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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국가 '마이웨이'…막을 방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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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국가 '마이웨이'…막을 방법은 없나?

[한반도 브리핑] 합의 존중과 동시행동에서 답 찾아야

시계 제로다. 일촉즉발, 건드리는 즉시 폭발한다는 말도 부족하다. 한반도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 시나브로 1953년 이전으로 돌아갔다. 모든 비핵화합의가 무효가 되고, 남북불가침 선언이 백지가 되고, 이제 정전협정마저 휴지가 되었다. 정전협정 이후 60년 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쌓아 놓은 제도들과 도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전쟁인가? 아직도 평화의 희망은 있는가?

북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것도 부족하여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제주도 한라산에 최고사령관기와 공화국기를 휘날리겠다"는 선언까지 나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적들을 모두 불도가니에 쓸어넣으라"는 지시까지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핵선제타격'도 공개적으로 운위하고 있다.

북의 도발이 임박한 것일까?

북의 발언에 있는 전제를 보라. '워싱턴 불바다' 위협 앞에는 "미제가 핵무기를 휘두르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불도가니'에 넣으라는 것도 "예민한 열점지역에서 불장난질을 해대고 있는 적들"이다. '섬멸적 보복타격'을 하겠다는 것도 북을 "한치라도 침범하고 한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핵선제타격'도 "미국이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려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8일 성명을 통해 남북 간 맺은 불가침 합의를 전면 폐기하고 남북직통전화 등 판문점 연락통로를 단절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에서 조평통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즉 북이 한국과 미국은 평화적으로 앉아 있는데, 무조건적으로 핵선제공격을 하고 연평도나 백령도에 도발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북의 위협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북을 자극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하지만 북의 위협을 무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북 주권과 영토에 '한점의 불꽃'이라도 튄다면 북은 이 위협을 실현에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남북 간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핫라인이던 판문점 남북직통전화를 단절하고, 미군과의 유일한 연락통로이던 판문점대표부의 활동을 중지하고 북미군사직통전화도 차단했다.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기구를 없앤 것은 '불꽃'이 튀면 바로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작전계획과 교전수칙마저도 더 공격적으로 수정했다. 최근 월내도를 방문해서는 타격순차와 화력밀도까지 강화했다. 한미의 함선들이 "군사분계선 해상수역"에 접근하면 '위압적 경고사격'을, '침범'하면 '강력한 조준격파사격'을 하도록 했다.

자그마한 문제도 간과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것은 핵무기 보유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다. 즉 '핵선제타격'을 운위하는 것은 주권이 한 치라도 훼손된다면 전면적 핵전쟁을 불사하고 보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만약 전쟁이 절대적인 끝장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면, 그 마지막을 고려하지 않고 첫 번째 단계의 대응을 할 수 없다"는 클라우제비츠의 오랜 교훈을 북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지금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

북이 이제 자신의 주권을 침해당하면 실제로 '쓴맛'을 보여주겠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데는 과거에 대한 평가도 있는 것 같다.

북의 입장에서 '미국이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이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은 북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하지만 북의 입장에서 미국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북 외무성이 작년 8월 말 발표한 비망록은 다음과 같은 깊은 피해의식을 담고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로 경수로 2기를 건설해 주기로 약속했지만 결국 경수로는 완공되지 않았다. 북은 건설하던 원자로만 포기하고 말았다.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선언으로 북의 비핵화 약속을 받고 바로 대북 금융제재조치를 취해 이 선언을 위반했다. 북은 6자회담으로 영변의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을 동결하여 거의 폐쇄상태가 되었지만, 그 보상은 오지 않았다.

2012년 2.29합의에 따라 북은 핵 및 미사일 시험 등의 동결을 약속했다. 이 대가로 미국은 영양지원 등을 하기로 했으나 이도 이행되지 않았다.

이 모든 합의에서 북이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미국이 북을 적대시하지 않고 자주권 존중과 평등에 기초해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또한 지키지 않았다.

작년 4월의 인공위성 발사가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할 것이다. 북을 적대시하지 않고 자주권과 평등의 원칙에 기초했다면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을 여전히 적대시 하여 인공위성 발사를 미사일 기술의 구현으로 인식했으며, 자주권과 평등의 원칙보다는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금지한 이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양국관계의 원칙으로 삼았다.

하여 작년 8월 말의 비망록은 북한 정부가 북미관계를 총체적으로 재평가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재조정한 결과물이었을 수 있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유지하는 한 대화와 협상은 불가능하고, 미국이 행동으로 이러한 정책을 바꾸면 북도 화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선(先)행동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입장도 이전의 '전략적 인내'에서 선회한 것인지 불명확하다. 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김정은이 좋은 의도를 증명하는 것은 쉽다"며 "다음번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다음번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김정은)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면 그러한 회담으로 초청하라"고 권고했다. 여전히 북이 먼저 유화적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토마스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도 전제조건을 걸었다. "미국은 북한의 경제개발을 돕고 북한 주민들을 먹일 준비가 돼 있으나, 그들이 현재의 경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과 마주앉아 협상을 통해 그들과 미국이 채택했던 합의를 이행할 준비"가 돼있으나 "북한이 합의에 따르고, 약속을 지키며 국제법을 존중할 것임을 나타내는 의미있는 조치를 통해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먹을 펴는 사람에게는 손을 내밀 용의"가 있다는 것은 6자회담에서 합의된 '동시행동'의 원칙에서도 후퇴한 것이다. 북은 이미 미국의 선행동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의 행동은 케리 국무장과이나 도닐런 보좌관의 발언과도 어긋난다. 11일 미 재무부는 대통령 행정명령 13382호에 따라 조선무역은행과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자산동결조치를 취했다. 미 국무부도 박도춘 노동당 군사담당 비서, 주규창 기계공업부장,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여행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키리졸브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전략적 인내 2.0' 정도이다. 북이 지금 강경하게 나오는 정치적 배경이다.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북은 이미 답을 내놓았다. 김정은판 '시내트러 독트린'(Sinatra doctrine)이다. '마이웨이' (나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손에 쥐었으니 그를 중심으로 국방력을 강화하는 '핵국가'의 길이다. 제재가 있건 말건 로켓 발사 등은 북의 일정에 따라 그대로 가는 길이다. 필요에 따라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도 있고, 미사일 시험을 할 수도 있는 길이다.

이 길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신감도 있는 듯하다. 경제개발의 기반을 재구축하는데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대형 발전소들의 완공으로 전력 문제에서 돌파구가 열렸고, CNC와 같은 첨단과학기술을 도입한 기간산업들의 개비가 이뤄졌다. 금속과 화학공업 등 기간산업이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지막 통치기간 중에 이뤄진 이러한 일련의 개비작업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농업과 경공업 등 일상생활에까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의료 및 식품가공 산업들이 생산의 양과 질을 높이고 있다. 농업 분야의 변화는 극적이기까지 하다. 작년 북의 곡물 생산량은 10% 이상 증가했다. 작년 봄 가뭄이 심각했고 여름에는 연이은 태풍과 국지성 호우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더구나 중국에서 수입한 비료는 그전 해에 비해 28.8%나 감소하지 않았는가. 북의 경제 성장은 워싱턴의 보수적 전문가들도 부인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고, 이를 '중국의 덕'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정황들이 널려있다.

북은 현실주의 국가이다. 군사력이 강화되었고 경제력이 성장하고 있다면 아쉬울 것 없지 않겠는가. 하여 '마이웨이'다. 작년 7월 모란봉악단이 시범공연에서 '나의 길'을 연주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공은 다시 한국과 미국에 돌아왔다. 북이 핵을 쥔 '마이웨이'로 가도록 밀어준 것이 '전략적 인내'였다면, 북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를 하거나 신뢰프로세스를 하겠다는 '전략적 인내 2.0'는 북이 핵의 '마이웨이'로 가는 것을 뻘쭘하게 지켜보는 정도가 될 것이다.

▲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AP=연합뉴스

그러나 다른 길도 있다. 그 길을 보여주는 사실들은 널려 있다. 한반도의 시계가 1953년 이전으로 돌아갔지만, 한반도가 그 당시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우선 개성공단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북은 남북불가침에 관한 모든 합의를 폐기한다고 했지만 남북 간에 있는 다른 합의들은 아직 건드리지 않고 있다.

또 키리졸브 훈련과 더불어 군사적 긴장이 치솟는 가운데에도 인적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데니스 로드먼과 할렘글로브트로터 팀을 불러들여 농구경기를 갖고,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관람까지 했다. 이어 일본의 지휘자 이노우에 미치요시(井上道義) 및 테너 나가따 미네요, 바리톤 마끼노 마사또를 초청하여 평양 인민극장에서 관현악 아리랑과 베토벤 교향곡 9번을 공연했다. 로동신문은 "이런 체육교류가 활성화되여 두 나라 인민들이 서로 리해를 도모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김정은 제1비서의 희망을 전했다. 북 국립교향악단 김연규 단장은 "음악예술을 통하여 두 나라의 우호친선관계를 발전시켜나가려는 염원"을 얘기하며, 앞으로 "우정의 꽃을 더욱 아름답게 꽃피우자"는 희망을 말했다.

과거와는 다른 이런 독특한 행보는 일부 북한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정책결정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강온파의 대립을 상정하기도 한다. 북의 새로운 전략적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의 새로운 모습은 전쟁의 위기를 드높이기도 하지만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도 더 열어 놓고 있다. 최소한 동시 행동으로 돌아가야 한다. 먼저 손을 내밀면 평화의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 전제는 이제 지겨운 전쟁은 끝내고 평화로운 관계를 건설하자는 것이어야 한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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