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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지원, 얘기의 앞뒤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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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지원, 얘기의 앞뒤부터 바꿔라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안전 위한 특단 조치'가 안전 보장 못해

국방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지방재건팀(PRT) 인원의 경호 및 경비를 담당하는 국군부대의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첫 번째 파병 병력을 320여명 내외로 하되 현지 상황에 따라 350명 이내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파병 기한은 내년 7월 1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2년 반으로 정했다. 국방부는 국회에서 동의안이 처리되면 내년 초에 경찰 40명을 포함한 140여명 규모의 PRT 및 부대 주둔지 공사를 시작해 7월부터 임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8일 파병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는 이날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 동의안을 의결했다. 치안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인 아프간 파르완주에 주둔하는 국군부대는 대령을 단장으로 지휘부와 본부, 경호 및 경비대, 항공지원대, 작전지원대, 대사관 경비반(해병) 등으로 편성된다. 부대 지휘권은 우리 합참의장이 행사한다. 국회의 동의가 있을 경우 국방부는 다음 주 합참과 합동으로 아프간에 자체 정밀실사단을 파견, 부대가 갖춰야 할 무기소요 등을 판단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파병 준비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 장광일 국방정책실장이 8일 국방부에서 아프가니스탄에 320명 내외의 병력을 파병하되 국회 동의는 350명 이내로 받는 내용의 아프간 파병동의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레반의 위협과 다급한 대응

아프간의 무장정치세력 탈레반은 반발했다. 탈레반은 9일 이메일을 통해 배포한 성명을 통해 한국이 파병할 경우 '나쁜 결말'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특히 지난 2007년 샘물교회 봉사단원 피랍 당시 19명의 인질을 풀어준 사실을 언급하면서 "당시 한국은 아프간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다시는 파병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이 약속을 깨고 군대를 보낸다면 탈레반은 더 이상 부드러운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아프간의 독립에 반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정부와 여당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는 "파견 부대는 가장 안전한 지역에 주둔하고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워 활동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 "이미 예상했던 일로, 국민과 기업의 안전대책도 함께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최고위원회를 열어 "중동지역에 나가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탈레반의 협박은 전형적, 상투적 테러집단의 파병 저지 책동으로 국회 파병동의안 처리 직전 국론분열을 노린 것"이라며 탈레반의 경고를 심리전으로 간주했다.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국방부는 탈레반의 테러 시도에 대비해 아프간 파병 부대 1진 320명에 우리 군의 최정예 대(對) 테러팀 10여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 테러팀은 요인 경호와 대 테러 작전을 맡아온 특전사 특수임무부대 소속으로 고공침투와 저격, 인질구출 작전 수행 능력 등을 갖췄다.

재건지원인가 파병인가

탈레반의 경고 메시지는 당연한 결과였다. 정부가 10월 30일에 발표한 것은 아프간 추가지원안이다. 지원의 핵심은 '행정역량의 강화' '개발' '치안' 등 3대 활동을 수행하는 PRT다. 즉 현지 치안 및 사법 인력을 훈련하고 보건, 의료, 농촌개발, 교육 및 직업훈련 등을 맡게 된다. 이들을 경비할 '보호병력'이 파견되는 것이다. 재건지원이 아프간에 우리 젊은이를 파견하는 주목적이다.

그러나 지난 40일 간 정부와 언론 그리고 정치권의 논의는 주로 군대파병에 관한 것이 집중됐다. '동맹'과 '세계평화'를 위한 것이지만 '안전'이 최고의 가치였다. 우리 국민의 목숨이 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력파견의 주목적이 재건지원인데 현재 우리가 논하고 있는 주요 사안은 군사적 파병안이다.

안전을 위해 우리 군이 어떤 장비를 가지고 가는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방탄조끼, 조준경이 부착된 개인화기, 야간 투시경, 급조폭발물(IED)의 공격을 막기 위한 장갑차량, 기관총이 탑재된 UH-60(블랙호크) 헬기 등이 언론에 매일 등장한다. 특히 발사된 탄환이 적진 상공에서 폭발해 살상력을 극대화한다는 국산 K-11 차기복합소총이 지급된다는 것에 대한 보도도 이어졌다. 우리의 무기를 '실전 실험'하는 장소로 아프간이 '적격'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재파병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논의가 언론에 보도되고 아프간 및 중동 지역에 전해지고 있다. 탈레반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다른 이슬람 과격세력들도 분개할 만한 일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번 파병은 재파병이라는 점이다. 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에서 우리 정부는 철수를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를 단행했다. 재파병은 이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아프간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서방 정부는 환영하거나 이해하겠지만, 57개 이슬람 국가는 다를 것이다. 특히 반미 그리고 반서방 과격세력은 또 다시 한국과 한국인을 공격할 '꼬투리'를 잡게 될 것이다.

중동의 과격세력은 우리가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테러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곳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지역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나토군이 아프간 주둔을 지속하고 있고 다른 동맹국의 참여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이외 다른 전략적 목적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아프간 전쟁의 목적을 달성했다. 탈레반 정권도 무너졌고 알-카에다의 거점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미국이 아프간에서 장기 주둔하는 것은 카스피 해의 석유 및 가스, 이란에 대한 압박,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견제 등 대부분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재건지원 계획 발표돼야

초점 자체가 파병이 아닌 인도적 혹은 재건 지원에 맞춰져야 한다. 재파병의 국제적 명분을 찾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적' 파병의 분위기로 흘러서는 안 된다. 안전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언론과 군 당국에서 내놓는 병력운용과 장비에 대한 반복적인 발표와 보도는 그대로 중동권에 전해진다.

이런 보도를 접하는 아프간과 중동권 국민의 반응은 어떨까? 과격세력의 분노는 당연하지 않은가. 2004년 고 김선일 씨 피랍 살해사건 당시에도 한국의 언론이 내놓은 김 씨의 군복무 시절의 사진이 중동 언론에 그대로 전해졌다. 중동의 과격세력과 일반인 중 한국에서는 군복무가 필수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씨가 민간인이 아닌 군인 혹은 정보기관 요원으로 간주됐을 가능성도 있다.

군사적인 시각에서 아프간 지원을 고려한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낮다. 아프간을 진정으로 돕겠다면 그리고 우리의 파견 인력과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의 안전을 도모하겠다면 인도적 민간지원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아니 최소한 그런 제스처라도 취해야 한다. 최신시설의 '한국 병원' 혹은 '직업교육센터'를 지어주는 것이 아프간 사람들의 마음을 더 움직일 수 있다.

병력과 장비를 논하기 전에 정말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홍보해야 한다. 이것만이 재파병에 대한 국제적 명분을 찾을 수 있고 우리 장병과 민간 인력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중동인들이 분노하는 상황에서 여권과 국방부에서 언급하는 '안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우리 교민과 파견인력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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