도 카불 장악이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땅에 대한 통제로 연결되지 않는다.

산맥과 산악, 거친 사막으로 가득 찬 이 나라는 인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그리고 유럽을 연결하는 교차로에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문명의 발상지는 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아프가니스탄을 '하이웨이 국가'라 불렀다.

아프가니스탄은 쉽사리 침공할 수 있는 곳이면서도 오래 장악하고 있을 만한 곳은 못되었다. 여러 갈래의 손가락처럼 뻗어나간 산악에 거주하는 여러 종족을 한 데 묶어둘 수 없었던 것이다.

지형적 특색 때문에 아프간인들에게는 카불의 중앙 권위에 순종해 단일한 국가를 형성한 경험도 일천하다. 어째서 '비옥한 초승달' 지역 이라크는 문명의 발상지가 되었고, 아프가니스탄은 문명의 교차로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하이웨이 국가'라는 토인비의 명명 방식은 땅의 꼴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른 문명권으로 접근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지리적 위치, 그럼에도 그 어떤 세력도 영구적으로 독점 장악하기 어려운 지형임을 감안하면 적절하다고 하겠다.

러닝 워

마케도니아 제국, 대영제국 그리고 최근에는 소련제국의 발목을 잡은 것은 '(베트남식의) 수렁'이 아니라 바로 이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이었다. 이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산 속으로 또는 산맥 너머로 도주, 은거하던 반군이 마치 불량사이트의 팝업창처럼 여기저기 나타나 기습하고 사라지곤 했던 것이다.

기원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는 동쪽에서, 19세기 영국의 엘핀스턴과 프레드릭 로버츠는 남쪽에서, 그리고 30년 전 소련의 소콜로프는 북쪽에서 각각 험준한 산맥을 넘어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군해 들어왔다.

그리고 2001년 미국의 프랭크스(전 미국 중부군 총사령관)는 폭격기로 하늘을 뒤덮으며 산악 지형으로 엄습해 들어왔다. 1989년 파나마, 1991년 페르시아만, 1995년 보스니아, 1999년 코소보에서 각각 진가를 발휘했던 최첨단 전자 기계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던 미국으로서는 최선의 전술이었지만, 이 역시 아프가니스탄 지형의 난조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전쟁 초기에는 동쪽의 산악지대 토라보라로 패주한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잔당세력을 놓쳐 '생존'과 '부활'의 기회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매크리스털의 전임 맥키어넌 장군 재임 시까지도 산악지역의 대 반군작전에서 무인정찰기와 무인폭격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소탕'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이제 매크리스털의 새로운 전술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 전술을 뒷받침하는 병력 3만 명의 증파가 결정되자 미국 언론은 '오바마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대서특필했다. 뿐만 아니라 중앙집권적 근대국가의 경험을 오래 지니고 있는 이라크와 분권적인 군벌세력에 의존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차이를 근거로 들면서 (이라크에서는 승리했을지 몰라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승리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또 다른 뚜렷한 차이점 즉, 대 비정규전 전술이 적용될 판이한 지형에 대해서는 보지 못하고 있다.

매크리스털의 전술처럼 우선적으로 주요 거점도시의 안전과 아프가니스탄군의 안보 능력을 강화하면서 탈레반과 주민을 격리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그리고 오바마의 공언처럼 알카에다를 무력화시키고 탈레반의 모멘텀을 억지하는 것만이 목표라면, 다시 말해서 아프가니스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악 농촌 지역을 군사작전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면, 단계적인 3만 명 증파와 2011년 7월부터 시작될 단계적 철군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

자체적인 안보능력 강화를 위한 카르자이 정권의 적극적 자세를 유도하기 위한 스케줄 선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미국 내의 비등하는 반전 여론이나 2010년의 중간선거까지 고려하면 오바마로서는 반(半)확전-반(半)철군의 절묘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문제는 미국의 선택이 아프가니스탄을 '제2의 베트남'이 아닌 '제2의 이라크'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이다. 메소포타미아 평원의 페트라이어스 러닝처럼 힌두쿠시 산맥에서도 '철인' 매크리스털의 질주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이다.

이는 결국 매크리스털이 증파 후 11만 명에 달하게 될 병력을 활용해 전황 전환에 필요하다고 주장한 최소한의 절대 시간인 12개월이 끝나는 시점이자, 오바마가 단계적 철군의 출발점으로 설정한 시점인 2011년 7월 말이 되어야 판가름 나게 될 것이다.

* 참고로, 한국의 지방재건팀(PRT)과 그 보호병력이 파견될 예정인 파르완은 힌두쿠시 산맥의 남쪽 산록을 포함하는, 카불을 휘감는 파그만 산맥 북쪽의 험준한 지역이다. 그러나 종족적으로는 탈레반의 파슈툰족과 대립하는 타지크족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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