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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 유라시아의 시대를, 만나자! 바이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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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열자! 유라시아의 시대를, 만나자! 바이칼에서

김봉준의 '유라시아 문화기행' <1>

마침내 유라시아를 자동차로 갑니다. 준비도 이제 막바지입니다. 나도 사물을 챙기느라 더 바빠집니다. 7월 6일 함께 떠날 사람들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20여명이 나왔습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선발된 사람들입니다. 저마다 주특기를 가지고 갑니다. 자동차 운전 전문가, 통역관, 음악인, 풍물패, 기자, 신화학자, 미국동포 영문학자, 영상기자, 작가, NGO활동가, 통신전문가 등 다양합니다. 동시베리아에서 바이칼로 가는 팀과 모스크바에서 서시베리아를 지나 바이칼로 가는 팀으로 나누어져서 달립니다. 모두들 처음 가는 유라시아대륙 자동차여행입니다. 설레는 마음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7월 22일 부산에서 출발식을 갖고 떠나면 서울에서 7월 23일 환송식을 갖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아침 9시30분에 떠나는 자동차를 환송하는 식이 열립니다. 이 행사는 맨 처음 한·러 국회의원들이 발의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여야 국회의원들이 같이 떠납니다. 박계동 이화영 고진화 등 20여분 의원들이 참여합니다. 정치인 경제인 그리고 문화예술계가 망라한 200여분이 이번 행사에 참여 할 것입니다. 자동차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바이칼로 오는 서시베리아길 25명, 한국 속초에서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이루크츠크로 들어가 바이칼까지 가는 동시베리아길 30명의 단원들은 한국과 러시아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루쿠츠크로 비행기를 타고 들어갑니다.

지금까지 한국인이 단체로 자동차를 타고 1만5천킬로미터 시베리아대륙을 횡단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2002년 기차로 블라디보스톡을 떠나 20일에 걸쳐 모스크바까지 기차로 여행한 적은 있습니다만 차로 달리면서 하루하루를 도시와 들에서 자면서 러시아인과 만나면서 가는 여행은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러시아는 아직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가 아닙니다.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한 지 15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유라시아 자동차 길은 열리지 않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찻길이 험해서?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아서? 물론 길이 험한 것도 이유는 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가는 길이 무서워서 일겁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무장 갱들이 제일 걱정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러시아인이 동승하기도 하고 러시아정부가 보호해 준다고 하니 믿고 떠납니다.

22일 부산에서 출발하여 서울-속초, 차를 배에 싣고 연해주 핫산에 도착해서 블라디보스톡- 우스리스크- 하바로브스크- 비로디드잔- 베르고르스크- 스코보로디노- 치타- 울란우데- 이루쿠츠크로 도착합니다. 서시베리아는 모스크바- 니즈니노보고로드- 카잔- 우파- 에카테린부르크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크라스노야르스크- 이루쿠츠크로 도착합니다.

1만5천킬로미터나 되는 유라시아 길을 20일동안 동서에서 달려와서 이루쿠츠크에서 대회동합니다. 우리 대장정 일행이 벌이는 기획 풍물광대의 거리축제는 특별한 의례가 될 것입니다. 동서에서 달려온 대장정팀은 이루쿠츠크에 미리 와 있는 문화관광 팀, 유라시아포럼 팀, 바이칼 천지굿 팀과 합류합니다. 한ㆍ러는 함께 유라시아 정치, 경제, 문화포럼을 할 것이고 만찬에서 한ㆍ러 민속춤을 선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7시간을 달려 바이칼의 알혼섬에서 바이칼 문화제를 펼칠 겁니다. 브리아트 샤만의 제의와 우리 서해안 만신의 굿이 있고 한·러 젊은이들의 대동놀이, 이애주 무용가의 '유라시아 빛' 춤, 그리고 밤을 넘기며 유라시아평화기원 굿을 올릴 것입니다. 샤만과 우리 강신무 김매물 만신이 같은 북방 샤만 굿으로 해맞이 할 때까지 굿판을 벌이며 악가무로 대동춤판을 벌릴 겁니다. 이것이 바이칼 천지굿입니다. 동이 트는 새벽 한·러 유라시아대장정 추진위 이름으로 선언 '유라시아의 빛'을 낭독할 것입니다. 그 내용은 국내에서 초안을 작성하고 이루쿠츠쿠에서 하는 문화포럼에 윤문하여 작성할 겁니다. 이것이 대강의 계획입니다. 지금은 떠나기 직전입니다.

험한 길입니다. 큰 사고 없기를 하늘에 빕니다. 다시 첫 마음으로 돌아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유라시아 길을 달려가는가? 우리는 왜 바이칼에서 굿을 하나? 포럼으로 무엇을 공부하려하나?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첫번째 답변은 이미 드렸습니다. 첫 경험의 설레임이지요. 첫 사랑, 첫 만남, 첫 경험의 설레임은 무슨 경험과도 바꿀 수 없는 신선하고 흥분되지요. 아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한국인으로는 첫 마음인 셈입니다. 미지의 대륙을 밟아봅니다. 연해주, 하바로브스크, 치타, 울란우데, 이루쿠츠쿠로 이어지는 동시베리아 구간은 러시아 현지인도 쉽게 가지 못한 곳입니다. 기차여행은 더러 하지만 자동차 길은 워낙 안 좋습니다.

두번째, 여기는 유라시아, 아니 세계문명의 기원이 숨겨진 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마지막 고대문명의 신비가 감춰져 있는 곳입니다. 소련의 철의 장벽은 고대문화를 연구하는 접근 자체를 막았습니다. 바이칼, 알타이, 브리아트, 시베리아지역은 고대 인류문명의 마지막 미궁지입니다. 그런 곳을 가니 고대문화와 신화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더 설레일 것입니다. 그곳 바이칼 호수 알혼섬에서 샤만과 우리 무당이 처음으로 합굿을 합니다. 저 독재의 참혹한 시대의 저항 춤을 상징한 이애주 무용가를 다시 신문명을 기원하는 '유라시아 빛' 춤으로 모시렵니다. 김매물 만신도 모십니다. 북방 샤만과 일맥 상통하는 강신무가 처음으로 샤만 시원의 땅에서 굿을 합니다. 저도 걸개그림을 띠웁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걸개그림을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1981년 처음으로 띄웠습니다. 그후 낙인처럼 민중미술가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이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라면 차라리 꼬리표 하나더 붙이고 가겠습니다. 동아시아 화가라는 꼬리표가 붙기를 바랍니다. 다시 유라시아 평화 걸개그림을 바이칼에 띄우고 춤을 추겠습니다.

세번째, 이곳은 우리민족의 기원인 지역입니다. 우리민족은 100%가 전부 북방유목족의 후예는 아닐 겁니다. 그러나 많은 부족이 북방 대륙으로부터 반도 땅으로 흘러 들어온 것은 사실입니다. 고조선, 부여,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 등의 북방문화 흔적은 고고미술에서도 완연합니다. 기원전 1만년에서 5,6천년전 고아시아 인류족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우리민족은 한 사상을 찾아 동으로 동으로 내려 왔는데 우리민족의 뿌리는 과연 어디일까? 바이칼인가? 알타이인가? 홍산인가? 아니면 또 다른 텐산 고원지대 어느 순록 언덕 호수가에서 첫 살림을 차렸나요? 선녀와 나뭇꾼 신화가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있는데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온돌을 쓰는 종족들은 우리 말고 북방 어느 종족이 더 있을까? 유목문화의 원류를 찾아 갈 것입니다.

네번째, 청년들이 대륙으로의 유학과 여행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해양문화 일변도의 노마드에서 대륙문화로의 노마드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의 타고난 유목기질이 그 방향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할까요. 바야흐로 신유목시대가 대륙과 해양으로 확장하고 다시 반도 수렴하는 역동적 균형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다섯째, 지금은 흔히 대혼돈의 시대라고 합니다. 기후, 자연, 인간사회가 모두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미래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시문명은 과밀한 인구와 과도한 소비로 자연과 완전히 대립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숲을 하나 둘 제거하여 마침내 지구 사막화, 온난화, 자원고갈의 대위기 시대가 곧 도래한다고 걱정합니다. 50년 후 위기설, 30년 후의 위기설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지구자원의 마지막 보고인 시베리아를 어떻게 보존하며 지속가능한 발전 협약 하에 공생의 길로 갈 것인가, 이 숙제는 청년의 미래에 크게 관련됩니다.

여섯째, 한국은 대륙과 고립된 시대를, 러시아는 동방으로부터 호혜의 길을 못 찾은 근대사를 거쳐 왔습니다. 한·러가 앞장서서 유라시아의 대륙문화에서 인류 대혼돈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해답을 구해야 할 때이며 그 해답의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덜 문명화되어 근대문명의 과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시베리아, 바이칼, 알타이 등의 대륙 중원지역의 생태와 문화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입니다.

좌절과 실패를 넘어선 재생은 역설적이게도 고려인 같은 마지막 유랑동포와 시베리아 같은 버려져온 그 불모지의 유목민의 삶의 방식에서 답할지도 모릅니다. 자발적 청빈과 비움의 생활입니다.

끝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5년 전 암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하는 중이거든요. 건강이 썩 좋지 않으니 절 아는 이웃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기어코 가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자문해 보았습니다. 저항문화운동에서 다시 시골의 자발적 유배시대를 지내고 지금은 유라시아의 노마드 시대로 나섭니다. 몸뚱이가 좀 변변치 않아도 몸님 잘 모시며 갔다 오겠습니다. 저의 꿈을 동시베리아로 캐릭터화 하렵니다. 그림으로, 편지로 여행기를 보내겠습니다. 200여년 전 연암이 낯선 중국 땅 말을 타고 갔다오면서 열하일기를 썼듯이 저는 알혼 일기라도 써보고 싶습니다. 실학자의 노마드 정신, 유배와 재생의 정신을 간직하며 떠나렵니다. (나는 오는 10월 15일 다산유적지에서 펼치는 실학축전에서 총감독일을 맡았습니다.)

이건 이성적인 판단이 아닙니다. 위험을 무릎 쓴 모험이고 도전인데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가지 말아야지요. 그래도 가야 하는 꼭 가야 하는 이유를 지금 필설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가면서 <시베리아에서 온 편지>로 밝혀 보겠습니다. 나는 이 여행의 절반은 눈을 감고 가렵니다. 내 마음 속 떠오르는 상상세계와 대화하면서 가고 싶습니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세계 너머 세계를 찾으며 가렵니다. 코로 귀로 입으로 발로 촉수로 느껴지는 감수성으로 더듬으며 가고 싶습니다. 직관의 힘으로 세계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잘 될지 장담 못합니다만 쓰고 그리고 사진 찍어가면서 기록으로 남기렵니다. 가는 곳들이 무선통신망이 안 좋으니 되는 곳에서 모아서 보내고 나머지는 갔다 와서 연재하겠습니다. 아실런지 모르지만 나는 전업 작가 30년의 길을 걸었습니다. 제 그림을 감상해 주시고 사랑해주시면 더 기운이 나서 그림을 잘 그릴 것도 같습니다. 원래 광대나 쟁이는 칭찬을 먹고 자라는 순진함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달릴 것입니다. 테라칸을 타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스텝 길을 달려갈 겁니다. 험난한 동시베리아 길입니다. 우리가 가는 유라시아 길이 부디 큰 사고 없기를 샤먼의 이름으로 빌고, 주몽의 이름으로 빌고 단군의 이름으로 빕니다. 아시아대륙의 고아시아족 영혼의 이름으로 빕니다.

"대륙의 여신이여, 우리를 지켜주소서 당신의 넓은 품에 안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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