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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필요한 건 '보'가 아니라 '녹색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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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필요한 건 '보'가 아니라 '녹색댐'!

[합리적 치수 관점에서의 '4대강 사업' 문제점·②]

"사업의 규모만으로도 4대강 사업은 수백만 년 동안 국토의 물질 순환과 생명을 부양해온 하천에 대한 '대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지형 전문가가 진단한 4대강 사업은 어떤 모습일까? 오경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지형학)가 '합리적인 치수 관점에서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란 제목의 소논문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홍수 예방, 용수 확보, 수질 개선 등 정부 측이 내세운 4대강 사업 추진 논리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글이다. 총 3회에 걸쳐 오 교수의 논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 관련 기사 : 4대강 '보'가 홍수를 유발하는 까닭

2. 강에 보를 세워 물을 확보한다?

이수(利水)를 위해 흐르는 강을 막아 물을 저장하는 것은 인간의 간섭 중, 하천의 물 흐름과 물질이동체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천에 이러한 인위적 간섭을 할 수 밖에 없다면 저장된 물을 어디에서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1) 전국 수준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 다만 물 부족 문제가 있다면 지역적 또는 국지적 현상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1조㎥ 정도의 지하수가 지하에 저장되어 있는 바탕 위에 연 강수량 1200㎜에 해당하는 물(120만㎥/㎢, 남한 전체 약 1250억㎥)이 대기로부터 지표에 공급된다. 지하수는 비가 안 올 때는 하천으로 스며들어 강이 일정 수위를 유지하면서 흐르게 한다. 그리고 지하수층에서 스며올라온 물은 토양이 일정 수준의 수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소비된 물은 강수 시 침투수로 보충되어 지하수는 일정 수준의 매장량을 유지한다.

지하수는 갈수기와 다우기 간의 하천 흐름과 토양 수분함유량 차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지하수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지역은 갈수기에도 강물은 지속적으로 흐르고 토양도 메마르지 않는다. 빗물과 지하수 간에는 이러한 순환이 있지만 대기로부터 강수형태로 공급된 양의 물은 대체로 하천을 통해 바다로 배수된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함안보 건설현장의 모습.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우리나라는 약 1조㎥ 지하수와 연강수량 1200㎜ 정도의 물이 서로 순환되면서 국토의 다양하고 풍요한 생태계를 지탱하고 인간 생활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해준다. 강수 분포의 계절적 편차가 크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생물활동과 인간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수리적 환경의 나라이다. 물 부족 문제가 나타난다면 이는 지역적 또는 국지적 현상이다. 이런 문제는 물이 여유 있는 인근 지역으로부터 송수관을 연결해 해결될 수 있다.

좋은 예는 수도권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한강 유역 밖, 대도시화가 진전된 인천과 수원은 자체의 수원으로는 도시의 물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는데, 한강에서 취수한 물을 공급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2) 현재의 물 공급 능력으로도 한강, 낙동강, 금강은 보 축조가 필요없다.

우리나라에서 이용되는 전체 수자원 중, 50% 정도는 자연하천수를 취수하여 충당한다. 도시와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의 대규모 용수는 거의 이런 방법으로 공급된다. 하천수는 지하수에 비해 많은 양을 쉽게 취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 간 강수량 편차가 큰 우리나라는 물 수요와 관련하여 안정적인 취수가 가능하도록 하천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간 많은 저수지, 보와 댐을 건설해왔음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공구조물 건설은 물 수요를 고려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어야만 타당성이 담보된다. 마구잡이로 보나 댐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단순하지만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인공구조물을 분별없이 축조하는 것은 인간에게도 도움이 안 되며 예기치 못할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 파괴이다.

물 수요와 관련시켜보면, 4대강 중하류 본류에 보를 막아 물을 저장한다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 현재 강행중인 한강, 낙동강, 금강의 대형 보를 막는 중하류 본류 구간은 갈수기에도 단수 현상이 있을 정도로 취수 장애가 있는 곳이 아니다. 이들 하천 유역에는 비가 올 때 많은 양의 물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체적이 큰 산지가 많기 때문에 갈수기에는 이 물들이 하천으로 유입되어 본류 및 주요 지류는 영구하천 모습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이와 같은 자연적 조건에다 지금까지 이들 하천에 축조한 소양댐, 충주댐, 팔당댐, 안동댐, 임하댐, 대청댐 등의 역할로 갈수기에도 물 수요가 많은 이들 중하류 지역의 도시와 공단에 단수현상 없이 보다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해 줄 수 있다. 이 사실은 수도권 용수공급원의 역할을 하는 팔당호의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팔당호는 비가 오지 않는 갈수기에도 하루에 4000만 톤 정도의 물이 유입해와 약 5일 정도 머물렀다 하류로 배수되는, 저수용량 2.4억 톤인 인공저수지이다. 여기에서 도시, 농업, 공업, 기타용도로 공급하는 수량은 하루 260만 톤 정도이다. 단순히 계산만 해보아도 물이 부족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용수원 확보라는 명분으로 팔당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류에 이포보, 여주보를 건설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용수원 확보라는 명분이 타당성 없음은 최근 10여 년간 어떤 가뭄에도 한강, 낙동강, 금강 물을 이용하는 수도권, 대구, 부산, 대전, 청주 등의 도시와 공단에는 단수현상이 없었음으로도 알 수 있다.

그간 정부기관 용역으로 나온 '수자원장기 종합계획보고서'와 '낙동강 유역의 선진형 수질개선 대책마련 및 타당성 조사'에서도 현재 공급능력으로도 물 부족은 앞으로도 우려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2009년 12월 수자원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수도정비계획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면 현재의 공급능력으로도 2025년까지 하루 260만7000㎥, 연간 9억5155만5000㎥가 남아도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사장은 '생활 및 공업용수 수요만 보면 전국적으로는 여유가 있지만 '환경용수 개념'을 도입하면 하천유지 용수가 늘어나 13억㎥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 낙동강 본류의 준설 현장 모습. 지류인 황강(사진 우측에서 흘러드는 물)과 비교할때 오탁수가 선명하다.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3)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치수는 하천 유역의 '녹색댐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설령 물 부족 문제가 우려되어 보를 막는다 해도, 그것은 중·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다.

생활 및 공업용수 수요만 보면 현재 공급 능력으로도 2025년까지 물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환경용수 개념'을 제시하는 것은 준설과 보 막기가 중심인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 한강이나 낙동강 중·하류 구간의 본류는 4대강 사업에서 계획한 대형 보들이 없는 상태에서도 하천유지가 잘되는 곳이다. 하천 유지를 위한 환경용수가 필요한 곳은 한강, 낙동강, 금강의 중하류 본류가 아니라 유역 면적이 작은 지천들이다.

그런데 지천조차도 보 건설이 하천 유지수 확보에 정답이 아니다. 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유역의 '녹색댐 효과'를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녹색댐 효과'란 유역 사면의 흙과 식생이 비가 내릴 때 최대한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하여 이 물이 갈수기에도 강물이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고 흙도 메마르지 않게 하는 효과다. 이런 이유로 녹색댐 효과가 높은 유역이라면 가뭄에도 강바닥이 드러나는 일이 없다. 그리고 최소한의 저수지나 댐 건설로 갈수기에도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호우 시에는 하천 수위 상승의 극소화로 홍수 위험도 완화시켜준다. 녹색댐 효과를 높이는 일은 자연 생태계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용수 조달, 홍수 위험 완화 모두에 좋은 일석삼조(一石三鳥)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녹색댐 효과를 높이는 일은 유역에 나무를 많이 심어 식생밀도와 생체량을 높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하여 생물활동이 활발해지면 토양의 보수력(保水力, water retention capacity)이 높아진다. 그 결과 집중호우 때는 많은 물을 지하와 토양에 저장하여 하천으로의 유출을 완화시켜 홍수 위험을 줄여주며 가뭄에는 이렇게 저장된 물이 하천으로 꾸준히 유입되어 강물이 안정적으로 흐르게 한다. 녹색댐 효과를 높이는 것은 자연생태계를 풍요롭게 하고 인간 간섭을 극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치수를 할 수 있는, 즉 자연과 인간 간의 선순환을 유지케 하는 가장 중요한 바탕이다. 보를 막아 생활 및 공업용수와 환경용수를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녹색성장을 주도하겠다는 현 정부 구호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4) 영산강은 광주-목포 권역의 도시 및 공단의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을 할 수 없는 유역조건을 지닌 하천이다. 그뤄나 이곳에조차도 승촌보, 죽산보를 축조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영산강은 한강, 낙동강, 금강에 비해 유역면적 3371㎢에 길이 115.5㎞인 규모가 작은 하천이다. 그리고 녹색댐 효과도 많이 낮다. 상류에는 보수력이 양호한 토양이 발달하기 어려운 박토의 암괴(i.e. 화산암) 산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역면적이 작은데다 녹색댐 효과도 낮은 조건은 집중호우와 가뭄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게 한다. 이런 이유로 영산강 본류와 주요 지천들이 만나는 영산포 일대는 홍수 위험이 높으며, 이곳보다 상류 쪽 하도는 갈수기에 강바닥을 드러내는 곳이 적지 않다. 이에 비해 원래 해수가 드나들었던 하구에서 영산포에 이르는 구간은 하굿둑으로 인해 호수 상태(영산호)로 유지되고 있어 수질문제는 심각하지만 갈수기에도 하천유지수가 양적으로는 채워져 있다.

영산강은 한강, 낙동강, 금강보다도 치수가 절실한 하천이다. 영산강의 호우 시와 갈수기간의 유량 불안정은 근본적으로 녹색댐 효과가 낮은 유역의 지형 환경에 기인한다. 이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승촌보와 죽산보를 막아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녹색댐 효과가 낮은 상태를 그대로 두고는 보를 막아 생긴 인공호의 저수율이 안정적일 수 없는데다 수질도 양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죽산보의 경우는 위치 선정도 잘못됐다.

이 보는 영산강의 주요 물줄기인 황룡강, 지천강이 만나는 영산포 일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하류에 축조되기 때문이다. 이 위치에 건설된 죽산보와 그 배후에 저수된 물은 집중호우 시 영산포 일대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이 빨리 배수될 수 없게 하므로 영산포 일대는 홍수 위험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또한 죽산보의 저수 수위는 인근의 농경지보다 높아 이곳의 넓은 농경지는 지하수면 상승으로 경작이 어려울 정도로 습해질 수 있다. 죽산보는 역작용이 클 수밖에 없는 위치에 축조되고 있다. 영산강 치수는 유역의 녹색댐 효과를 높이는 작업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최선의 처방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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