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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위성 발사 계획 알면서도 북한과 합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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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위성 발사 계획 알면서도 북한과 합의했을까?

[분석] 美, '위성 발사에 무늬만 반발' 후 협상 복귀 수순 밟나

미국이 지난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 이미 북한으로부터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난달 북한과 식량 지원을 골자로 한 합의를 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연합뉴스>는 21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사망 며칠 전인 지난해 12월 15일(현지시간) 북한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 축하 행사로 4월 15일 전후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민간채널(트랙 투)을 통한 북미 협의에서 이같은 소식이 전해졌고, 오바마 행정부는 '위성 발사는 유엔 결의의 직접적 위반으로 간주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도 미국은 위성 발사 중단이 북미간 합의에 포함된다며(실제로는 '미사일 발사 중단'으로 들어감) 이를 어길 경우 합의가 깨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같은 보도는 '북한 내 강경파가 미사일 발사 중단을 약속한 2.29 합의에도 불구하고 위성 발사를 밀어붙여 미국의 뒤통수를 쳤다' 혹은 '북한 내에서도 조율되지 않았다' 등의 분석은 사실과는 먼 것임을 보여준다. 실제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전략로켓사령부 시찰 등은 북한이 사전 계획을 가지고 움직였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미국이 이처럼 위성 발사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고 북한과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으면서도 북미 협상의 결과를 '합의' 형식으로 밝혔다는데 있다. 미국이 현재 북한의 위성 발사를 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북미 협상 국면 자체가 뒤집어질 것이라 단언하기 힘든 배경이 된다.

▲ 이달 초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 그는 19일 IAEA 사찰단 복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2.29 합의를 미국과 북한이 각자 발표했고, 강조점이 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한은 당시 발표에서 북미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논의를 강조했다. 북한이 이 문제를 위성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지와 연계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미사일 발사, 핵실험 중단을 약속한 것을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의 전면적인 협상보다는 대선을 치를 때까지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양국 발표의 차이는 '2.29 합의'가 통상적인 의미의 '합의'가 아니라 각자 합의했다고 생각한 것을 발표한 것이거나 향후 의제를 나열한 '무늬만 합의'임을 보여준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위성 발사가 이번 합의를 흔들 수 있음을 알면서도 미국이 식량 지원에 합의한 것은, 역으로 해석하면 실제로 위성이 발사돼도 제재가 강하게 들어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환구시보>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0일 북한이 위성을 발사해도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미국이 위성 발사 이후 식량 지원 의사를 철회할 의사가 매우 높고 미북관계는 상당 기간 긴장될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양측 간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위성을 쏘면 미국이 당장 반발은 하겠지만 자국 내 강경파를 무마시킨 뒤 다시 협상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전망케 한다.

북한은 현재 국제기구에 발사 계획과 관련한 통보를 해놓았고, 해외 참관단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실용위성'임을 강조하고 있다. 위성의 발사 방향도 과거와 달리 남쪽으로 정했다. 이를 보면 미국이 위성 발사 후 협상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베이징 협상 당시 북한에 위성 발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위성 발사 후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다 해도 중국, 러시아가 제재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미국의 '무늬만 반발 후 협상 복귀' 구상에 명분을 보탤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의 첫 라운드는 이미 시작됐다. 북한이 2.29 합의와 배치되는 위성 발사를 발표하고, 동시에 2.29 합의에 부합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수용하는 두 얼굴의 카드를 빼들면서부터다. 미국은 IAEA가 사찰단 복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시간을 끌고 있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협상 의지가 남아있다는 전제 하에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2000년 중단됐던 북미 북미 미사일 협상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발사 이전이라도 협상을 제안해 발사를 유예시키고 추후 북한이 우주공간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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