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금까지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통해서 '부의 대물림'이 상쇄되어 사회 전반의 불평등 구조를 완화해 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교육으로 인해 '부의 대물림'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서 2009년 12월 30일자 <중앙일보>는 "개천서 용 날 희망 있다"고 제목을 뽑은 반면, 같은 날 <경향신문>은 "'개천의 용' 키우던 교육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같은 사실을 놓고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불평등 수준이 아직까지는 국제적 기준으로도 양호한 편이라는 것은 다행이나, 문제는 앞으로 예상되는 불평등 추세이다. 김희삼 박사의 분석대로 부모의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능력의 차이가 자녀의 학력 격차로 이어지면서 종국에는 소득 격차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한국 사회는 특유의 활력을 잃고 피폐화되어, 각종 사회문제로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작년에 발표된 윌킨슨과 피켓(R. Wilkinson and K. Pickett, 2009)의 저서 The Spirit Level: Why more equal societies almost always do better에서 잘 드러난다. 학자로서 그리고 행동하는 시민운동가로서 평생을 불평등과 싸워온 저자들은 소득불평등이 그 사회의 전반적인 사회문제를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핀란드 한 학교의 교사회의 풍경.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사회에서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이 활발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한 기회와 사회안전망을 보장하는 교육 및 복지 제도다. 소외된 곳에 더 많은 지원을 쏟는, 강력한 역차별을 통해 평등을 도모하는 북유럽 교육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레시안 |
아래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 소득불평등(Income inequality) 지표(5분위 소득배율)와 보건·사회문제 지수(Index of health and social problems)는 완벽한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과는 정반대로, 잘못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하여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된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자료: Wilkinson and Pickett(2009: 20). |
여기에서 보건·사회문제 지수는 사회의 신뢰도, 정신건강, 기대수명과 영아사망률, 비만, 아동 교육성취도, 십대 임신, 살인, 수감률, 사회이동성 등의 지표로 구성되었는데(Wilkinson and Pickett, 2009: 19), 이들 각각의 사회문제 지표들도 소득불평등 정도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즉,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회 전체의 신뢰도가 낮고,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이 많으며, 교육성취도가 떨어지고, 건강하지 못하며, 각종 범죄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은 소득불평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다음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 국가의 사회적 이동성이 높을수록 사회 전반의 소득불평등이 낮다는 것이다. 비교적 평등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의 사회이동성이 신자유주의 국가인 영국과 미국의 사회적 이동성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한 나라의 불평등 수준이 수많은 다른 사회적 문제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즉, 소득불평등 정도가 일정 수준의 임계점을 넘으면, 신자유주의의 주도국인 미국과 영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각종 사회문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소득 관련 사회적 배제, 특히 소득불평등이 다른 사회적 배제를 생성하고 재생산하는 구조의 핵심 인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정비하는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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