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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이 덜 친미적이면 덜 위험해질까?

[정욱식의 '오, 평화'] 다시 제주 해군기지의 의미를 묻는다 <中>

다시 제주 해군기지의 의미를 묻는다 <上>: 강정마을, '해방구'에서 美 전초기지까지

현재 일정대로 2015~16년 사이에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될 경우, 이 기지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미래 정부의 몫이다. MB 정부처럼 '친미·친일' 정권이 집권하면 제주 해군기지의 전략적 위험성은 대단히 커질 것이다. 그럼 이보다 자주적인 정권이 집권하면 제주 해군기지의 위험성은 사라지게 될까? 그 위험성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거의 그대로 남을 공산이 크다.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한국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가령 이명박 정부는 '이어도-독도 함대'를 창설해 제주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사용하고, 이어도에 대한 해군 초계 활동도 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대로 한다면, 중국의 군사적 맞대응을 야기해 이어도 인근 수역은 분쟁 지역이 되고 한국의 국익에도 치명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해 이어도에 대한 초계 활동을 할 것인가의 여부는 한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만약 미래의 정부가 해군 함정 투입이 한중관계에 미칠 위험성을 간파해 군사적 접근을 자제하고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둔다면, 위에서 언급한 우려는 기우로 끝날 수 있다.

미국과 무관할 수 없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한국의 주권 '밖'에 존재하는 제주 해군기지의 위험성은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한미동맹의 법적·제도적 측면이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따라 미국은 "적절한 통고"를 하면 "대한민국의 어떠한 항구 또는 비행장에도 입항료 또는 착륙료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함정이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을 한국측에 통보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막는다면 SOFA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SOFA 규정상 미군이 우리 시설을 활용하려면 관련 정부, 외교통상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OFA 규정 어디에도 이러한 내용은 없다. 실제로 미국 핵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는 부산항에 수시로 입항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얻지 않은 상태에서 '통고'만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 2003년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를 배치할 때에도, 미군기지인 오산공군기지와 군산공군기지는 물론이고 한국군 기지인 수원비행장과 광주비행장에도 통고만 하고 배치했었다.

둘째는 한미동맹의 변화 추세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중국을 겨냥한 지역 동맹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는 1990년대부터 존재했고, 2001년 부시 행정부 정부 들어 본격화됐다. 노무현-부시 정부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용산기지와 2사단을 평택권으로 이전하는데 합의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도 합의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동맹화는 한미 전략동맹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 들어 가속화되어 오늘날에는 한미일 3각동맹의 맹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동맹이 이처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깊숙이 포섭되고 있고, 그 핵심적인 양상이 해상 미사일방어체제(MD) 체제인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 구축 및 해양안보(maritime security) 확보에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에 건설 중인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과 무관해지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자주적이고 균형 외교를 지향하는 정부가 등장하면 이러한 추세를 되돌릴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김대중 정부 때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 때 본격화되었다는 사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합의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중국 내에서 급격한 국력 신장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군비경쟁의 양상을 보더라도 미중 관계가 패권 경쟁에서 협력으로 대전환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제주 해군기지 완공이 예정된 2015년 이후에 패권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이 시기를 전후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최신예 핵항모인 '제럴드 포드호'(USS Ford)를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중국도 2015~2020년 사이에 첫 항모인 '바라크호'를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은 ABMD를 위해 이지스함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는데, 2015~2020년 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미중간에 동아시아 패권 경쟁이 완화될 가능성보다 격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을 예고해주는 대목들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아무리 자주적인 정부라고 하더라도 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의 마찰이 심해지면 크게 두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에서부터 주한미군 재배치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노무현 정부의 대미정책을 '공미형(恐美形) 친미주의'라고 부를 수 있었던 까닭이다.

또 하나는 한미동맹이 국내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한미관계 악화는 보수진영의 정치 공세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노무현 정부 때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이 대등한 미일동맹을 주창하면서 미국에 도전했다가 단명 정권으로 막을 내린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지난 20일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인 하와이호(7천800t)가 21일 오후 정박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주권적 선택의 비주권적인 결과

엄연한 주권 국가이자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위와 같이 지적하면 기분은 나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미관계와 이에 종속된 국내 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강대국과의 동맹관계는 안보를 보장받는 대신에 정책 자율성, 즉 일부 주권의 양보를 골자로 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를 것'이라는 호기를 부리기에 앞서 한미관계의 정확한 본질을 깨달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 해군기지의 미국 이용 문제를 한국의 주권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SOFA 및 그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개정의 핵심 골자는 미국 군사력의 유출입과 관련해 '사전 동의'를 명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 SOFA 규정 하나를 바꾸는 것도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해왔다. 또한 미국은 자국 군사력 운용에 타국이 간섭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참여정부가 미일동맹처럼 '사전 협의'를 추진했다가 실패했던 사례도 있다. 한국이 한미동맹의 파기까지 각오하지 않는 한, '사전 동의'를 추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결론적으로 제주 해군기지의 위험성은 정권의 성격이나 변화와 관계없이 존재할 공산이 크다. 그 위험성의 핵심은 미국이 해군기지를 사용하고자 하는데 한국이 반대하면 한미관계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거꾸로 미국이 사용하게 되면 한중관계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주권적 선택이 가장 비주권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여부'는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 글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한국의 전략적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남방 해역의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등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절차적인 문제는 인식하면서도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에는 동감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는 것에 대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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